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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 '위앤화 전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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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 '위앤화 전쟁' 본격화

중국, “부시, 대선 앞두고 희생양 찾는 격” 비판

위앤화 평가절상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간 창과 방패 싸움이 치열하다. 미국은 대통령까지 나서며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중국은 안정적인 환율이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양국 모두 환율문제는 자국내 '실업률'이라는 민감한 문제와 연관되어 있어서 양보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제조업 실업문제를 간과할 수 없는 미국에 대해선 위앤화 문제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中-美 위앤화 놓고 연일 신경전**

위앤화 평가절상 문제에 대해 세계경제계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 저우샤오촨(周小川) 총재는 지난 4일 "위앤화 가치가 저평가됐는지 아니면 과대평가됐는지의 여부를 결정하기에는 너무 이르며, 저평가됐다는 가정을 토대로 평가절상을 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밝혔다고 중국 신화사통신이 4일 보도했다.

이날 발언은 중국을 방문한 미국 존 스노우 재무장관과 만나 위앤화 평가절상 문제를 논의한 지 이틀만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난 2일 회담을 마치고 스노우 재무장관은 “중국 정부가 위앤화 변동폭 확대 정책기조를 재확인해줘 상당히 기뻤다”면서 “과도적인 조치가 현재와 더불어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란 점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소노우의 발언에 대해 인민은행장이 "무슨 엉뚱한 소리냐"며 반격을 가한 모양새다.

***中, 정치사회 안정 문제로 실업률에 민감**

이렇게 중국과 미국이 위앤화 평가절상 문제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중-미간 무역역조심화를 들 수 있다. 중국의 대미무역흑자는 지난 해 1천30억 달러에 달해 사상처음으로 일본의 대미무역 흑자규모를 넘어섰다.

막대한 무역적자외에 최근 이라크 사태 장기화로 재정적자 압박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이외에 위앤화 평가절상 문제는 모두 양국의 실업률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양국이 모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다.

저우샤오찬 총재도 이날 위앤화 환율과 관련해 기자단과 가진 회견에서 “환율문제는 각국의 실업문제에 영향을 끼치며 이는 정치화된 문제”라며 “중국은 매년 1천만 일자리가 필요해 중국의 실업문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말해, 위앤화 평가절상 반대이유와 실업률이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특히 “중국은 농업인구문제가 중요한데 위앤화가 평가절상되면 제일 먼저 농산품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고 농업부문에서 직업을 잃은 농민들은 빠른 속도로 도시로 몰려들어와 도시부문에 대한 압력은 더욱 가중돼 비농업분야의 일자리 마련이 더욱 큰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도시 지역 실업률은 작년 말 이미 2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화사통신은 "중국은 올해 도시부문 실업률 목표치를 4.5%로 잡고 있으나 이미 올 7월에 그 목표치를 상회한 것 같다”는 국무원 싱크탱크인 국가정보센터 간부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의 관변 노동조합인 전국총공회(全國總公會)는 “중국의 도시 실업률은 공식발표보다 3배 정도 높은 12.3%로 나타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문제 전문가들은 정치적으로는 공산당 일당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적으로 자본주의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정치-사회적 안정은 필수불가결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일정정도 이상의 성장이 지속되어야만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기에 실업률을 안정시킬 수 있는 환율안정문제에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시, 직접 위앤화 문제 거론 - 대선 정국에 실업률 영향 만만치 않아**

하지만 내년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는 미국 사정도 간단치 않다. 대선 승리를 위해선 경기활성화와 실업률을 낮추는데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는 것이다. 미 제조업자들은 위앤화가 미 달러에 대해 40% 정도 저평가돼 있어 미국의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부시 행정부에게 중국에 평가절상 압력을 가하라고 요구해 왔다.

이같은 필요에 따라 위앤화 평가절상을 목표로 중국을 방문했던 스노우 미국 재무장관의 성과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4일(현지시간) 베이징 외교관들의 말을 통해 “스노우의 중국 방문 결과는 아마도 미국 제조업자들을 실망시켰다”고 보도했다.

상황이 이렇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4일 CNBC 방송과의 회견에 나와 “환율이 시장에 의해서 통제되고 개별경제의 실제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존 스노우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정부의 이런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이에 대한 반응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적절히 대처할 것”이라고 공개리에 중국을 압박했다.

