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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북미 정상회담, 10월을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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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북미 정상회담, 10월을 주목하라"

[정세현의 정세토크] 트럼프-김정은 만났지만…아직 넘어야 할 산 많아

지난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손을 잡으면서 북미 간 협상이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 양 정상은 약 1시간 가까이 따로 회담을 가진 뒤 실무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실무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 2일(현지 시각)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판문점에서의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미국으로 돌아가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보도를 전제로 △대량살상무기(WMD)의 동결 △인도적 지원과 외교 채널(연락사무소) 설치 △비핵화 이전 제재 완화 불가 등의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비건 대표의 말은 지난 1월 31일 스탠퍼드에서 가졌던 연설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이라며 "게다가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에 거론됐던 WMD 문제까지 등장했다. 이렇게 되면 다음 북미 실무 협상에서 결론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전 장관은 "비건 대표가 북한 측 대표와 만나 이러한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북한은 아마 그런 이야기하려고 나왔냐면서 핀잔을 줄 것"이라며 "2차 정상회담 때와 변한 것 하나도 없이 그대로 나오면 어쩌냐는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북미 간 근본적인 문제로 "미국은 처음부터 '엔드 스테이트'(비핵화 최종 상태)를 합의해놓고 이행하는 과정에서만 동시적‧병행적으로 진행하자고 하는데, 북한은 자신들과 미국이 내놓은 각각의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 중에 어느 것을 어느 것에 연결시킬지 정하는 과정만 하더라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면서 단계적 동시 이행을 주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북미 양측은 어떤 접점을 마련할 수 있을까? 정 전 장관은 "북한은 체제 안전 보장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경제 제재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했을 것으로 보인다. 2차 정상회담에서 요구한 제재 해제 5개가 너무 많다면 그 중에 3개라도 풀어 달라고 요구했을 수 있고, 북한은 영변과 플러스 알파로 강선에 있는 우라늄 농축 시설을 꺼냈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에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과 관련해 단계를 높이라고 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평화협정 체결 문제도 회담은 언제 시작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본격적으로 협상에 착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미국에 요구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정 전 장관은 북미 간 입장 차가 여전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적어도 10월 안에는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올해 말로 시한을 잡았기 때문에 적어도 10월 전까지는 회담을 끝내고 11월부터는 행동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트럼프 대통령도 이 사안을 자신의 정치에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만약 해를 넘기면 북한이 보기에 미국이 셈법을 바꾸지 않았다는 것이 확실해지는 것이고, 그렇다면 김 위원장은 미사일을 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김 위원장은 내부에 설명하면 그만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정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전 장관은 "이런 부분을 우리 정부가 미국에 알려야 한다. 북한의 지도자가 한 말은 다른 국가의 지도자들이 한 말과는 다르게 단순히 정치적 수사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미국에 알려줘야 한다. 김 위원장의 연말 시한 발언은 허언이 아니라는 점을 알리고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터뷰는 지난 8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지난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을 방문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북미 정상이 만날 것이라는 점은 예상할 수 있었지만 1시간 가까이 회담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은데요.

정세현 : 6월 23일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당시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친서에 대해 트럼프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면서 흥미로운 대목이 있었고 "심중히 생각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여기서부터 판문점에서 만나야겠다는 제안이 나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태도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에 대한 득실을 따지기 시작했다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신문에 트럼프의 친서를 열심히 들여다 본 장면을 공개한 것은 북한 내부에 트럼프와 만남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세력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판문점에서 평양까지 3시간 가까이 걸리는데도 불구하고 내려갔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몇 분만 만나고 끝낸다면 북한 내부에서 반발이 나올 수 있습니다. 즉 김 위원장은 판문점에서 일정한 성과를 확보했어야 했고, 그러려면 득실을 생각해봐야 했을 겁니다. 만약 갈 것이면 어떤 모양새를 만들지, 안갈 것이면 그 후과를 감당할 수 있을지 등등을 신중하게 따져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김 위원장의 조급함도 이번 만남을 만든 요인 중 하나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연말까지 미국의 셈법이 바뀌면 북미 정상회담을 한 번 더 할 수 있다는 식의 조건부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시간은 많다며 서두르지 않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김 위원장이 조금 불안했을 겁니다.

물론 북한은 연말까지 기다려도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새로운 길'을 갈 수 있습니다. 미사일 시험 발사도 하면서 미국을 애태우고 이를 통해 다시 협상 테이블로 불러 들이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지면 그동안의 북미 정상회담 결과는 물론이고 김 위원장이 공언했던 '사회주의 경제발전 5개년 계획'도 모두 '도로아미타불'이 돼버립니다.

