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 시각) 베이징에서 개최되고 있는 한일중 외교장관회의 계기에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만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약 30여 분의 회담을 마친 뒤 회담 결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자리를 떠났다.
이날 회담에서 강 장관은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으나 일본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양측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문제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소미아와 관련해서는 고노 외상이 먼저 이 문제를 언급했고 강 장관은 연장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이 사실상 아무런 접점을 찾지 못했지만 외교 당국은 한일 양측이 대화를 복원시켰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또 외교 당국은 일본 내에서 외교 당국 간 대화는 이어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는 점을 평가하기도 했다.
당초 이날 회담은 오는 24일 만료를 앞두고 있는 지소미아의 연장 여부와 28일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백색국가' 배제 조치 등을 앞둔 시점에 열렸기 때문에, 향후 한일 간 갈등 양상을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여기에 이번 한일중 외교장관회의가 3국 정상회담 개최를 타진하는 성격도 가지고 있는 만큼, 3국 정상이 만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한일 양국이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섞인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한일 양측이 이번 회담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한일 간 갈등은 당분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장 지소미아의 연장 여부부터 한일 간 또다른 갈등 소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날 <연합뉴스>는 청와대 관계자를 인용, 이르면 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논의 등을 거쳐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발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단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일본과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22일 김현종 2차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만남이 예정돼있어 이 자리에서 관련 논의가 오간다면 지소미아의 유지 쪽으로 방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9일 마크 에스퍼 신임 미 국방장관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가진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지소미아가 한미일 간 안보 협력에 기여한다며 지소미아의 유지를 강조한 바 있다.
한편 강 장관은 이날 한일중 외교장관회의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를 겨냥해 "(한일중) 3국은 자유롭고 공정하며 규범에 기반한 다자무역에 기반해 번영을 이뤘다"며 "이런 자유로운 원칙에 기반해 협력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역시 "3국 간 갈등은 건설적인 태도로 풀고 대화와 협력으로 나가야 하며 양자 간 갈등이 3국 협력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며 "중국은 한국, 일본과 협력을 넓혀가고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의 원칙을 수호할 것"이라고 말해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등 자국 보호주의적인 무역 정책을 펼치고 있는 국가들의 행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역사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중국과 일본이 다소 입장차를 보였다. 강 장관과 왕이 부장은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자유무역과 함께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향해 나간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고노 외무상은 한중일 FTA, REC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의 가속화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이행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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