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에서 작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원작으로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연극이 준비중이다.
지난 6월 중순 4번의 시험공연을 마쳤으며 연극의 공식 초연은 오는 10월 초에 있을 예정이다.
폴란드 쿠라쿠프(Krakow)에 있는 스타리 국립극장(National Stary Theatre) 마르친 비에슈호프스키(Marcin Wierzchowski 감독은 5·18기념재단의 도움으로 연극제작이 시작될 수 있었다며 감사의 이메일과 연극장면 몇 컷을 보내왔다.
마르친 감독에 따르면 연극은 원작에 등장하는 특정 장면들을 배우들이 재현하는 형식이다.
폴란드 스타리 국립극장 관계자가 5·18기념재단에 연락을 한 것은 지난 1월이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원작으로 하여 5·18민주화운동을 조명하는 연극을 제작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요청해왔다.
폴란드는 물론 유럽 어디에서도 관련 자료를 구할 수 없으니 재단에서 협조해 달라는 이유였다. 이에 재단은 수차례에 걸쳐 관련 사진과 동영상 등을 협조했다.
당시 마르친 비에슈호프스키 감독은 동아일보 사진부 김녕만 기자가 찍은 사진 한 장을 언급했다. 고립된 광주에서 외부로 연락하려는 한 남자가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전화를 거는 장면이다. 공중전화 부스는 총탄으로 구멍이 나고 나무뿌리처럼 금이 가 있다. 5·18 소재 연극을 제작하기로 마음먹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 장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5·18기념재단은 마르친 감독이 언급한 사진의 저작권자(동아일보, 김녕만)와 연결시켜주었고, 연극 포스터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알려왔다.
연극을 직접 볼 수 없는 재단 관계자들을 위해 이메일에 덧붙인 연극 제작 과정과 의도를 전달했다. 설명에 의하면 연극은 단지 당시 광주에서의 계엄군이 저지른 만행을 재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항쟁의 과정이 연극무대에 생명을 가진 장면으로 소환되는데 맞췄다고 전했다.
감독은 ‘지역적·문화적 차이로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 했지만, 시험공연 이후 매우 기뻐했다.
마르친 비에슈호프스키 감독은 이 같은 제작 과정을 깨진 도자기의 파선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깨진 곳을 금·은으로 이어 붙이는 킨츠기(도자기 금 수리) 공정에 비유했다.
“공중전화 부스 유리벽에 거미줄처럼 퍼진 총탄이 만들어낸 파선을 킨츠기로 재탄생시키려면 얼마나 많은 금이 필요할까요? 그리고 설령 그렇게 많은 금을 다 쓴다 한들 공중전화 속의 남자가 체험한 그 절박한 5·18의 시간과 기억들이 없어질까요?”
“유리는 투명하고 깨지기 쉽지. 그게 유리의 본성이지. 그러니까 유리로 만든 물건은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거지. 금이 가거나 부서지면 못쓰게 되니까. 버려야 하니까 ...... 우린 부서지면서 우리가 영혼을 갖고 있었단 걸 보여준 거지.”
한편, 남산예술센터도 <소년이 온다>를 올해 11월 연극 무대에 올린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