이와 함께 미국이 친서를 보낸 타이밍을 보더라도 북한과 만나고 싶어한다는 것을 읽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집권 이후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지난 6월 20~21일에 맞춰 북한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한반도 문제에 끼어드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김 위원장에게 매력적인 제안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즉 시 주석의 방북이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시 주석이 북한에 가서 경제 지원과 체제 안전 지원 등 북한이 원하는 말을 많이 했지만 사실 이는 모두 미국과 관계개선을 통해 풀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시 주석의 약속보다 더 중요한 것이죠.

결과적으로 시 주석의 방북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촉발했다고 봅니다. 미중 무역 전쟁은 무역 갈등을 빙자한 동북아 내에서의 중미 간 패권 경쟁인데, 시 주석이 갑작스러운 방북으로 한반도 문제에 끼어들려고 하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은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즉 미국 입장에서는 김 위원장이 시 주석 쪽으로 끌려가지 않도록 확실하게 말뚝을 박아 놓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김 위원장에게 매력적인 제안을 해야합니다. 그 제안이 김 위원장에게 "남다른 용기"라는 표현으로 평가받은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악수하고 난 뒤 문 대통령이 판문점 북측 지역으로 올라갔다 내려온 장면을 굉장히 멋있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 6월 30일 당일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한테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도 괜찮냐고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한국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일종의 '로망'이었다고 합니다. 이 정도 하면 미국 국내에서 뉴스 거리가 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국내 정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했을 겁니다.

▲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남측지역 자유의 집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단독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프레시안 : 북미 간 판문점 만남은 6월 29일부터 이미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고 하던데요.

정세현 : 6월 2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만찬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없었다는 점을 보면 이미 준비가 전날부터 진행되고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그는 아마 판문점에서 북측 대표들과 회담 실무 준비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6월 30일 북미 정상의 만남을 어떤 형식과 어떤 절차로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 했을 것으로 봅니다.

또 사실 이전부터 이미 어느 정도 준비는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시간으로 6월 29일 아침에 트위터 메시지를 발신하고 이에 대해 최선희 부상이 5시간 만에 답을 했는데요. 이건 극적 효과를 강조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된 행동이었다고 봅니다. 김 위원장이 이미 23일에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보고 심중히 생각하겠다고 했는데 그동안 트위터 메시지만 기다리고 있었을까요?

최 부상이 당시 메시지에서 공식적인 제안이 없다고 했기 때문에 미국은 비건 특별대표를 올려 보내서 공식적으로 북한에 제의했을 겁니다. 비건의 북측 상대가 누구였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최 부상은 국무위원회 위원이기도 해서 북한 당국은 그가 비건 특별대표와는 급이 맞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최 부상은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급격히 위상이 올라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당시 북한 식으로 '총화'라고 불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 평가 자리에서 김 위원장에게 점수를 많이 땄다고 합니다.

또 하노이에서 회담 결렬 이후 3월 1일 오전 0시에 있었던 기자회견 자리도 최 부상의 주도로 이뤄졌다고 합니다. 물론 외무성 내부 서열로 따지자면 리용호 외무상보다 최 부상이 아랫니긴 하지만, 최 부상은 1993년 북미 제네바 협상 때도 통역을 했으며 이후 1997년 12월에 시작한 4자회담, 2000년대 들어서 시작된 6자회담 등에도 계속 현장에서 일을 해왔습니다.

즉 그는 북한 내에서는 미국에 대해 감각이 있는 사람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김 위워장은 최 부상이 미국을 잘 보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이렇듯 최 부상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번 판문점 회담 준비도 최 부상이 실무적인 일을 하기 보다는 배후에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전언에 따르면 이날 만남은 30일 오전 3시까지 이어졌다고 합니다.

북미 실무협상,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까

프레시안 :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당일 판문점에서의 회담에서 앞으로 2~3주 안에 실무협상을 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실무협상이 판문점에서의 정상회담에 이어서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까요?

정세현 :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이벤트를 연출한 뒤에 비건 특별대표가 미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했던 발언 내용이 나왔는데요. 지난 1월 31일 스탠퍼드에서 연설한 것과 비교했을 때 한 발짝도 나아간 부분이 없었습니다. 또 2차 북미 정상회담 때 이미 나와있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에 거론됐던 대량살상무기(WMD) 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다음번 북미 실무협상에서 바로 무엇인가 결론을 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비건 특별대표가 이번달 중하순에 북한 측 실무대표와 만나서 이러한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아마 북한은 그런 이야기 하려고 나왔냐면서 핀잔을 줄 것입니다. 즉 2차 정상회담 때 김혁철 당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이미 만들어 놓은 안에 들어가있던 것에서 하나도 변화 없이 그대로 들고 오면 어쩌냐는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프레시안 : 이번 판문점에서의 정상 간 만남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4개월 동안의 교착 상태가 어느 정도 해소된 계기였는데요. 양 정상이 거의 1시간 가까이 이야기 했기 때문에 실무선에서 정하지 못하는 큰 원칙에 대해서도 합의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비건 특별대표의 이야기만 들어보면 미국 입장은 바뀐 것이 없다는 것 아닌가요? 최고 지도자들끼리 교착상태를 풀기위한 방안을 이야기하지 않았을까요?

