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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경제‧안보 질서 흔드는 아베 '개헌선' 확보하면…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 3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취한 데 이어 다음 달 한국을 수출우대국 대상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방침까지 공식화했다. 일주일 뒤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를 겨냥한 아베 신조 정부의 한국 때리기가 최고조로 치닫는 양상이다.

21일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는 아베 총리의 '필생의 과업', 즉 개헌의 성패가 걸린 선거다. 총재 연임을 3선으로 제한한 자민당 당규가 유지된다는 전제로, 그가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는 기한은 2021년 9월까지다. 아베 총리는 남은 임기 안에 개헌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을 태세다. 그는 이번 참의원 선거를 "개헌을 위한 선거"라고 명명했다.

핵심은 현행 헌법 9조 개정이다. 2차 대전 패전에 따라 만들어진 평화헌법 9조는 일본의 교전권과 전력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전후 체제 극복을 정치적 숙원으로 삼는 아베 총리와 개헌파는 이 핵심 조항을 바꿔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려 한다. 개헌을 통해 일본이 '전쟁 가능한 국가'로 탈바꿈하면 동아시아 안보질서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으로 개헌안을 발의한 뒤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으면 개헌이 이루어진다. 아베 총리가 개헌을 하려면 먼저 의회 내 개헌선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원 격인 중의원은 465석 중 자민당이 284석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29석과 개헌세력인 일본 유신회의 11석까지 합하면 개헌 발의에 필요한 의석수(310석 이상)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

상원 격인 참의원은 전체 245석 중 절반인 124석이 이번에 교체된다. 자민-공명 연립여당과 유신회 등 '자공유' 3당이 이번에 교체되지 않는 의석까지 합쳐 164석을 확보할지가 관건이다. 이번에 선거를 치르지 않는 의석 가운데 79석이 개헌 우호세력으로 분류돼 이번 선거에서 85석을 더하면 마지노선을 넘게 된다.

연립여당의 승리는 확정적이지만 3분의 2 이상까지 얻을 경우,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 압승을 명분 삼아 올해 안에 개헌안 제출을 완료할 계획이다.

물론 형식적인 조건이 갖춰진다 해도 개헌이 일사천리로 이뤄지기는 힘들다. 입헌민주당 등 야당과 시민사회의 개헌 반대론이 만만치 않고, 국민 여론도 개헌에 우호적이지 않아서다.

아베 총리에게 한국 때리기는 일본의 우경화를 이끌고 개헌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맞춤형 이슈다. 아베 내각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상쇄하는 정치적 효과도 발휘한다. 15일 일본 언론들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런 경향을 뒷받침한다.

<아사히신문>이 13~14일 실시해 15일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42%로 지난 달보다 3%포인트가 하락했다. 이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내각 지지율은 지난 달보다 7%포인트 하락한 49%로 집계됐다.

지지율 하락 원인은 10월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과 선거 직전 금융청 보고서를 계기로 불거진 공적연금 불안감 등 양대 이슈가 이끌었다. 아사히신문 조사에서 소비세 인상에 52%가 반대한다고 답했고, 연금 등 노후 불안에 아베 정부가 노력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2%에 달했다.

반면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강화 조치가 '타당하다'고 답한 비율은 56%로, 타당하지 않다는 응답(21%)을 크게 앞섰다.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 응답자들도 43%가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선 타당하다고 응답했다. 소비세 인상 등 내부적 논란으로 타격을 입은 아베 내각의 지지율 하락을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가 방어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의 한국 때리기는 참의원 선거를 위한 전략적 목적 이상으로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참의원 선거 뒤인 다음 달에도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경제보복 2탄'을 실제로 실행할 경우, 이는 경제 영역을 넘어 70여 년 간 유지되어온 동북아 안보 질서 전반을 뒤흔들려는 '아베 프로젝트'의 본격화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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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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