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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日 '화이트리스트' 제외 맞불 조치 보류

한일 갈등 '숨고르기'…최악 충돌 피했지만 '불확실성' 여전

정부가 8일 공개하려던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안 발표를 잠정 연기했다. 정부는 이날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 및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추진 일정을 확정 발표하지는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략물자 수출제도 변경 관련 구체적인 내용과 추진 일정은 추후 확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맞불 차원에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우호국)에서 배제하는 카드를 당분간 칼집에 넣어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일본을 전략물자에 대한 포괄 수출허가가 가능한 '가 지역'으로 분류해왔다. 일본과 미국, 영국, 독일 등 29개국이 이에 포함돼 있으며, 그 외 국가들은 '나 지역'으로 구분해 운영해왔다.

정부는 '다 지역'을 신설해 일본을 이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일본이 '다 지역'에 포함되면 포괄허가 특혜가 사라지고 건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 개별허가로 전환된다. 허가 심사 기한도 최대 90일까지 늘어난다.

다만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전략물자 지역 분류 방식과 '다 지역'에 대한 수출통제제도 적용 절차 등에 대한 내용을 확정하지는 않았다.

정부가 이 방안을 잠정 보류한 배경은 일본이 전날 수출 규제 시행세칙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외에 추가로 개별허가 품목을 지정하지 않은 것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지난달 4일 수출 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일본 기업의 수출 신청 1건을 이날 허가한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제 보복 방침이 철회된 것은 아니지만, 확전을 피하려는 '숨고르기'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고 강대강 정면 충돌을 피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일본이 포토레지스트의 한국 수출을 처음으로 허가했다"고 알리며 "일본 정부는 백색국가 제외 시행세칙을 발표하면서 기존 3개 품목 이외의 규제품목을 지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특히 "세계 지도국가답지 않은 부당한 처사이자 자유무역 최대 수혜국으로서 자기모순"이라고 일본을 비판하면서도 "우리는 일본의 경제 공격이 원상회복되도록 외교적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외교적 해법에 무게를 싣기도 했다.

다만 일본이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발효되는 28일 이후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할 방침이다.

이 총리는 "소재, 부품의 국산화를 포함한 특정국가 과잉 의존의 해소 및 대기업과 중소, 중견기업의 협력적 분업체제 구축을 위한 정책을 꾸준히 이행해갈 것"이라며 당분간 국내적 대책 마련에 주력할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 총리는 "밤길이 두려운 것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경제의 가장 큰 부담은 불확실성"이라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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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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