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심각한 외교적 분쟁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이어지는 국면이 계속되는 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미국 정부가 마침내 중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30일(현지시간) 영국의 <로이터> 통신이 미국 정부 고위 관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게 협상할 시간을 갖기 전까지 '분쟁 중지 협정(standstill agreement)'에 서명할 것을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추가 분쟁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 상태로 '동결'한 후 협상 시간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미국이 일단 싸움부터 말리고 나선 것은 한일 분쟁 양상이 장기화될 경우 한미일 삼각동맹에도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한일 양국이 모두 원한다면 개입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두 동맹국의 갈등이 당사국들만으로는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적극적 개입으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보도에 인용된 미 고위 당국자는 "미국 정부는 한일 분쟁 해결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한일 외교장관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일, 미일, 한미 간에도 여러 채널로 (한일) 갈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중이라는 것을 말씀드린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분쟁 중지 협정) 이런 말이 나오는 건 그만큼 한일간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서 여러 갈등 상황에 대한 우려를 (미국이)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길 원하지 않는 것"이라며 "외교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외교적 해결할 방안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한일 외교장관 함께 만날 것"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태국 방콕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국 간 갈등에 중재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강경화 외교장관을 만나고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을 만날 것"이라며 "그리고 나서 두 사람을 함께 만나 그들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8월 2일 ARF 외교장관회의를 전후해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을 폼페이오 장관이 공식화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8월 2일 각의를 열고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대상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응해 한국에서는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끝내 한국을 배제할 경우, 대북 정보 교류에 초점을 맞춘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 협정을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매년 자동적으로 갱신하도록 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분쟁 중지 협정'에 한일 양국이 서명할 것을 촉구한 것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수출규제를 철회하지는 못한다고 해도 최소한 양국의 추가 보복 조치라도 막아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고, 한국은 군사정보보호협정을 폐기하는 식으로 쌍방의 추가 보복조치로 확전이 될 경우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공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미국 정부 내에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ARF 한미일 외교장관 회동이 한일간 대화가 갈등 해결의 접점을 찾아낼 계기로 이어질 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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