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에 요청한 이라크 추가파병 규모가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1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2천명 규모로는 미국의 요구를 감당하기 어려워"**
미국은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1개 여단(3천~4천명)이 아닌 1개사단(1만2천여명)의 파병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상 대통령국방보좌관은 14일 동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이 파병 요청을 하면서 파병규모도 구체적으로 제시했지만 파병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공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1개 연대 규모인 2천명 파병설에 대해 “그 정도 규모로는 (미국측의 요구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해 미국측 파병 규모가 여단규모를 넘어서고 있음을 밝혔다.
조선일보는 15일 정부 핵심관계자의 말을 빌어 "여러 경로를 통해 파병요청이 있었고 요청 경로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1개 사단 규모"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1개 사단 규모가 한국군 편제 기준(1만2천명)인지, 미국군 편제 기준(1만8천명)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만일 1개사단 요청설이 사실이고 한국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전투병 3개 사단을 파병했던 베트남전 이후 최대규모의 파병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김희상 국방보좌관 등 파병 불가피론 강조**
정부 내에서도 파병을 둘러싼 의견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내 친펜타곤(미 국방부)파로 알려진 김희상 대통령국방보좌관은 “기왕 파병할 것이라면 확실하게 (미국 측의 요청에) 응하는 게 더 효과가 크다”고 말해 파병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방침을 보였다.
이는 한미 양국간 최대 현안인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나 북한 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입지가 훨씬 강화될 뿐만 아니라 이라크 전후복구사업 참여나 석유 에너지 확보 등 경제적인 부수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논리다.
청와대 다른 고위 인사도 “북한 핵 문제, 용사 미군기지 이전 등 이미 알려진 것 말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것 가운데 심각한 문제가 많다”면서 “정부가 선택할 여지는 그리 많지 않다”며 ‘파병 불가피론’을 강조했다.
또 청와대 한 인사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미국이 과거 베트남전 당시에도 주한미군 철수 및 베트남 전환 배치 문제로 한국 정부를 압박한 전례가 있다”면서 “미국 내부에서는 미 2사단 후방 재배치를 넘어 감축까지 고려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해 미국이 이라크 파병과 주한 미 2사단 감축 또는 철수 문제를 직접 연계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 또한 추가파병에 찬성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파병 명분도 없고 국내외 반대 여론 압도적"**
하지만 파병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청와대 고위인사는 14일 “지난번 비전투 요원을 이라크에 파병할 때보다 명분이나 안팎의 상황이 훨씬 어려운데, 미국은 더 큰 규모의 전투병 파병을 요구하고 있어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우선 치안유지군이 파견될 경우 공병, 의료부대와는 달리 인명손실의 위험부담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우려 목소리가 높다. 현재 이라크에서는 테러와 게릴라전으로 인해 미군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추가 파병 이후에도 이라크 통제에 실패한다면 자칫 ‘제2의 월남전’과 같이 오랜 기간 사막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장 큰 것은 이라크 주둔미군을 대체하기 위한 '용병'을 보내서는 안된다는 국민의 거센 반대여론이다. 지난 3월 6백50여명의 비전투병 파병때도 큰 홍역을 치렀던 전례를 볼 때 1만여명의 전투병력 파병은 거센 국민의 반발에 직면하며, 노무현 정부의 정통성 자체가 밑둥채 흔들릴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런 복잡한 사정을 고려해 이달 말까지는 뚜렷한 태도를 정하지 않은 채 미국의 평화유지군 유엔 결의 추진 상황, 일본 등 주변국의 파병 결정, 국민 여론 등을 살피면서 미국과 파병 규모, 주둔 지역, 우리 군의 임무 등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을 벌일 방침으로 알려졌으나, 미국이 오는 10월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방장관이 방한하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까지 결론을 내릴 것을 압박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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