정세현 : 이야기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북한으로 돌아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말할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내용을 공개할 수 없습니다. 이런 부분을 생각해서 양 정상이 "우리끼리 주고 받았던 이야기는 나중에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 적용하기로 하고, 일단 지금은 표정관리하자" 정도로 정리했을 수 있습니다.

또 실무협상도 정상 간 회담에서 주고 받은 것으로 건너갈 수 있는 식의 협상을 하도록 지휘하자고 약속했을 수도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듣지는 않았을 겁니다. 나름 요구할 사항을 요구했겠죠.

그리고 북한은 체제 안전 보장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경제 제재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2차 정상회담에서 요구한 제재 해제 5개가 많다면 그 중에 3개라도 풀어 달라고 요구했을 수 있고,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내놓을 것이냐고 물어봤을 겁니다. 여기서 북한은 영변과 플러스 알파로 강선에 있는 우라늄 농축 시설을 꺼냈을 수 있습니다.

▲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남측지역 자유의집에서 만난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동신문

강선까지 내놓는 대신 미국도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과 관련해 단계를 높이라고 했을 겁니다. 평화협정 체결 문제도 회담은 언제 시작한다는 이야기는 정하고 본격적으로 협상에 착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미국에 요구했을 수 있습니다. 또는 일단 이렇게 시작하고 이후 두 번째 단계에서 무엇을 내놓을지는 그 다음에 보자는 식으로 정리했을 수 있죠.

물론 북미 간 이견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미국은 처음부터 '엔드 스테이트'(비핵화 최종 상태)를 합의 해놓고 이행하는 과정에서만 동시적‧병행적으로 진행하자고 하는데 북한은 여기에 반대합니다. 북한과 미국이 내놓은 각각의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 중에 어느 것을 어느 것에 연결시킬지를 짜는 과정만 하더라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단계적 동시 이행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마 판문점 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일단 작은 것이지만 맞바꾸는 식으로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를 교환하자고 했을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들어주긴 하면서도 미국의 입장이 있으니, 일단 '빅딜'을 하고 이후 이행하는 데에만 동시적‧병행적인 원칙으로 하다보면 비슷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이야기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회담은 순차 통역으로 이뤄졌을 것이고, 그러면 실제 정상 간 이야기한 시간은 20분 남짓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이야기만 하는 데도 시간을 다 썼을 겁니다. 그래도 김 위원장이 회담을 마치고 자유의 집을 빠져 나오면서 표정이 좋았던 것을 보면 본인이 준비한 할 말은 다 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듣고 싶은 말 다 들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프레시안 : 판문점 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각자의 입장을 이야기했지만 합의된 거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은데요. 이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정세현 : 실무협상에서의 관전 포인트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협상이 여러 차례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김명길 전 대사가 북한 측 실무회담 대표로 나온다면, 단계적‧동시적 행동 원칙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기 어려울 겁니다. 김 위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니까요. 북한은 상부의 지침을 받아야 한다면서 계속 버틸 겁니다. 그러면 회담이 늘어질 수 있죠.

그래서 비건 특별대표가 직접 평양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야기는 빨리 진행될 수 있으니까요. 북한은 차관급이든 차관보급이든 간에 회담 장소가 평양이 아닌 경우에는 김 위원장의 결심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결국 비핵화의 범위인데, 북미가 현재 말하고 있는 비핵화는 한반도의 비핵화는 아닐 겁니다. 원래는 핵무기와 핵위협 없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해서 핵 무기는 북한, 핵 위협은 미국을 이야기하는 건데 지금 누가 봐도 북핵 문제를 푼다고 하면 일단 북한의 비핵화부터 시켜 놓는 것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가 맞을 겁니다.

다만 미국은 양측이 심하게 반발하지 않는 선에서 북한과 수교 하고 경제지원도 하고 제재 해제 해주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 됐지 않느냐, 더 이상 욕심 부리지 말라고 북한에 이야기했을 겁니다.

또 미국은 기본적으로 전쟁으로 생명력을 이어가는 국가입니다. 그런 나라에게 한반도 주변의 핵 무기를 완전히 철수하라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북한도 이를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걸 꼭 받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흥정하기 위해서 높은 값을 부르는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북한에서 1990년대 한국과 중국, 한국과 구 소련 등이 했던 방식으로 미국이 자신들과 수교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면 미국은 이를 거절하기도 어렵습니다.

