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의령군이 친환경 야구장 인근 제방에 심은 무궁화나무 수십 그루가 강풍에 쓰러졌다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3여 년 동안 현장 점검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예산을 마련해 "보수하겠다"는 말은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했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졌다.
지난 8월 8일은 무궁화 날이다. 국가가 지정한 기념일은 아니지만 일본과의 경제 전쟁이 시작된 시점에 나라의 상징인 무궁화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현장을 찾았지만, 민원을 제기한 당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
오히려 몇몇 그루는 관리 소홀로 고사해 뽑혔거나 말라 있기도 했다.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실태를 물었지만 복구를 위한 예산 확보는커녕 해당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의령군은 4~5월 경이면 대대적인 제초작업을 실시한다. 하지만 많은 방문객이 찾는 친환경 야구장과 생태 체험장 주변의 미관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했다.
더위를 피할 원두막의 관리도 엉망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국가의 위기 때마다 홀연히 일어나 나라와 민족을 구했던 의병의 고장 의령이라는 명성이 일부 공무원의 나태한 행정 탓에 민족의 상징인 무궁화가 홀대받는 현장이 민망스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의령군 친환경 야구장은 연간 1만 5000여 명의 방문객이 찾는 대표적인 명소다. 많은 방문객이 찾는 장소인 만큼 3년에 걸쳐 쓰러진 무궁화 나무를 보수해야 한다는 민원을 줄기차게 제기해 왔다.
하지만 의령군 담당자는 귀담아듣지 않았다. 웃으면서 좋은 말로 시정을 요구하는 민원을 웃기지도 않은 트집으로 치부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황당함이 밀려왔다.
또 모범을 보여야 할 공무원이 나라의 상징인 무궁화를 이처럼 홀대해 왔다고 하는 씁쓸한 생각도 들었다.
단체장에게 잘 보이기 위한 일에는 발 벗고 나설 공무원이 정당한 민원에는 3년 동안이나 현장 점검조차 하지 않은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해당 공무원의 면전에서 묻고 싶은 심정이다.
다행히 4번째 민원을 제기한 9일에는 담당 공무원이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이 목격됐다.
많이 늦었지만, 민족의 자긍심을 상징하는 무궁화나무를 바로 세우고 많은 방문객이 찾는 장소인 점을 되새겨 주변 미관관리에도 철저한 의령군 행정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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