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요충지이자 세계 최대의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미군 무인항공기(드론)가 이란에 피격된 지 약 한 달 만인 18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드론을 격추했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의 민간선박 보호를 위한 연합체 구상을 추진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직접 선박 보호에 다른 나라의 동참을 요청한다고 밝히는 등 미국은 군사 안보 측면에서 이란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아울러 이날 미 재무부가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하고 국무부는 이란의 외국 유조선 억류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경제·외교적으로도 압박 수위도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와 회담한 뒤 취재진에 "해군 강습상륙함인 복서(Boxer)함과 관련해 오늘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어난 일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다"며 이란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드론이 약 1천야드(914m)가량 거리에 접근했고 물러나라고 한 것도 무시해 선박과 선원의 안전을 위협했다며 "드론은 즉시 파괴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국제 수역에서 운항하는 선박들에 대한 이란의 많은 도발적이고 적대적인 행동의 가장 최근의 일"이라며 방어적 조치였음을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또한 다른 나라들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할 때 그들의 선박을 보호하고 앞으로 우리와 함께 일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도모를 위해 구상 중인 '호위 연합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에서 각국이 자국 선박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온 트럼프 대통령이 선박 보호에서 미국과 함께 일하자고 요청한다는 것까지 직접 언급함에 따라 호위 연합체 추진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미국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잇따라 유조선 피격 사건이 발생하는 등 위험이 커지자 민간선박 보호를 위한 연합체 구상을 추진하며 '호르무즈 해협 호위' 동참을 관련국들에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국무부와 국방부는 19일 자국 주재 외교단을 대상으로 '해양안보계획' 합동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미국 측은 몇몇 나라로부터 동참에 대한 긍정적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밝히면서 이 구상이 이란에 대한 군사적 연합의 성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란 군부는 "미국은 페르시아만(걸프 해역)에 들어올 때마다 강한 심리적 압박을 받은 나머지 지옥처럼 느끼게 될 것"이라며 강경한 대응을 예고, 군사적 긴장 격화는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일련의 상황과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이란이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걸프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미 재무부는 이날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관련된 개인 5명과 7개 기관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란이 국제사회와 맺었던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상한(농축도 3.67%)을 넘겨 우라늄을 농축했다고 이달 초 발표한 뒤 미국이 처음 가한 제재다. 이조치는 "이란의 발표 이후 미국이 취한 첫 번째 징벌적 조치"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또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이 외국 유조선 1척과 선원 12명을 최근 억류한 것과 관련, "이란은 억류한 선박과 선원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밝히며 이란에 대해 불법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미국은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이 계속해서 선박들을 괴롭히고 호르무즈 해협 안팎에서 안전한 항행을 방해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 자유와 안전 보장을 강조했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 요인이 산재한 상황에서 양측 입장은 사실상 '평행선'을 달려 당분간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호르무즈에서의 갈등과 긴장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이란은 이곳을 폐쇄하겠다고 자주 위협해 왔다"며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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