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깊이 반성하는 마음가짐으로 국회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회를 밝히며 검경 수사권 조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 등 검찰개혁 분야 정책 공약을 발표하는 등 청문회 준비 행보를 이어갔다.
조 후보자는 26일 오전 자신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많이 고통스럽지만 변명하거나 위로를 구하려 들지는 않겠다"며 저의 안이함과 불철저함으로 인해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준 대가라고 생각한다. 권력기관 개혁에는 목소리를 높여 왔지만, 부(富)에 따른 교육 혜택 등 우리 사회에서 해결돼야 할 다른 중요 문제는 간과했다"고 밝히면서 이같이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청와대와 조율해 '국민 청문회'라는 행사를 준비 중인 가운데, 조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대목도 눈길을 끌었다.
조 후보자는 "청문의 기회를 주신다면, 이런 저의 부족함과 한계도 솔직히 말씀드리면서 질책을 받고 저의 생각과 소신도 설명드리고 싶다"면서 "만약 국회 청문회가 무산된다면 여러 방법으로 직접 설명드릴 기회를 찾겠다는 말씀도 아울러 드린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한편 이날 오전 10페이지 분량의 '법무장관 후보자 조국이 국민께 드리는 다짐'이라는 자료를 내어, 검찰개혁 분야의 정책 구상을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아동성범죄자 관리 강화 등 안전 분야 정책자료를 낸 데 이어 2번째다.
조 후보자는 이 자료에서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 국민 모두를 위해 올바르게 쓰일 수 있도록 법 제도를 만들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진정한 국민의 법무·검찰로 거듭나겠다"며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검사 공익역할 강화 △재산비례벌금제 도입 △범죄수익 환수 강화 △국가 소송권 행사 제한 등의 정책을 발표했다.
조 후보자는 먼저 수사기관 제도 개혁과 관련해 "검찰과 함께 열린 마음으로 국회에서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등 검찰 개혁이 완결되도록 지원하겠다"면서 "20대 국회에서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의 법제화가 완결되도록 지원하고 시행령 등 부수법령 등을 완비해 오랫동안의 개혁 논의를 마무리짓고 오로지 국민의 입장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충실한 제도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 "공수처 도입 목적을 충실히 달성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제도가 도입되도록 국회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검사의 공익적 역할 강화 방안으로 "검사의 직권 재심 청구, 친권상실 청구 등 공익을 위한 당사자로서의 활동을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수행해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법률 보호자'로서 검사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겠다"며 "수사에만 집중된 검찰의 역할을 벗어나, 법이 부여한 다양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검찰 권한 분산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같은 범죄라도 재산의 많고 적음에 따라 벌금액에 차이를 두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형벌 집행에 있어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겠다"는 주장을 발표해 눈길을 모았다. 그는 "현행 총액벌금제의 문제는 피고인의 경제적 사정과 상관없이 각 범죄에 대해 법이 정한 벌금액의 범위 내에서 법관이 일정한 액수의 벌금형을 선고함(으로써), 현행 제도만으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부유층에게는 형벌의 효과가 미약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재산비례 벌금제'의 도입"을 주장했다.
그는 "범죄행위 경중에 따라 벌금일수를 먼저 정하고, 여기에 피고인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해 정한 하루치 벌금액을 곱해 벌금액을 산정 하면 피고인의 경제력에 비례해 벌금 액수가 달라지고, 벌금의 집행 효과를 실질적으로 거둘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와 함께 "범죄로 얻은 수익은 반드시 환수하고, 끝까지 집행해 범죄를 저지르고도 그 이익을 그대로 누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인력부족 등의 문제로 현재 추징금 환수율은 20%에 못 미친다. 환수 대상 중대범죄를 늘리고, 피의자 조사 전에 범죄수익을 먼저 동결하는 새로운 수사방식을 도입하며, 법무·검찰의 대응역량을 강화해 끈질기게 범죄수익을 추적, 환수한 돈을 피해자들에게 돌려줌으로써 진정한 피해회복과 정의실현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의 국민을 상대로 한 소송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하도록 절제된 소송권을 행사하겠다"며 "국가적 부패·비리 행위, 국가가 발주한 시설공사 입찰담합 등으로 국가가 적극적으로 손해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 외에는 국민을 상대로 한 소(訴) 제기에 신중을 기하겠다. 외부 법률 전문가가 참여하는'국가송무상소심의위원회'를 운영, 상소 기준의 정비 및 과거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손배소에 대한 관행적 항소·상고 자제를 통한 신 종결 등 적정한 상소권 행사로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지난 20일에는 "'조두순법'을 확대·강화해 출소한 아동성범죄자를 전담 보호관찰관이 1대1로 밀착해 지도·감독하도록 하겠다"는 내용과, 정신질환자 범죄는 치료를 통해 예방하겠다는 내용, 스토킹 처벌법의 조속한 통과, 폭력을 동원한 집회·시위에 대한 엄정한 의법 조치 방침 등을 1차 정책공약으로 발표한 바 있다.
조 후보자의 1차 정책공약 발표에 대해서는 인권운동 진영 등 시민사회 일각에서 문제 제기가 있기도 했다. 특히 '1대1 전담보호관찰제도', '범죄를 반복하는 정신질환자 적극 치료', '표현의 자유를 폭력으로 행사하면 불가피하게 의법 대처' 등의 내용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 등 인권침해 행위를 정당화할 소지가 있고, 집회·결사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제약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인권법 분야 전문가인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이런 내용에 대해 "문제적"이라며 "현 정부의 인권 관련 정책은 상당히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비판하고 "후보자가 (왜) 민정수석 시절에 본인의 학문적 입장과 다른 행보를 걸었는지 이유를 묻고 싶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을 지낸 시인 노혜경 씨도 SNS에 쓴 글에서 "조 후보자의 '정책 비전'은 너무 구리다"라며 "아무리 그래도 보호관찰제도를 찬성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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