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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 단식 40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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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 단식 40일째

청와대-정부 묵묵부답으로 일관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금정산 관통 백지화를 촉구하는 지율 스님의 단식이 40일째 계속되고 있다. 장기간 단식으로 지율 스님은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다.

지율 스님과 함께하는 지역주민, 환경단체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에게 '생명과 환경'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촉구하면서, 대선 당시 공약이었던 관통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청와대와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지율 스님, 단식 40일째**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금정산 관통 백지화를 촉구하며 단식에 들어간 지율 스님의 고행이 12일로 40일째가 되었다. 현재 지율 스님은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로, 11일 이후 급격히 기운이 떨어져 단식 농성장을 급히 실내로 옮겼다.

이미 지난 2월, 38일간 단식으로 몸이 크게 상한 지율 스님은 그 후에도 3천배 기도, 부산역에서 천성산 화엄벌까지 8일간의 삼보일배를 드리는 등 고행을 계속해 왔다. 주변에서는 지율 스님에게 목숨을 내건 단식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지율 스님은 "정부가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금정산 관통 강행 결정을 철회할 때까지 단식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지율 스님은 12일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 지율 스님은 '건강을 보살피라'는 기자의 요청에, "단식을 그만둘지 여부는 이미 저 자신도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가 되었다"면서 "정부의 대답을 듣지 않고서는 단식을 그만둘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지율 스님은 "지난 3년 동안 천성산을 지키기 위해 싸워 왔다"면서 "대선 공약으로 '백지화 및 전면 재검토'를 약속한 정부가 지난 9월 강행 결정을 내린 데는 현 정부가 총선 등 정치적인 이유로 부산 지역 경제 단체들과 야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 "이대로 지율 스님을 떠나 보낼 수 없다"**

지역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도 이 안타까운 고행을 지원하기 위해 나섰다.

11일 부산지역 시민종교대책위는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인근에서 '거꾸로 가는 노무현 정부'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여는 등 상경 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성명을 발표하고, "노무현 정부는 천성산·금정산 고속철도 관통을 백지화하겠다"는 공약을 파기하는 등 개혁을 후퇴시키고 있다"면서 "정부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환경, 복지, 인권, 여성, 교육 등 각 분야의 개혁 방향을 분명히 제시하고, 고속철도 관통 문제 등 각 사안에 대해서 정책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9일에는 부산역 광장에서 2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천성산과 지율스님을 살리는 종교인 1백8인 선언의 날' 행사가 열렸다. 이날 선언에는 원불교 김광인 교무와 동국대 석림회 성진 스님과 묘청 스님, 빨라 수녀원의 쏠리나 수녀 등 종교인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우리 종교인들은 생명과 자연을 지키는 지율 스님의 의로운 싸움에 동참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날 '환경을 생각하는 전국 교사 모임' 소속 5백명의 교사들도 선언문을 발표해 지율 스님의 고행을 성원했다. 이들은 "2시간 빨리 가기 위해 뭇 생명을 죽이는 고속철도 사업에 반대한다"면서 "정부는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금정산 관통 강행 결정을 철회하라"고 정부측에 촉구했다.

***청와대-정부, 묵묵부답으로 일관**

한편 지율 스님의 고행에 대해서 청와대와 정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19일 현 노선대로 경부고속철도를 강행할 것을 밝힌 뒤, 일체의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11일에도 광화문 집회를 마친 뒤 부산 지역 시민종교대책위 대표 6명이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민정수석과 면담을 시도했으나 거절당했다.

문재인 민정수석은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까지, 천성산·금정산 고속철도 터널 관통에 반대하는 운동을 지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월 38일간의 단식 농성이 진행중일 때, 문 수석은 지율 스님을 직접 찾아서 "대통령의 뜻을 믿어 달라"면서 단식을 풀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지율 스님은 "노무현 대통령도 후보 시절 터널 관통 공사는 '영남의 맥을 끊는 일'이라고 나에게 얘기했었다"면서 노 대통령과 문재인 수석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구간은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인 대구-부산 118.3km 구간의 일부로 경남 양산의 천성산과 부산 금정산의 터널 공사다. 2009년 개통을 목표로 지난해 6월 일부 구간의 시공사가 선정됐으나, 불교계와 환경단체의 반발로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백지화를 포함한 노선 전면 재검토"를 약속한 바 있다.

지율 스님은 "이미 내 목숨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참여정부의 생명이기도 하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나를 죽게 놓아둔다면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 일이 될 것"이라고 대통령에게 일갈했다.

현재 평화 운동과 인권 운동을 전개하는 정토회 산하 (사)좋은벗들을 포함한 많은 단체들이 지율 스님의 단식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현재 지율 스님은 천성산에 사는 도롱뇽을 대신해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단체들은 소송인 10만명을 넘겨 지율 스님이 단식을 멈추고 다른 방법으로 천성산 살리기를 하도록 요청할 예정이다. "천성산, 금정산을 살리기 위해서 그보다 더 지율 스님만이라도 살리기 위해서, 소송인 10만명 서명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호소다. 소송인 10만명 서명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아래 링크를 통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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