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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주익 위원장 생애 '마지막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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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주익 위원장 생애 '마지막 인터뷰'

자살하기 하루전 <시민의신문>과, "투쟁 외롭지 않다"

17일 자살한 한진중공업 김주익 노조위원장(40)이 자살하기 전날인 16일 오후 5시쯤 약 15분간 <시민의 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김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노조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돌파구가 필요했다"며 자신의 1백29일째 고공투쟁의 이유를 밝혀, 그의 자살 역시 '돌파구' 마련 차원에서 단행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시민의 신문>의 양해를 얻어 당시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을 싣는다. 편집자

***김주익 위원장, 생전 마지막 인터뷰**

전화에서 들려온 김주익 위원장의 목소리는 오랜 고공시위로 약간 지쳐있으면서도 담담한 느낌이었다.

"다른 어떤 걱정이나 두려움은 없습니다. 올라오면서 노조원들과 약속을 한 게 있습니다. 임단협을 승리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이번 싸움에서 노조 생존권을 지켜내야 합니다. 이것에 대해 전체 조합원도 함께 절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투쟁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보여줬다.

초등학교 1학년, 3학년, 5학년에 다니는 세 자녀를 두고 있는 김 위원장은 "가족들과 전화통화를 매일 하고 있기 때문에 가족이 보고싶은 감정도 참을 수 있고, 투쟁이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위험한 고공시위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회사에서 노조원들에게 집회를 불허한다고 통보하자 노조원들이 회사로부터 찍힐 것을 두려워해 집회에 참석하지 않아 어떻게든 노조원들의 힘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가 노조원을 통제해 노조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노조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돌파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자신이 크레인서 고공시위를 한 다음부터는 노조원들도 투쟁의 속도가 붙은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그 동안 김 위원장은 크레인 내 운전실에 좁은 공간에서 잠을 잤다. 또한 식사는 조합원들이 밑에서 밧줄을 통해서 운반해 줬다.

고공시위을 하면서 가장 불편한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물이 없으니까 씻는 게 가장 큰 문제이지요. 머리는 삭발을 하고 올라와서 괜찮지요"라며 전화상으로 멋쩍은 웃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임단협 협상이 잘 진행되더라도 지도부는 현재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은 "구속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라는 말로 자신의 구속여부와 상관없이 임단협만을 생각했다.

다음은 <시민의 신문>이 김 위원장과 인터뷰한 일문일답.

시민의 신문 : 35미터 높은 곳인 크레인 위에서 고공시위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주익 위원장 : (한숨을 내쉼) 그때 우리가 작년 3월 회사가 구조조정을 하려고 하는 것 때문이었어요. 2002년 3월 임단협 당시 우리가 참 많은 투쟁을 했어요. 하지만 조합원이 대단히 회사측에 대해 두려워했어요. 집회를 해도 회사가 조합원을 통제했고, 회사가 집회 나가지 말라고 하니까 노조원들이 회사에 찍힐 까봐 집회에 나오지 않았어요. 노조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지요. 돌파구가 필요했어요. 임금도 2년 동안 한번도 인상되지 못했어요. 생존권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었어요. 이런 극단의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어요.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시민의 신문 :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는지요. 또한 가족들이 보고싶지 않은가요. 그 위에서 홀로 투쟁하는데 외롭지는 않으신지요.

김 위원장 : 집사람과 2남1녀를 두었지요. 초등학교 1학년, 3학년, 5학년 이렇게 있어요. 전화는 매일 하기 때문에 외롭지 않아요.

시민의 신문 : 김 지회장님의 고공시위에 대한 사측의 반응은 어떤가요.

김 위원장 : 노조에서 86일째 파업을 하고 있어요. 사측에서는 파업을 해산하면 교섭을 하겠다고 하지요. 또 크레인서 내려오면 교섭을 하겠다고 합니다.

시민의 신문 : 언제까지 위에서 투쟁하실 건가요.

김 위원장 : 이 위에 올라오면서 우리가 다음날 조합원들한테 약속 한 게 있어요. 이 투쟁이 '교섭'으로 합의가 될 때까지 계속 할 거라구요.

시민의 신문 :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숙식은 어떻게 해결하셨는지요.

김 위원장 : 네 괜찮습니다. 크레인 내 운전실이 있거든요. 덤프트럭 운전석 같은 곳을 보면 조그마한 쉬는 공간이 있거든요. 크레인 뒷 좌석에 좁은 공간에서 잠을 잤어요. 식사는 조합원들이 밑에서 밧줄을 이용해서 공급해 줬어요.

시민의 신문 : 제일 큰 불편함은 무엇인지요.

김 위원장 : 씻는 게 가장 불편해요. 위에는 물이 없으니까요.

시민의 신문 : 머리감는 것이나 면도, 목욕을 못하시겠네요.

김 위원장 : 올라오기 전에 삭발을 해서 머리감는 것은 괜찮아요. (웃음) 면도나 목욕은 전혀 못해요.

시민의 신문 : 지도부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으로 아는데요. 혹시 임단협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회사측에서 체포영장 발부된 것이나 손해배상 가압류 청구된 것을 철회시켜줄 전망은 없나요.

김 위원장 : 어느 사업장을 봐도 체포영장이나 손배 가압류를 철회한 전례가 없어요. 임단협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구속되겠지요. 재판을 하더라도 구속은 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시민의 신문 : 노조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김 위원장 : 크레인 올라와서 40일째 되던 날 한진중공업 노조원들이 전면파업을 했어요. 지금은 86일째인데요. 투쟁 전에 회사에 대한 두려움이 있던 노조원들이 바뀐 것 같아요. 이번 싸움에서 노조의 생존권을 지켜내는 것이라고 절감하고 있어요. 전체 조합원이 절감하고 있어요. 끝까지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해 싸울 것입니다.

시민의 신문 : 혹시 어떤 두려움같은 없나요.

김 위원장 : 올라오면서 각오를 단단히 했어요. 다른 어떤 걱정이나 두려움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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