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15만 反부시 데모, 부시 인형 철거도

주중집회로는 사상최대규모, "부시 고 홈"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영국 방문과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15만 인파가 영국 런던의 도심을 뒤덮었다. 시위대는 이날 이라크전때 미군의 사담 후세인 동상 철거를 빗댄 부시 대통령의 초대형 인형을 철거하는 등 철저하게 부시를 조롱했다.

부시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 이틀째인 20일(현지시간) 이른 새벽부터 영국 전역에서 전세버스를 이용하거나 대중교통편을 이용해 런던 도심으로 밀려든 반전시위대들은 워털루 브리지, 트라팔가 광장, 의회 광장 등을 가득 메운 채 반전.반미.반부시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를 공동주관한 전쟁중지연합(SWC), 핵무기무장해제운동(CND), 영국무슬림연합 관계자들은 최소한 15만명이 참가해 주말이 아닌 주중에 벌어진 반전시위로는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그러나 운집인파를 5만~6만명으로 추정했다.

시위대들이 운집하기 시작한 것은 이날 낮 12시부터로 1차 집결지인 런던대학에 군중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어 "스톱 부시" 등의 구호를 외치며 관청가로 행진을 시작했으며, 이들의 시위행진은 런던 도심 트라팔가 광장 앞에 세워 놓았던 부시 대통령의 모습을 한 높이 6m의 초대형 인형을 쓰러뜨리는 반(反)부시 퍼포먼스에서 절정에 달했다. 트라팔가 광장은 초저녁부터 인파로 가득찼으며 드럼과 호각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부시의 인형이 철거되자, 참자가들은 런던 도심이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스톱 부시" 구호를 연호했다.

이들은 시위내내 "부시는 집으로 돌아가라" "블레어 총리는 인권을 무시하고 있다"며 반부시-반블레어 구호를 외쳤다. 시위 주최측 관계자는 "이 엄청난 인파는 영국민들이 전쟁광 부시의 방문에 깊은 반감을 갖고 있음을 확인해 주는 증거"라며 "이라크 전쟁은 영원히 정당화될 수 없는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시위에는 런던 인근 학교 당국의 시위 참가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 학생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경찰은 폭력사태 및 혼란을 막기 위해 5천여명의 경찰을 런던 도심에 투입했다. 부시 대통령이 묵고 있는 버킹엄궁 인근과 부시 대통령이 주관하는 만찬이 열리는 주영 미국 대사관저 인근에는 콘크리트 블럭과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시위대의 접근이 봉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