그는 이어 “위앤화가 정부 통제를 받는 상황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교역 상대국이 우리 생산업자와 노동자, 농민, 제조업자 등 우리를 공정하게 대우해주길 바란다”며 중국 위앤화에 대한 압박을 계속할 것임을 밝혔다.

부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며 위앤화 문제에 나서는 것은 미국내 실업률 문제와 무관치 않다. 미 노동부가 지난 8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7월 6.2%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기업들은 6개월 연속 일자리를 줄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 부시가 걸프전 승리에도 불구하고 재선에 실패한 것이 경제적 불황 때문인 것을 잘 알고 있는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재선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경제문제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최근 감세정책과 정부 지출 증가 등으로 경제지표들이 호전 기미를 보이고는 있으나 실업률이 낮아지지 않으며 가처분 소득에 변동이 없고 따라서 소비가 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어서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실업률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NYT, “대선을 앞두고 경기불황을 중국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동”**

하지만 경제성장을 위해서 위앤화를 물고 늘어지고 있는 부시 행정부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 정부와 정치인들이 경기 불황의 책임을 중국에 떠넘기고 있지만 이는 무책임하고 부정확한데다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3일(현지시간) “중국 비난하기”라는 사설을 통해 “실업률이 높고 선거가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미국은 다시 희생양을 찾고 있다”면서 “일본은 경기불황에서 이제 막 회복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다음 선거에서 경제적 악역을 맡게 됐다”고 미국 정치인들을 비난했다.

NYT는 이어 “중국의 금융시스템은 여전히 취약하기 때문에 갑작스런 환율 변동은 세계경제에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미국은 중국에게 “급작스런 변동을 강요하는 것보다는 세계 금융질서에서 적절한 역할을 할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또 NYT는 “중국이 급격한 환율변동을 두려워하는 데는 타다한 이유가 있다”면서 미국인들이 장난감의 4분의 3을 중국으로부터 사는 이유가 오로지 환율 때문이고 값싼 노동력과 다른 요인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리석으며 번영하고 있는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다는 주장 또한 어리석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NYT는 “미국 정치인들은 일본과 중국에 가해지고 있는 오래된 불만이 다시 제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중국이 수입하는 양은 수출량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중국 수출품의 상당량이 중국에서 만들어진 인텔이나 미국 자동차업계 제품”이라고 상기시켰다.

***“美, 지난 1992년 대선때도 대만문제로 선거 호도” **

이러한 경계 목소리는 중국 내에서도 널리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는 2일 논평을 통해 미국은 “위앤화 환율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신문은 “미국 정치인들과 일부 미 제조업계의 노동자 이익을 대변하는 압력단체들은 미 대선 후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으로 위앤화 평가절상문제를 들고 나와 위앤화 문제가 2004년 미 대선 전략의 제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아직 환율을 완전 자유화하지 않고 고정환율제나 소폭의 변동환율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들이 많고 이를 금지하는 어떤 국제협약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신문은 미국 제조업자와 노동자들이 위앤화 가치 저평가 때문에 타격을 받고 있다는 논리에 대해 “중국의 수출 비교우위는 미국 임금의 2.2%에 불과한 중국 노동자의 저임금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위앤화가 평가절상 되더라도 미국에는 다른 나라 상품이 수출돼 미국 제조업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문은 중국내 사정을 설명하면서 “위앤화가 평가절상되면 세계 경제의 엔진인 중국 기업은 위험해 질 것”이기에 국제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대선을 앞두고 경제적 상황이 정치논리에 휘둘린다는 이러한 주장은 여러 차례 강조돼 왔다. 지난 7월 달에도 인민일보는 “미국 대선이 가까워오면서 중미관계가 파동을 칠 것”이라면서 지난 1992년 아버지 부시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부시 대통령은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대만에 갑자기 F-16 전투기를 판매”한 전력이 있다면서 내년 대선에서도 이러한 변수가 등장할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과연 내년 미국 대선에선 위앤화와 실업률을 둘러싼 중미 양국의 움직임이 과연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중미 관계가 이로 인해 변동을 겪지는 않을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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