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사우디아라비아 등 당초 이라크에의 대규모 파병을 기대했던 국가들이 한국 한 곳만 빼고 잇따라 파병불가 방침으로 급선회하자, 부시 미정부가 크게 당황해 하고 있다.
당초 이들 국가로 하여금 대규모 군대를 파병케 한 뒤 이라크 주둔미군을 줄임으로써 내년 대통령선거에서의 부담을 최소화하려 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계산이 어긋나고 있기 때문이다.
***럼즈펠드, "터키, 파병 못할 가능성 있어"**
21일(현지시간) AFP통신,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상반기에 이라크에 주둔 중인 13만2천명의 미군 가운데 상당 부분을 다른 부대로 교체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순환배치가 이라크 주둔 중인 미군의 감축과 함께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이라크 주둔 미군 감축은 이라크 안보 상황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해 내년이후 단계적 감군 계획을 부인했다.
그는 이어 "미군 순환 배치 상황은 부분적으로 이라크 치안 담당 임무가 얼마나 빨리 이라크인 군대로 이양될 수 있는지와 얼마나 많은 다국적군이 미군 주도 연합군에 기여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며 "우리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기간 내내, 필요로 하는 많은 군대를 주둔시켜야 한다"고 말해, 최근 각국의 파병 철회로 이라크 주둔 미군의 조기 감축이 힘들어졌음을 시사했다.
럼즈펠드는 '미 국방부는 2005년 중반까지 이라크 주둔 미군 수를 5만명까지 낮출 출구전략을 마련중'이라는 지난 19일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대해서도 "1년 뒤는 물론이고 6개월 뒤의 미군과 연합군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해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부인했다.
럼즈펠드는 이날 공식적으로 터키의 파병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럼스펠드는"터키 정부는 터키내 모든 정당 뿐만 아니라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까지 만족시키는 방법을 찾아야만 파병하겠다고 말했다"면서 "터키군이 이라크인들의 반대로 인해 파병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군 수뇌부 잇따라 감군에 대해 비관적 전망**
럼즈펠드뿐 아니라, 다른 미군 수뇌부들도 이라크 주둔미군의 감군이 힘들어졌음을 시인하는 발언을 잇따라 하고 있다.
리차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도 지난 20일 "이라크에서 필요로 하는 미군 숫자는 상황에 달렸다"고 말하면서 "2005년까지 점차적으로 이라크 주둔 미군을 5만명까지 감축할 것이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내년 4월부터 이라크 주둔 미군사령관을 맡는 육군 3군단장인 토마스 메츠 중장은 도리어 지난 18일 이라크 티크리트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라크에서 미군은 앞으로 2번 정도 순환배치를 받을 것"이라며 2006년도까지 미군이 이라크에 주둔할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현재의 악화되는 이라크 정황과 이에 따른 외국의 파병 거부로 인해 앞으로 최소한 3년은 이라크에 주둔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을 드러낸 것이다.
***美, 마땅한 대책 없어 전전긍긍**
이같은 미 군수뇌부의 잇따른 발언은 미군이 그동안 원해온 다국적군 구성이 난관에 부딪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미국은 그동안 파키스탄, 터키, 방글라데시, 한국 등이 대규모 군대를 이라크에 파병하면 이라크 주둔 미군 가운데 상당수를 철수시킬 계획을 세워왔다. 하지만 한국만 빼고 최근 파키스탄, 터키, 방글라데시 등이 잇따라 파병불가입장을 밝히자 이에 대한 대응책에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AFP통신은 이와 관련,"미국은 다국적군이 구성되지 못할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아직 구체적 대안을 세우지 못하고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가 말로는 대응 계획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나 그것이 무엇이고 대체군은 어디서 올 것인지 등에 대해선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국적군이 구성되지 못하는 경우에는 미국내 주방위군과 예비군 및 해외 주둔 미군을 이라크에 투입하는 길밖에 없어 보인다. 미국은 현재 이라크 주둔미군과 미국내 주방위군과 예비군을 이라크 주둔미군과 순환배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나, 이에 따른 미국내 정치적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국방부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이라크 주둔미군 가운데 주방위군과 예비군의 사기저하와 불만이 위험수위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라크전 장기화에 따른 지지율 급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부시로서는 더없이 곤혹스런 상황전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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