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이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이유로 북미 간 실무 협상 개최 여부를 저울질 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 이유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시간을 벌기 위한 의도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18일 발표한 '북한 정세 브리핑' 자료에서 북한이 오는 8월로 예정돼있는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인 '19-2 동맹' 연합위기관리연습(CPX)과 북미 실무협상 개최 여부를 연계시키는 이유는 "'핵동결 입구'라고 하는 미국의 새로운 계산법에 대한 분석과 대응책 마련을 위한 시간벌기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북한은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충격을 받지 않기 위해 치밀하고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날 연구원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성기영 책임연구위원은 "19-2 동맹 훈련은 한미 간에 이미 결정됐던 사안이고 북한도 이 훈련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럼에도 훈련과 실무접촉을 연계한 것은 모종의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시간벌기뿐만 아니라 북미 실무접촉을 앞두고 미국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주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기동 연구원 부원장 역시 "북한이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분명한 입장을 강경한 표현을 사용해서 발표해야 하는 분야가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라며 북한의 이러한 입장이 북미 실무협상 자체를 거부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부원장은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미국과) 실무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했다"며 "이는 조건과 상황 변화에 따라 (북한 입장이)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연구원은 최근 미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핵 동결 입구론'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외교적 승리'로 포장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이 스스로 연말로 북미 협상의 시한을 설정한 것은 미국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었던 반면 북한 스스로 운신의 폭을 제한하는 자충수로도 작용했는데, 미국의 이러한 입장이 북한의 숨통을 틔우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임수호 책임연구위원은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동결과 감축, 폐기로 진행하는 프로세스를 언급하고 있는데 여기서의 핵심은 감축"이라며 "북한이 감축 단계가 새로 들어갔다는 부분을 성과로 내세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북미 양측 사이에 단계적인 비핵화는 합의된 사항이었는데 미국은 합의 자체를 포괄적으로 하자고 했고 북한은 단계별로 성과를 보고 나서 그 다음 단계를 합의하자는 것이었다"며 "미국이 포괄적 합의를 포기한 건 아닌데 최종적 목표와 비핵화 정의에 대해 북미 양측이 얼마나 창조성을 발휘하느냐의 쟁점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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