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 해법과 관련해 "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단숨에 일본 경제의 우위를 따라 잡을 수 있다"(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라고 말한 데 대해 정치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비판이 나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6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대해 "소가 웃을 일"이라며 "사태 해결의 관건은 기업 서플라이 체인의 정상화인데 북한과의 경협이라는 엉뚱한 솔루션을 가지고 나왔다"고 말했다. "'우리민족끼리' 잘 해 보자는 북한 중독"이라고 그는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청와대는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현실마저 부정하고 있다. 모래 속에 머리를 박은 타조 같은 어리석은 모습"이라며 "상상 속의 희망과 실현 가능한 대안을 구분하지 못하고 결국 '북한 퍼주기'의 구실을 만들어 버렸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안보도, 경제도 '우리민족끼리'라는 신(新)쇄국주의를 통해 정말 대한민국을 구한말 조선으로 만들 것이냐"며 "어제 여당과 정부 일각에서 '도쿄올림픽 불참', '도쿄를 여행금지 구역으로 설정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선수 입장에서 올림픽은 평생의 꿈과 같은 무대인데 올림픽 보이콧은 스포츠인들의 꿈을 짓밟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런 가운데 통일부는 북한 측에 도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고 한다"며 "여당에서는 보이콧 이야기하고, 정부에서는 단일팀 구성을 말한다. 모순투성이"라고 비판하거나 "도쿄 소재 아파트를 보유한 분이 장관"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남북 경협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순기능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겠다"면서도 "그러나 남북경협을 경제전쟁의 해법으로 삼기엔 당장의 상황이 너무나 급박하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SNS에 쓴 글에서 "지금 대통령이 허풍이나 칠 때인가?"라며 "핵을 절대 포기 못하겠다고 버티고, 하루가 멀다 하고 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과 도대체 언제, 어느 세월에 경제협력을 해서 일본을 이기겠다는 건가"라고 한층 강하게 비판했다.
유 의원은 "우리가 북한과 협력하면 일본경제를 단숨에 따라잡을 거라고 우리 대통령은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은 이게 정말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나?"라며 "일본의 경제보복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 일본의 보복이 시작되면 우리의 주력 산업, 수많은 기업과 국민들이 어떤 위기를 겪을지, 그 위기가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르는 마당에 '북한과 협력하면 일본을 단숨에 따라잡는다'니 대체 어떻게 이런 황당한 생각을 할 수 있는가?"라고 비난했다.
유 의원은 "일본 경제가 우리를 앞서고 있는 것은 단순히 규모가 아니라 기술이고 경쟁력이다. '일본 경제가 우리보다 우위에 있는 게 경제 규모와 내수시장'이라는 생각부터 경제를 모르는 무지의 소치"라고 문 대통령 발언을 반박하며 "핵과 미사일 기술 외에는 변변한 기술도 없는 북한과 협력해서 어떻게 일본기술을 따라잡는다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개성공단도 재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평화경제'라는 허무맹랑한 미사여구로 또 다시 국민을 기만하고 현혹시키려 한다"고 문 대통령을 비판하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사이비 이론에 빠져 우리 경제를 망쳐 놓더니, 이제는 평화경제라는 황당한 발상으로 일본을 이기겠다는 말인가"라고 거듭 비판했다.
대북 경협을 일관되게 주장해온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조차 에둘러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실효적인 것보다는 '우리에게 잠재력이 있고 미래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의 경제 난국, 특히 일본의 경제 보복을 슬기롭게 극복하자'는 미래 지향적인 말씀"이라며 "걱정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던져줬다"고 긍정 평가하면서도 "실현된다면 최고다. 그러나 지금 현재 북미관계가 완전히 개선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우리가 만약 남북 교류협력이 되고, 전쟁이 억제된다거나 통일이 된다면 수출, SOC는 물론 인구 문제 등 모든 것이 해결되고, 또 (북한은) 관광자원과 충분한 노동시장을 가지고 있다. 진짜 우리가 가야 될 길은 바로 평화의 경제라는 것을 대통령께서 지적은 잘 하셨지만 지금 현재의 돌파구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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