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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조국 사퇴론 덮으려 지소미아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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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조국 사퇴론 덮으려 지소미아 파기"

중대 외교안보 사안에 음모론…日 언론 주장 판박이

문재인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중단 결정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지키기 용(用)'이라는 음모론에 가까운 주장을 연일 펴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연 긴급안보연석회의에서 "이런 백해무익하고 자해행위나 다름없는 결정을 내린 이유는 결국 조 후보자 사퇴 요구가 들불처럼 번지자 국민 여론의 악화를 덮기 위해서 파기를 강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정부의 결정에 대해 "현 정권의 위선과 거짓말에 분노한 국민이 싸우는 시점에 지소미아를 파기함으로써 국민 감정을 선동하고 자신들의 지지 기반을 결집해 정치적 위기를 탈출하려는 의도"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조국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버리려고 한다. 국내정치를 위해 안보와 외교까지 희생시킨 대한민국 파괴 행위"라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지소미아 파기에 북한의 김정은은 만세를 부르고, 중국과 러시아는 축배를 들며 반길 것"이라며 "지소미아 폐기를 재검토하고, 한미 동맹과 한미일 공조체제 복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전날 저녁, 정부의 지소미아 연장 중단 결정 직후 기자들에게 "조 후보자로 (인해) 어지러운 정국과도 무관치 않다는 의심도 든다"고 말한 데 이어, 이날도 같은 회의 석상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반발이 꽤 무서운가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꼼수를 쓰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상현 의원도 국회 기자회견을 열어 "조국을 구하기 위해 지소미아를 버린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조국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지소미아 파기 정국'을 조성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고, 총체적 국정 난맥으로 인한 정치적 위기를 반일 전면전으로 모면하려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 우려가 현실이 돼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한국당의 주장대로 문재인 정부가 국내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타국과 맺은 안보 조약을 파기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드러난다면 적지않은 파장이 불가피하지만, 현재 한국당의 주장에는 심증 말고 어떤 근거도 없어 설득력을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국 후보자 관련 의혹이 휩쓸고 있는 현 정국에서 지지층의 관심을 환기하고 안보 불안 심리를 엮어 정부 비판 여론을 고조시키기 위한 의혹 제기이지만, 제1야당을 이끄는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런 주장에 앞장서는 것은 스스로 정치적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는 역비판도 나온다.

같은 범(汎)보수진영으로 분류되는 바른미래당은 지소미아 중단 결정을 비판하고 문재인 정부에 철회를 촉구하면서도 이를 국내정치적 이유와 연결시키지는 않고 있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SNS에 쓴 글에서 "지소미아 파기는 국가안보의 틀을 허무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하며 "일방적으로 (지소미아를) 파기하는 것은 우리 안보의 축을 우리 스스로 흔드는 자해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유 전 대표의 비판이 겨냥하는 지점은 "한일 간 경제 전쟁을 외교로 해결하기는커녕 안보로까지 확전하는 것이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안보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 답해야 한다"는 데까지만 그쳤다.

손학규 대표도 이날 최고위에서 "바른미래당은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한일관계뿐 아니라 한미동맹에도 균열이 생긴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지만, 국내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국내정치적 셈법에 기초한 것이 아니길 진정으로 바란다"는 언급을 하는 정도였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사실 지소미아가 조건부로 유지되는 것 아니냐고 다들 예측하고 있었는데 정부가 갑자기 급선회해서 지소미아를 파기한 이유가 무엇인지 명쾌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조 후보자의 이슈 때문에 전국이 난리가 난 과정에서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냐' 이런 추측을 해 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의 연결고리가 확실하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결정이 외교안보적 고려가 아니라 국내정치적 이유에서 나온 것이라는 주장은 일본 언론 일각에서도 다루고 있다. 이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한국에서는 최근 개각에서 법무장관에 기용된 문 대통령의 최측근 조국 전 민정수석의 스캔들이 크게 거론되는 중이다"라며 "한국 보수언론은 '국민의 눈을 가리기 위해 극단적인 결단으로 달려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썼다.

<요미우리>는 "(지소미아) 파기를 단행한 것은 국내정치에서 곤경에 직면한 문재인 정권이 국면 전환을 꾀한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며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차기 법무장관으로 지명된 전 민정수석비서관이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딸을 대학 등에 부정 입학시켰다는 스캔들로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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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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