30일 경찰의 부안 주민에 대한 '무차별 연행' 과정 중 50대와 60대 여성 2명이 '경찰의 성희롱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탈의 상태로 장시간 경찰과 대치한 사건이 벌어졌다.
<사진 아줌마+고발접수>
두 여성은 2시간 가량 '알몸 시위'를 벌이면서 경찰과 대치했고 그중 1명은 1시간30분가량 경찰 승합차 밑에 누워서 시위를 했다. 10여명의 주민들은 대치 상황이 끝난 뒤 바로 파출소에 '경찰 성희롱 의혹'을 정식고발했다.
***경찰, "연행되는 여성에게 성적 모욕 줘"**
30일 상황이 거의 정리될 무렵 발생한 이 사건의 정황을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오후 9시경 성모 병원 근처에서 전·의경들이 김모(61)씨와 배모(52)씨를 연행하다가 상의 일부가 벗겨지고 속살이 드러났다. 이 때 김씨와 배씨는 전·의경 뒤편에서 사진을 찍던 전·의경 중 1명이 "저X들 팬티까지 벗겨버려. 한번 X해보게"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고 한다. "진압 경찰이 반핵을 뜻하는 노란색 옷을 입고 있었다는 이유로 "'옷을 모두 벗겨버려라'는 폭언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 말을 듣자마자 흥분한 김씨는 "그래 한 번 벗겨봐라"고 외치면서 상의를 탈의했고, 곧 배씨도 김씨의 행동에 동참했다. 수협 앞 방향으로 1백여미터를 전·의경들에게 계속 밀리면서 '알몸 시위'를 하며 항의하던 김씨와 배씨는 거의 탈진 상태에 이르렀고, 주민들이 신고해 119 구급차가 김씨를 실어갔다.
그 때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여경 10여명을 태운 경찰 수송 차량이 현장에 도착했고, 여경들이 내리자마자 배씨는 상의 탈의 상태 그대로 경찰 승합차 밑으로 들어가 약 1시간30분가량 '당사자의 사과'를 요구하며 항의했다. 배씨의 남편 김모(59)씨도 옆에서 경찰의 사과와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경찰 승합차의 이동을 막았다. 김인경 교무 등 대책위 관계자들이 여경 10여명에 둘러싸인 채 배씨를 설득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사진 아줌마2>
11시경 여경과 전의경이 투입되어 경찰 승합차 밑에서 강제로 배씨를 빼내 미리 대기하고 있던 119 구급차에 태웠다. 그러나 119 구급 요원들이 경찰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구급 환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흥분한 주민들에게 구급차 이동이 방해받을 우려도 있다"면서 차량 운행을 거부했다. 그 과정에서 배씨의 남편 김씨가 갑작스럽게 구급차 운전석에 앉아 탈출을 시도하다 전·의경들이 강제로 끌어내리는 일과 배씨를 강제로 구급차에 태운 것에 항의하는 주민들과 전·의경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일대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연행1+2>
이후 주민들이 부른 성모병원 구급차에 배씨가 옮겨지고, 대책위 이병학 공동대표를 비롯한 주민 10여명은 인근 서림 파출소로 이동해, 김씨와 배씨를 대신해 성희롱 혐의로 신원미상의 전·의경을 고발했다. 배씨는 당시 그 전·의경의 인상 착의와 부대명 등을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서림 파출소 관계자는 "일단 성모 병원으로 가서 배씨 등과 목격자의 진술을 들은 후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계엄'이 사태의 근본 원인**
김씨와 배씨가 확실히 들었다고 하는 그 '성희롱 발언'을 경찰이 했는지, 일부 경찰 관계자의 주장대로 주민 중 일부가 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분노한 부안 주민들을 의식한 경찰도 성실한 조사를 약속했고, 근처에 비교적 많은 주민과 기자가 있었기 때문에 이 사안은 조만간 그 실체가 밝혀질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성희롱 발언'을 포함해, '음주 경찰의 맥주병 폭행 사건', '경찰의 임산부 폭행 사건' 등 숱한 의혹들이 지난 1달 새 계속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중 일부는 사건의 당사자라고 추정되는 피해자가 존재하며, 진료 기록·목격자·사진 등 광범위한 증거도 존재한다. 지난주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부안을 찾았을 때도 많은 주민들이 이런 의혹들을 제기했고, 의원들도 진상규명을 약속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유독 정부와 경찰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확인되지 않은 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경찰은 30일 '성희롱 발언'에 대해서도 일단 피해자들이 잘못 들었거나, 경찰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온 얘기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성희롱 발언'이 사실로 드러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때 주민들의 분노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사진 해명경찰>
이번 '성희롱 사건'은 8천여명의 전·의경들이 장기 주둔하면서 주민들과의 대치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수많은 통제 불가능하고 우발적인 사건 중 하나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현 상태를 그대로 둘 경우 훨씬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 지휘부가 의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수많은 경찰의 폭력 사태도, 그에 저항하는 흥분한 주민들의 격렬 시위도 언제든지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낳을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점에서 현재와 같은 '경찰계엄'은 일종의 시한폭탄과 같다.
***허성관 장관과 최기문 경찰청장이 답할 때**
이런 시한폭탄의 뇌관을 제거할 당사자는 바로 이번 '경찰 계엄'의 책임자인 허성관 장관과 최기문 경찰청장이다.
허 장관과 최 경찰청장은 11월 대화 결렬 후 주민들의 격렬 시위가 이어지면서, "야간 집회가 격렬한 시위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몰 후 시위를 금지한다"면서 대규모 경찰 병력을 동원한 '경찰 계엄'을 선포했다. 그것은 주민들의 격렬 시위에 대한 일종의 사후 대처라는 점에서 그간 주민들의 평화적인 집회를 고려한다면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특히 허 장관은 학계 출신의 장관으로서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통해 참여정부 장관들 중에서도 비교적 '합리적 행보'를 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김두관 장관 후임 후 노무현 대통령이 허 장관을 행자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도 바로 이런 '합리성'을 염두에 둔 것일 테다. 그런 허 장관이 '시민들의 자치 능력'을 신뢰하던 시민사회단체 시절 자신의 신념을 저버리고, '평화적인 집회'를 선언한 부안 주민들을 억누르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기문 경찰청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3월 취임하면서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고 살펴주는 참다운 봉사경찰'을 시대가 원한다"면서 "폭력 시위가 예상되지 않는 한 경찰력의 과도한 배치는 자제하겠다"고 공언한 적이 있다. 지금 부안은 경찰이 자극하지 않는 한 주민들의 '폭력 시위'는 없다.
***공권력 남용은 더 참담한 결과만 불러**
공권력 남용은 더 참담한 결과만 부를 뿐이다. 29일 평화집회에도 불구하고 30일 수협 앞 광장을 원천봉쇄한 경찰들을 향해 주민들은 분노와 증오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많은 주민들은 "순 엉터리"라며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고, "차라리 속이라도 타지 않게 나를 죽여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분노는 결국 노무현 대통령에게 향했다. "전두환이 광주 사태를 초래했다면, 노무현은 부안 사태를 초래했다"는 인식이다.
노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이런 불신은 부안 사태의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주민과 경찰·주민과 정부 사이의 갈등의 골만 깊게 할뿐이다. 허 장관과 최 경찰청장이 초심을 상기해 '경찰 계엄'을 철회할 것을 주민들은 간절히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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