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WTO 협상, 일단 결렬로 끝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WTO 협상, 일단 결렬로 끝나

미"개별 협상 추진" 경고, 한국 농업개방 약간의 시간 벌었을뿐

농업개방을 위해 개발도상국들에 대해 대폭적인 관세 인하와 보조금 삭감을 요구하는 초안을 마련했던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합의에 실패한 채 14일(현지시간) 선언문 채택 없이 폐막했다.

WTO가 선언문을 채택하려면 전체 회원국의 동의를 받게 돼 있어 형식적으로는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선언문 채택을 할 수 없다.

이번 선언문 채택 결렬로 초미의 관심사였던 우리나라의 농업시장 추가개방에 약간의 숨을 돌릴 시간을 얻게 됐으나, 대다수 회원국들이 우리나라의 농업시장 개방에 동의하고 있으며 미국이 개별협상 압력을 가하고 있어 이 문제를 둘러싼 진통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WTO각료회의 협상 결렬**

이번 각료회의 의장인 루이스 에르네스토 데르베스 멕시코 장관은 최종일인 14일 오후 6시께 1백46개 WTO 회원국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전체 회의를 열고 각료선언문 대신 짤막한 각료성명을 발표하고 회의 폐막을 공식 선언했다.

회원국 대표들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회의 참가국 모두가 DDA(도하개발어젠다) 협상 진전을 위해 건설적으로 노력했으며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며 "그러나 앞으로 DDA 협상을 타결하는 데 필요한 일부 핵심 현안에 대해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우리들은 각국 실무자들이 긴급함과 사명감을 갖고 이번 회의에서 표현된 모든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 핵심 이슈들을 계속해 논의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면서 "앞으로 WTO 일반이사회 의장이 WTO 사무총장과 협력해 오는 12월15일 이전 제네바 WTO 본부에서 각국 고위급 대표들이 참가하는 WTO 일반이사회를 개최해 조율할 것을 요구한다"고 향후 일정을 밝혔다.

성명은 이어 "이번 협상에서 각료선언문이 채택되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했음에도 불구, 우리는 도하 선언과 결정을 따를 것임을 재확인하고 이를 충실히, 그리고 완전히 이행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임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미국 당황**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14일(현지시간) 이번 협상 결렬과 관련,"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들이 유럽연합과 일본이 요구한 투자 등에 관한 새로운 규정을 거부하면서 WTO 각료회의가 혼란 속에 결렬됐다"면서 "5일간에 걸친 회담이 결렬됨에 따라 WTO는 지난 99년 시애틀 회담이 결렬된지 4년만에 중대한 타격을 받게 됐다"고 보도했다.

농업개방 압박에 대해 크게 우려했던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들은 선언문 채택이 결렬되자 "개도국의 승리"라면서 "부실한 협상타결보다는 차라리 협상이 결렬되는 게 낫다"며 크게 환영하고 있다.

반면 WTO 협상을 주도했던 미국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미국의 로버트 졸릭 무역대표부 대표는 회의 폐막후 기자들에게 "현재의 상황을 볼때 (협상을) 기한내에 타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매우 비관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미국의 AP통신은 "졸릭 대표가 비난한 나라들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입장에 가장 대척점에 서있는 세력으로 등장한 소위 20플러스 그룹으로 보인다"면서 "이 그룹은 세계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을 포함한 가장 가난한 나라들로 구성돼 있다"고 보도했다.

***WTO 협상 능력에 중대한 의문 제기**

2005년 1월1일 시한으로 잡힌 DDA협상의 중간 점검의 성격을 가진 이번 각료회의가 결렬됨에 따라 내년 3월 경 특별 각료회의를 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결렬에서 개발도상국들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WTO의 기능에 중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라킨 레드라도 대표도 "각료회의가 다시 소집될 분위기가 아니다"며 비관적 전망을 했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도 "미국은 2004년 11월에 대선이 다가오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내년에 10개 국가를 신규 회원국으로 영입하는 문제로 정신이 팔려있다"면서 "각국 외교관들은 기한내에 협상을 타결할 정치적 에너지를 결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협상이 결렬된 표면적인 이유는 이른바 싱가포르 이슈로 불리는 투자. 경쟁.무역촉진. 정부구매 투명성 등 4개 분야 협상에 대한 개발도상국들의 반대이지만 실제로는 농업.비농업 생산품에 대한 개방압력에 대한 저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회담의 결렬로 WTO 1백46개 회원국 중 4분의 3을 차지하는 개발도상국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극적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사태가 이렇게 전개되자 졸릭 대표는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 우리가 기한 내에 협상을 마무리지을 수 있을 것으로 믿기는 어렵다"면서 "회원국들이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도하 라운드의 대안으로 국가간 개별협상과 지역별 무역협상 카드를 추진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