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가 웹하드 카르텔의 성폭력 산업을 제대로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 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페미시국광장 4차 - 웹하드 카르텔 양진호는 아직도 처벌받지 않았다' 집회를 개최하며 이같이 요구했다. 이들은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지난달 30일 '웹하드 카르텔' 구성 및 음란물 유포 혐의로 추가 기소된 소식을 환영하면서도 여전히 웹하드 카르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센터(한사성) 피해지원국 국장은 "양진호는 불법촬영물을 유통하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영상물 삭제를 원하는 여성들의 돈을 뜯어내고 또 헤비업로더들을 이용해 2000억이 넘는 재산을 모았다"며 "이 거대한 시스템의 중심에 있는 양진호는 방조범이 아닌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검찰이 양 회장에게 적용한 저작권법 위반 방조, 성폭력처벌법 제1항과 2항의 방조, 정보통신법상 음란물 유포 방조 등 죄명을 언급하며 "결국, 중요한 성폭력처벌 관련해서는 방조죄를 적용했다"며 "이렇게 기소를 했던 검찰이 또 다른 양진호들은 제대로 수사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웹하드 카르텔'은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소유한 웹하드 업체를 중심으로 불법촬영물이 저장되고 유통, 판매된 구조를 말한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양 회장이 소유한 웹하드사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는 음란물 헤비업로더들과 계약을 맺고 음란물 업로드의 대가로 이들에게 수익금을 배분한다. 웹하드사는 이러한 음란물을 사실상 방치한 채 다운로드 수수료로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인다.
'웹하드 카르텔'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만든 이선희 경계넘어교육센터 대표는 "웹하드라는 공간은 남성들에게 삐뚤어진 욕망을 자극하고 용인하고 일상화한다"며 "양진호가 웹하드 업계의 황제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게 무엇 때문이겠느냐"며 반문했다.
이 대표는 "양진호는 대용량 서버를 가지고 헤비업로더들을 고용해 전 세계 어마어마한 양의 음란물을 저장했다"며 "웹하드사부터 필터링사, 공유기술업체, 삭제업체, 서버관리업체 등을 운영한 범죄의 주범이자 이 범죄 카르텔의 설계자"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양진호 회장이 구속됐으나, 여전히 제 2, 제3의 양진호 회장은 건재하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불법촬영물은 단순히 찍히고 유포되는 것이 아니라 인격을 말살당하는 것"이라며 "불법촬영 피해자들은 비디오 콘텐츠 안에서 프레임으로 잘게 조각나 죽임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위원장은 "작년 가을 법사위에서 불법촬영물 관련한 법안을 검토하는 자리에서 국회의원들의 무관심하고 안일한 태도에 말문이 막혔다"며 "유포한 이들을 성범죄자로 분류하는 것이 과하다는 의견도 있었다"고정치권의 안일한 인식을 비판했다.
신 위원장은 "김학의 사건, 장자연 사건, 버닝썬 세 사건은 각기 다른 사건이지만 남성연대를 위해 여성을 도구화해서 성착취한 사건"이라며 "이를 덮어주는 공권력은 여성착취의 공범이다"고 말했다.
한사성에서 피해촬영물을 검색하고 삭제하는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힌 신영미 활동가는 "여성들은 어디를 가든 어딘가에 카메라가 설치된건 아닌지 주변을 돌아보고 두려움을 느낀다"며 "이런 세상은 누가 어떻게 만들었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신영미 활동가는 "영상물을 삭제해도 제목만 바꿔 올라오거나 일정기간 지나 다시 유포되는걸 보면 자괴감이 든다"며 "한동안 불법촬영물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면서 사이트들이 움추러드는 듯 했으나 별일 없이 지나가는 분위기가 되자 '그대로 운영한다'는 공지글이 전면에 올라온 사이트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70여명의 사람들이 참여해 '모니터 속의 양진호 부수기'와 '양진호 유죄 선고하기' 퍼포먼스를 벌였다. '페미시국광장-다시쓰는 정의, 검경개혁 여자들이 한다'는 9월 27일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 6시 30분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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