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명과학이 선천성 면역결핍증 환자들의 생명 연장에 꼭 필요한 약품의 생산을 중단한 것에 대해서 보건의료단체들이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보건의료단체들은 선천성 면역결핍증과 같은 1백10여개에 달하는 희귀 난치성 질환에 대한 정부의 무대책으로 50만여명에 달하는 환자와 가족들이 약을 구하지 못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의료비 때문에 벼랑 끝에 몰려 있다고 지적했다.
***LG생명과학 행태, 기업윤리 부재를 보여준 것**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보건의료산업노조 등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들의 연대모임인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29일 LG생명과학이 희귀 난치성 질환인 선천성 면역결핍증 환자들의 생명 연장을 위해 꼭 필요한 감마 인터페론의 생산을 중단한 것에 대해서 성명을 내고, LG생명과학의 비윤리적 행태와 정부의 무대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성명서에서 "한국의 대표적 기업이 얼마 되지 않은 적자를 이유로 환자들의 생명 연장에 꼭 필요한 약품 생산을 포기하는 행태는 LG그룹의 기업윤리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LG생명과학을 비판했다.
***1백10여개 희귀 난치성 질환 중 정부 지원은 8개뿐**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번 사건은 정부에게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희귀 난치성 질환에 대한 정부의 무대책이 환자들과 가족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에 따르면 현재 보건복지부가 파악하고 있는 희귀 난치성 질환은 1백10여개나 되고, 환자도 50만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정부가 정작 지원을 하는 질병은 의료비 지원 대상인 8개와 본인 부담금을 일부 인하해 주는 11개 질병뿐이다. 전체 환자 중에서 단 6%만이 혜택을 받고 있고, 나머지는 죽음 앞에 방치돼 있는 것이다.
지난 12일 '경추탈골증후군'이란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딸의 치료비를 감당 못해, 아버지가 인공호흡기를 떼내 숨지게 한 사건은 이런 희귀 난치성 질환 환자들과 가족들의 겪는 고통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것이다. 현 의료보장제도하에서는 가족 중 희귀 난치성 질환 환자가 생기면 환자와 가족들은 "환자를 살릴 것인가, 가족을 살릴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야만적 상황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정부, 본인 부담금 상한제 도입해야**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선천성 면역결핍증 환자들의 경우처럼 수익성이 없는 치료 의약품의 경우 정부가 기업과 협의해 퇴출 방지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거나, 동일한 외국 약의 수입비용을 정부가 책임지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희귀 난치성 질환 치료제가 퇴출되지 않도록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더 근본적으로는 희귀 난치성 질환 환자들의 의료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계당 연 3백만원 이상, 개인당 연 2백만원 이상의 의료비는 정부가 부담하는 본인 부담금 상한제를 정책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들의 절박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003년도에 단 2백63억만을 희귀 난치성 질환자에게 지원하고 있고, 집권 2년째에 접어드는 2004년에도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예산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모든 의료비의 80%를 정부가 부담하겠다"고 대선 때 공언했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