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증가하는 이주민 수
우리나라도 빠른 속도로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2016년 말 기준으로 외국인주민 수가 176만 명에 이른다. 통계가 시작된 2006년에 54만 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보면 10년 새 3배가 넘게 증가했다. 이주민 인구 증가율은 단연 세계 1위다. 전쟁이나 천재지변도 없이 인구 구성이 이렇게 급변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과연 10년 새 다문화 수용성도 함께 늘었을까? 이에 대한 답은 결코 긍정적이지 못하다. 다문화사회에 대한 준비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에만 온전히 맡겨놓을 수 없는 이유이다. 정부와 함께 시민사회 각계각층의 노력이 함께 따랐을 때만이 더불어 살아가는 바람직한 다문화사회로 진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 법인(더큰이웃아시아)이 2011년 4월 '아시아다문화소통센터'라는 비영리민간단체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제1의 이주민 도시'로 나아가는 화성시
내가 살고 활동하는 지역은 경기도 화성시이다. 전체 주민의 7.4%가 외국인주민인 화성시는 이제 전국에서 손꼽을 정도로 이주민이 많은 '제2의 이주민 도시'가 되었다. 양감면의 경우 이주민의 비율이 66%로 주민 3명 중 2명이 이주민이다. 이미 널리 알려졌듯이, '국경없는 마을'이 있는 안산시가 명실상부한 제1의 이주민 도시라면, 안산시의 포화상태로 인해 그 주변인 시흥시, 수원시, 그리고 화성시가 제2의 이주민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화성시는 내용적으로 보면, 전국 제1의 이주민 도시라 할 만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주민이 많은 다른 지역들은 이주민 밀집주거지역이 있다는 점과 중국(한국계 포함) 이주민이 무척 많다는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다. 이에 반해 화성시는 특정한 이주민 밀집주거지역이 없음에도 전반적으로 이주민 비율이 높은 거의 유일한 지역이다. 또한 다른 이주민 도시에 비해 중국 이주민의 비율이 현저히 낮은 편이다. 대신 전국에서 가장 다양한 나라의 이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태국인이 8만2000여 명이다. 이 중 7500명이 화성시에 거주한다. 전체 태국인의 10%에 육박한다. 필리핀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도시도 화성시이고, 네팔인, 캄보디아인, 인도네시아인, 미얀마인, 스리랑카인, 방글라데시인, 몽골인 등 주요 9개 나라 국적의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도 바로 화성시이다.
이처럼 화성시는 실제 내용에 있어서 안산시를 뛰어넘는 사실상 '제1의 이주민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우리가 사는 마을은 작은 세계이며, 지구마을은 내가 사는 큰 터전이 되었다.
아직은 갈 길 먼 사회적 배려
이처럼 빠른 속도로 이주민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으나 우리 사회의 다문화 수용성은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다문화에 대한 수용도는 최근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의 다문화 수용성 지수가 2015년에는 54점이었으나 2018년에는 52.8점으로 떨어진 것이다.
다문화 이해를 위한 사회교육은 어떤가? 이것 역시 뒷걸음질 치고 있다. 최근 1년간 다문화 교육에 참여한 성인의 비율이 3년 전 5.5%에서 4.6%로 줄었다. 다문화 인식 개선을 위한 시민교육과 캠페인 등 전방위 노력이 절실하다.
다문화 수용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로 시립도서관이 보유한 다문화 도서 비율을 보자.
이주민 7.4%의 도시인 화성에 있는 시립도서관의 다문화도서 보유율은 2% 남짓이고, 1%에도 못 미치는 시립도서관까지 있는걸 보면 여전히 화성시의 이주민 체감 지수는 무척 낮은 걸 확인할 수 있다. 최소한 5%를 배려하자는 사회적 캠페인이 절실한 때다.
선주민·이주민이 더불어 발전하는 가치지향 공동체를 향해
화성시는 다문화도시 안산시에 버금갈 만큼 빠르게 이주민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주민과 함께하기 위한 행정이나 민간의 역량은 여전히 취약하다. '국' 체제에 공무원만도 27명이나 되는 안산시에 비해 화성시는 여전히 '팀' 체제에 3명의 공무원이 5만여 명의 이주민을 지원해야 한다. 민간단체도 안산시에 비해 5분의 1이 채 안 되는 듯하다.
그래서 우리 법인이 만든 '아시아다문화소통센터'에는 늘 이주민이 넘쳐난다. 2011년 창립한 후 해마다 건물을 1개 층씩 늘려 지금은 본관 4개 층과 별관 2개 층에 총 800평방미터(m2)의 공간을 사용하지만, 지금도 우리 센터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겠다는 이주민을 다 수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이주노동자가 전국 1위인 화성시의 특성상 일요일에만 시간이 되는 이주민들로 인해 주말에는 300명이 넘는 이주민이 몰려와 센터 건물 전체가 시장통이 된다.
우리 법인 창립 초창기인 1기 3년간(2011~2013년) 우리 센터는 지역사회에서 우리의 존재를 알리고 이주민과 지역주민들이 필요해서 찾는 공간으로 자리 잡는 일이 주된 과제였다. '플랫폼(platform)' 전략에 따라 교육과 상담을 주된 사업으로 수행해 왔고, 이때 만든 '아삭작은도서관'이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1기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안착한 후 2기 3년간(2014~2016년) 우리 법인은 그간 필요에 따라 '지나가는 공간'을 넘어 '와서 머무는 공간'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른바 '커뮤니티(community)' 전략에 따라 공동체 밥집도 만들고 이주민의 재능을 살려 전문성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주여성들로 구성된 다국어 동화구연 '아삭동아리'와 선주민·이주민 함께 하는 '세계시민강사단'은 지금도 아시아인들을 이웃처럼 서로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한 방과후 공부방을 열어 이주민 자녀를 마을에서 함께 키우는 자녀교육공동체를 만들었다. '차오름공부방'은 지금도 정부의 보조 없이 지역사회의 후원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2기 활동을 통해 공동체 형성과 이주민의 전문성을 높이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우리 법인은 3기 3년간(2017~2019년) 공동체의 실천 활동력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선주민과 이주민 구별 없이 함께 어우러져 사회 보편의 가치를 배우고 생활 속에서 착한 실천을 하는 가치 지향의 공동체로서 '페어라이프(fair-life)'를 실천해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꿈을 이루어나가는데 역시 가장 큰 힘의 원천은 이주민 스스로가 조직되고 주체화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우리 법인은 이주민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이주민 속에서 리더십을 강화되도록 하는 길에 늘 함께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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