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출국 강경화, 지소미아 파기 "검토중"

한일 갈등 확산이냐 반전이냐…"무거운 마음 가지고 간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인한 한일 간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한일 군사 정보 보호 협정(지소미아, GSOMIA) 파기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20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중일 외교장관회담 참석 차 출국길에 오른 강 장관은 김포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는 24일 만료되는 지소미아의 연장 여부에 대해 "아직 검토 중이다. 결정된 바 없다"고 답했다.

이번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의 하이라이트는 21일 열릴 것으로 알려진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다. 지난 1일(현지 시각)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만남을 가졌던 한일 외교장관이 약 3주만에 다시 마주앉아 담판을 짓는 자리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촉발된 한일 갈등의 향배가 걸려 있어 양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28일 발효할 예정인 가운데, 한국 정부의 대응 카드 중 하나로 거론되는 지소미아 파기 통보 시한(24일)도 코 앞으로 다가왔다.

강 장관은 어떤 문제를 논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 등에 대한 저희 입장을 개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이 국면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도 강 장관은 "상황이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하고 우리 입장을 적극 개진해야겠지만 (상황이) 어렵다는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간다"고 쉽지 않은 회담을 예고했다.

다만 3주 전 회담에서 한일 양측은 각자의 입장만을 강조하며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지만, 이번엔 지소미아 연장 여부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 등을 코앞에 두고 있어 양측이 일정 부분 접점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 회의가 한일중 3국 정상회의의 개최를 타진하는 성격도 가지고 있는 만큼, 한일 정상이 만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양국이 파국을 막기 위한 타협점을 도출해야 한다는 당위론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수출 규제와 강제징용 문제 등을 둘러싸고 한일 간 입장 차가 커 이번 회의에서도 양측이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이번 회담이 악화된 양국 관계 완화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섣불리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중일 3국 외교장관은 20일 만찬에 이어 21일 본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지난 2007년 6월 제주도에서 제1차 회의가 시작된 한일중 외교장관회의는 이후 한국과 일본, 중국 순서로 장소를 바꿔가며 지난 2016년까지 총 8차례 개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