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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사태는 '민란'이고 '계엄'이다

[데스크 칼럼] 부안사태의 주범은 '정부의 신뢰상실'

"간담회 분위기는 좋았으나 도통 정부 말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지난 13일 부안 핵폐기장 처리를 위해 문규현 신부가 고건 국무총리를 만난 뒤 나와서 관계자들에게 한 말이다. 고건 총리는 "주민 뜻을 거스리는 일이 어떻게 가능하겠냐"며 그동안 수 차례 부안 핵폐기장 계획의 백지화를 시사해왔다. 때문에 부안주민들은 고 총리에 거는 기대가 컸고, 사태가 조만간 잘 풀리지 않겠냐는 쪽으로 기대를 걸어왔다.

***말, 바꾸고 또 바꾸고**

하지만 간담회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했던 정부는 간담회 불과 닷새 뒤인 18일 주민들의 일관된 요구인 '연내 주민투표 실시'를 백지화했다. 정부 요구대로 내년 4월 총선뒤인 5~6월에나 치루자는 것이었다. 지난 넉달동안 설마설마하던 7만 부안주민들은 당연히 분노했고, 이때부터 '민란'은 시작했다. 주민들은 지도부도 통제 못할 정도로 분노했고, 폭력사태가 잇따랐다.

당황한 정부는 다음날인 19일 또다시 말을 바꾸었다. 고건 총리는 "연내 주민투표가 가능하다. 다시 대화를 갖자"며 불을 끄려 했으나 주민들은 "더이상 대화는 필요없다. 몇월몇일 투표한다고 발표하라"며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시내 곳곳에서 화염병을 던지며 경찰과 충돌을 벌였다.

문제는 20일 또다시 정부 말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오전 청와대 정무관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부안 문제를 집중 점검했으며, `심각히 우려스럽다'는 의견이 오갔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고건 총리가 전날 '주민투표 연내 실시'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연내 반드시 실시하겠다는 뉘앙스는 아닌 것 같다"며 부정적 입장임을 밝혔다.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과 최기문 경찰청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날 오후 정부 중앙청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부안지역의 소요사태에 대해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천명하고 "부안 군민대책위측에 불법, 폭력시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며 "경고한다"며 7만인구의 부안에 8천명의 경찰병력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이라는 공권력이 '낫'이라는 살상용 흉기에 의해 다치는 상황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얘기다.

말 그대로 졸지에 부안주민은 '폭도'로 전락한 것이다.

***부안사태는 '민란'이고, 정부대응은 '계엄'이다**

프레시안은 이번 부안 상황은 '민란'으로 규정한다. 아울러 7만 인구의 부안에 8천명의 경찰력을 배치한 이번 상황을 '경찰 계엄'으로 규정한다. 9명당 1명꼴로 경찰이 배치된 상황은 '계엄'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계엄'이라는 용어는 프레시안 작문이 아니라 이틀전 정부 고위관계자가 부안사태에 대한 정부 대응을 브리핑하던 과정에 무심결에 사용했다가 즉각 취소한 용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레시안이 이번 정부 대응을 '경찰 계엄'이라 명명하는 것은 인구가 7만의 자그마한 읍내이기에 특전사 대신 전경이 투입됐을 뿐, 전개되는 상황은 계엄치하와 무관치 않다는 의미다.

이번 부안 사태를 프레시안은 '이라크 추가파병' 못지않은, 아니 본질적으로는 그 이상의 중차대한 함의를 갖는 '계엄 사태'로 규정한다.

'계엄'이란 얼마나 살벌한 용어인가. 박정희 정권때나 경험한 용어다. 이후 전두환 신군부가 권력을 창출할 때 사용한 이래 전두환 정권이 몰락의 위기에 처했던 87년에도 추진했다가 내부 반발로 용도폐기됐고, 그후 숱한 정치적 고비가 있을 때도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한 용어가 바로 '계엄'이다.

그럼에도 프레시안은 이번 부안 사태에 대한 정부 대응에 감히 '계엄'이란 용어를 붙인다.

***"국민이 대통령이다"**

왜?

이유는 하나다. '주권재민'의 원칙, "민심은 천심"이라는 인류역사상 일관되게 관철돼온 기본통치 이념을 위배했기 때문이다.

지금 부안은 정부 말대로 '무정부 상태'다. 그동안 넉달간 부안주민을 이끌어온 지도부마저 통솔력을 상실한 상태다. 주민들이 '폭도화'되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80년 광주 민주화항쟁때 전두환 군부와 언론이 매도했듯 '불순한 배후'가 있기 때문인가.

유감스럽게도 프레시안이 지난 넉달여 취재한 결과를 기초로 분석할 때 이번 사태의 주원인 제공자는 다름아닌 '정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가정보원, 청와대 등 민생파트 관련자들은 기자와 만날 때 "부안문제는 걱정말라"고 말해왔다. 산업자원부, 한수원 등 관료 및 공기업인들의 '한건주의'가 초래한 사건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따라서 고건 총리 등이 시사했듯 그 해법도 '민의'에 어긋나는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우리도 민심을 안다"는 게 그들의 한결같은 얘기였다. 당연히 믿었다.

그러나 결과는 '최악'이다. 더이상 할 말도, 하고 싶은 말도 사라졌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때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국민이 대통령이다"였다. 노대통령은 '경찰 계엄' 이틀 전까지만 해도 "폭력파업에 강경대처하되 부안은 예외다"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이틀 뒤 정부는 '경찰 계엄'을 선포했다.

왜 이런 변화가 있었는가. 부안에서 밀릴 정도 줄줄이 인책사태가 불가피하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힌 산자부 때문인가. 아니면 부하들이 낫에 찔린 경찰청 간부들의 울분 때문인가. 그것도 아니면 '부안' 정도에서 밀리면 다른 국정도 불가능하다는 권위주의적 발상의 결과인가. 이런 것도 아니라면 '8천 경찰'로 '7만 주민' 정도는 쉽게 진압할 수 있다는 철권통치적 자신감의 산물인가.

해법은 단 하나라고 믿는다. "국민이 대통령이다"이다. 이 원칙이 무너진다면 앞으로 노정부가 직면할 현실은 이라크에서 직면한 부시의 암담함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취임후 최대의 분기점을 맞고 있다고 지금 프레시안은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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