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와 환경단체의 반발로 노선 결정이 미뤄졌던 경부고속철도 천성산ㆍ금정산 구간이 당초 정부 계획대로 추진된다. 역시 논란이 되었던 북한산 국립공원내 사패산 터널 공사는 일단 유보되었지만, 정부안 강행 목소리가 높아 불교계 및 환경단체와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 "경부고속철 금정산ㆍ천성산 터널 공사도 진행"**
정부는 19일 오후 5시 고건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논란이 되고 있는 경부고속철도 금정산ㆍ천성산 터널 공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논란이 된 구간은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인 대구-부산 118.3km 구간의 일부로 경남 양산의 천성산과 부산 금정산의 터널 공사다. 2009년 개통을 목표로 지난해 6월 일부 구간의 시공사가 선정됐으나, 불교계와 환경단체의 반발과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백지화를 포함한 노선 전면 재검토"를 공약하면서 사업이 잠정 중단된 후 논란을 빚어왔다.
건설교통부는 불교계와 환경단체가 주장한 새로운 노선으로 공사할 경우, 공사 기간이 7년 늦어지고 18조원 가량의 사회ㆍ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면서 정면 반발해 왔다. 또 건설교통부는 대안 노선인 대구~부산 직선화 노선은 10여년 전에 비교ㆍ검토했을 때 기존 노선에 비해 경제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고, 경주ㆍ울산ㆍ포항권의 지역갈등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정부의 결정은 이런 건설교통부의 입장과 조기 개통을 요구해 온 부산 경제계 등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불교계와 환경단체는 수행 환경 침해와 가지산도립공원 등 자연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다고 기존 노선을 반대해 왔다. 불교계와 환경단체는 기존 계획노선(대구~경주~천성산~금정산~부산역) 대신 경부선 철도에 근접한 대구~부산 직선노선을 주장했다.
***정부, "북한산 관통노선 일단 결정 유보"**
한편 2001년 11월 이후 1년10개월간 공사가 중단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한산 관통구간(북한산 국립공원내 사패선 터널)은 결정을 일단 유보하고, 공론조사 후 합의를 다시 도출하기로 했다.
정부는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그간 불교계에 제의했던 공론조사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최선을 다하기로 하고, 불교계와 환경단체 등에 공론조사에 참여하도록 한 번 더 권유하겠다"고 밝혔다.
공존조사란 여론조사와 달리 찬반양측에 자료를 제공한 뒤 토론을 벌인 뒤 정부가 최종입장을 정하는 방식으로, 약 세달의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강행 방침을 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져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는 환경보호, 경제성, 고속도로 기능 등을 고려했을 때, 대안으로 검토한 우회노선이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번 유보 결정도 불교계와 환경단체 등을 의식한 청와대의 강력한 반발이 영향을 미쳐 잠정적으로 내려진 결정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대안으로 검토한 북한산 외곽 우회노선이나 의정부 우회노선은 기존 노선보다 산림훼손 등 환경훼손이 1.6배에 달하고, 주택 지역을 통과하고, 통행거리가 늘면서 연간 8백2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산 관통도로는 수도권 지역 교통난 해소를 위해서 서울시 외곽을 원형으로 순환하도록 건설 중인 총 1백30km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가운데 일산에서 퇴계원에 이르는 36.3km 구간 일부로, LG건설 등 9개 건설업체가 시행사로 참여해 지난 2001년 6월 착공했으나 불교계와 환경단체의 반대로 같은 해 11월 공사가 중단됐다. 불교계와 환경단체는 수행(修行) 환경 침해와 국립공원 보호 등을 반대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불교계-환경단체, "결사항전할 것"**
한편 불교계와 환경단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사실상 두 사업 모두 "강행하겠다"는 정부의 의중을 비친 것이기 때문이다.
사업 시행 시작 단계인 경부고속철도 금정산ㆍ천성산 구간이 강행 결정이 내려진 것을 염두에 둔다면, 사업 완료 단계인 사패산 터널 역시 강행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언급한 사패산 터널 공론조사도 일종의 '강행을 위한 시간끌기'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불교계 등은 "이번에 강행 결정이 내려진 경부고속철도 금정산ㆍ천성산 구간이나 사패산 터널은 모두 노무현 대통령이 백지화 등을 약속했던 사업"이라면서 "결사항전하겠다"고 밝혔다.
경부고속철도 금정산ㆍ천성산 구간 반대 사업을 이끌어왔던 환경단체 관계자는 "금정산ㆍ천성산 구간은 문화재 파괴, 생태계 훼손 외에도 안전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서 "앞으로 결정 철회를 위해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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