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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책임 떠넘기기' 꼴불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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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책임 떠넘기기' 꼴불견

"일단 쓰고 보자", 기자들도 문제

13일 주요 방송을 포함해, 전 언론을 통해 보도된 한국교육개발원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에 대해서 교육인적자원부가 부랴부랴 해명 자료를 배포했다. 교육부와 의견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한국교육개발원의 기자 브리핑은 다름 아닌, 교육부가 주선한 것이어서 교육 관계자들의 실소를 자아내고 있다. 일단 터뜨리고 본 다음, 실현가능성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제기되자 책임전가에 나선 게 아니냐는 눈총이다.

***교육부 "의견조율 없이 일방적 발표"**

14일 교육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13일 주요 언론들이 보도한 "수능 점수제 폐지ㆍ등급제로 전환, 사교육비 경감 방안"은 "한국교육개발원이 연구자의 입장에서 전문가 정책토론회 등을 통해 제안되었던 내용중 사교육비 경감 방안으로 가능한 모든 자료를 수합한 것으로 교육부와 사전에 의견조율을 거치지 않은 상태로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교육부는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다양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보고서를 제출해오면, "실현가능한 방안을 취사선택하고, 부서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방안을 종합해 12월말까지 사교육비 경감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교육부의 해명을 들으면 한국교육개발원이 주무 부처인 교육부와 사전조율도 없이 기자 브리핑을 자청한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사실 이번 한국교육개발원의 브리핑은 교육부가 주선한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자 입장에서 이런 브리핑 자리는 불편해"**

이미 교육부는 지난 8일 서범석 차관이 직접 기자들을 대상으로 "사교육비 경감대책 추진현황 보고 및 향후계획 협의"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11월14일부터 시작되는 공청회 내용을 공개할 것을 기자들이 강력하게 요구했고, 마침 13일 오전에 노무현 대통령의 "연말 강도 높은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언에 맞춰 마련된 자리가 한국교육개발원의 보고서 브리핑이었던 것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브리핑 자리에서 보고서를 발표한 한국교육개발원 최상근 학교교육연구본부장은 실현가능성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이번에 발표하는 방안은 단순한 중간 연구 결과이기 때문에, 연구자 입장에서 사전에 이런 브리핑을 하는 것은 불편하다"면서 "교육부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 지금까지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분명히 이날 기자회견이 '교육부 요청'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브리핑 자리에 있던 교육부 실무자도 일부 획기적인 내용이 가져올 파장을 의식한 탓인지, "단지 아이디어일 뿐이라면서, 20년 후에나 가능할 중장기적 방안이 포함돼 있어 연말의 최종안에 포함될지는 미지수"라고 한걸음 발을 뺐다.

여물지 않은 정책을 서둘러 발표한 뒤, 파장이 커지자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 교육부가 연말에 과연 실효성 있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일단 쓰고 보자" 기자들도 문제**

이번 해프닝에는 일부 기자들도 한몫했다. 내용의 민감함 때문에 브리핑 자리에서 한국교육개발원과 교육부 관계자들은 "가능한 모든 아이디어들을 열거한 것뿐이므로, 보도에 신경을 써 줄 것"을 여러 차례 기자들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일부 기자들이 보고서 내용이 교육부가 연말에 내놓을 사교육비 경감 대책에 포함될 주요 내용인 것처럼 부풀려 보도했고, 다른 언론들의 "따라가기 식" 보도 행태로 각 언론에서 대서특필되었던 것이다.

오락가락하는 정부를 견제해야 할 언론들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긴 꼴이 되어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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