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예정돼 있던 노무현대통령과 농민들 사이의 'FTA 국정토론마당'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멕시코 칸쿤에서의 고 이경해씨 할복자살로 농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청와대, 분노한 '농심'에 바짝 긴장**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오늘 오전 문희상 비서실장 주재로 관계수석회의를 연 자리에서 이경해씨 자살사건에 대해 얘기가 있고 상황점검이 있었다"며 "이날 회의에서 '다음 주에 열리는 FTA 국정토론마당이 이번 사태로 인해서 물리적으로 어렵지 않겠냐' '그러니까 실제로 참석해야 될 분들이 거기에 거의 관계된 분들이라서 장례식이나 이런 문제들이 있어서 어렵지 않겠느냐'는 이런 얘기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의 이같은 브리핑은 사실상 정부가 내주 예정됐던 노대통령과 농업관련 인사 1백명과의 'FTA 국정토론마당'의 무기한 연기를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초 노대통령은 앞으로 매달 한차례씩 사회갈등현안에 대해 이해당사자 1백명을 불러 놓고 직접 '국정토론마당'을 갖기로 하고, 우선 첫번째로 농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FTA협정 문제를 놓고 농민들과 공개토론을 벌일 예정이었다. 노대통령은 당초 이날 국정토론에서 개방경제하에서 FTA협정 가입의 불가피성을 놓고 농민들을 설득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농민운동가 이경해씨의 예기치 못한 자살을 계기로 농민들의 분노가 폭발 조짐을 보이자, 국정토론마당을 열어보았자 농민 설득은 힘들고 험한 분위기만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아래 일단 농민과의 토론마당을 무기한 연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경해씨 자살 소식을 접한 농민들은 지금 전국 1백75개소에 빈소를 마련해 놓고 농민들의 조민을 받고 있으며, 고인의 시신이 귀국하는대로 전국적 규모의 농민장을 치룰 계획이어서 정부와의 한 차례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한농연 중앙연합회는 전국 1백75개 분향소에 설치된 휘장에 고인을 `고 이경해 열사'로 표기하고 고인의 시신도 국립묘지에 안장해 주도록 정부에 건의하기로 해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여야 눈치보기 극성**
이경해씨 자살 소직을 접한 여야 역시 이씨 자살에 대해 '조의'를 표명하면서도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며 타당에게 책임 떠넘기기 또는 몸조심에 주력하는 분위기였다.
이는 여야가 FTA 법안을 이미 국회 상임위에서 통과시킨 데 이어, 가을 정기국회에서 이를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송태영 부대변인은 13일 이경해씨 자살과 관련, "참으로 안타깝고 비통한 일"이라며 "고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농어촌 대책을 세우고 농민의 고통을 덜어주는데 힘과 의지를 모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 부대변인은 "이씨의 자살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계속되는 농업정책 실패에 기인한 것"이라고 책임을 정부여권에게 떠넘긴 뒤 "정부는 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획기적인 농어촌 살리기 대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13일 멕시코 칸쿤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농업개방 협상에 반대, 자살한 이경해씨 사건과 관련, "한국 농업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이씨의 사망에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장전형 부대변인은 당직자회의 후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농민의 아픔과 걱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정부 당국도 국제외교적인 협상력을 적극 활용, 이씨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