▲ 6월 30일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는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동신문

프레시안 : 그런가하면 판문점 회담 직후인 6월 30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에서 미국이 북한의 핵 동결로 협상에 만족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건 북한이 비핵화할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엔드 스테이트' 없이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이어갈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세현 : 일단 <뉴욕타임스>의 보도는 핵 동결로 끝나길 바라는 전문가들의 희망적 관측이 녹아든 분석이라고 봅니다. 미국의 싱크탱크나 정치권에 있는 상당수의 인사들은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북한 비핵화가 완성되면 군사 무기를 내다 팔 시장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북한이 결국 비핵화 안할 건데 왜 트럼프는 여기에 기대를 걸고 있나, 잘해야 핵 동결로 끝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죠.

트럼프 정부의 실무관료들도 결국 일단 핵 동결까지만 해놓고 그 다음 단계는 2020년 대선 끝나고 하자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선이 끝나면 트럼프는 속도를 내지 않을 겁니다. 그 정도면 됐지 뭘 더 하냐는 식으로 나올 수도 있습니다. 즉 "북한이 우리한테 핵 안쏘면 되는거지 뭐. 한국이나 일본이 위협 받는 건 모르겠고"라는 식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죠.

프레시안 : 한편으로는 북한과 미국이 협상을 한다고 해도 미국 여론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냐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세현 : 여론의 흐름대로만 따라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북한과 회담 자체를 할 수 없었을 겁니다. 특히 워싱턴 정계나 싱크탱크에 있는 사람들의 분석이나 전망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대통령이었다면 이 협상을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걸 뛰어넘겠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비핵화와 관련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의지가 여기까지 밀고 들어온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 대외 문제와 관련해 이란 문제는 쉽게 끝나지 않을 사안이라고 판단한 듯 합니다. 그리고 북한이 만만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상응조치 생각은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핵문제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볼 때, 북핵 문제를 상당 정도로 진척시켰다고 하면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미국의 헤게모니를 유지‧강화하는데 기여했다고 평가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결국 트럼프가 얼마나 끌려갈 것이냐가 문제입니다. 미국 내 여론이 반대 방향으로 나가게 되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처럼 뒤집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만.

프레시안 : 실제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언제쯤 가능할까요?

정세현 : 올해를 넘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해를 넘기면 북한이 보기에는 미국이 셈법을 바꾸지 않았다는 것이 확실해지는 것이고, 그렇다면 김 위원장은 미사일을 쏠 것입니다. 미사일을 쏘면 미국이 "아차'" 싶을 겁니다. '북한 이야기 좀 들어주고 회담으로 묶어 둘걸, 괜히 실무협상에서 밀고 당기다가 이렇게 됐네'라고 생각할 수 있죠. 또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겁니다.

북한은 자신들의 최고존엄은 오류가 없어야하기 때문에 그 말을 현실에 옮겨야 합니다. 김 위원장이 올해 말로 시한을 잡았기 때문에 적어도 10월 전까지는 회담을 끝내고 11월부터는 행동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트럼프 대통령도 이 사안을 자신의 정치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북한 비핵화의 불가역적인 고개는 넘었다고 홍보하면서 실질적인 성과를 쥐고 싶다면 북한을 애타게 하면 안됩니다.

물론 김 위원장 입장에서 올해를 넘겨버리면 내년 초에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다급한 상황일 겁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미국이 셈법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고 내부에 설명하면 어느 정도 무마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안이 선거와 연결돼 있습니다.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을 주지해야 합니다.

이런 부분을 우리가 미국에 알려야 합니다. 즉 북한의 지도자가 한 말은 다른 국가의 지도자들이 한 말과는 다르게 단순히 정치적 수사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미국에 알려줘야 합니다. 김 위원장의 연말 시한 발언은 허언이 아니라는 점을 말이죠.

통미봉남? 6.30은 문재인 작품이었다

프레시안 : 이번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소외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습니다. 즉 남북 정상회담에서 사전에 조율하고 이후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그림이 이뤄지지 못하고 결국 북미 양측이 전면에 나서게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인데요.

정세현 :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을 만나 속내를 알아봐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남한과 접촉을 하지 않았습니다. 물밑 접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요.

그런데 미국은 계속 독촉하는 과정에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뭔가 고비를 넘겨야 이 사안을 선거에 이용할 수 있는데,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래서 올해 상반기를 넘기면 곤란하다고 판단, 4월 11일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국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일종의 '숙제 검사'를 하겠다는 차원이었죠.

▲ 6월 30일 판문점 남측지역 자유의집 앞에서 만난 남북미 정상.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로동신문

거기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을 빨리 만나 그로부터 이야기를 들어서 자신에게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지난 4월 15일 남북 정상회담 제안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겁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가진 시정연설을 통해 연말이라는 시한을 못박아 버렸을뿐만 아니라 그동안 북미 간 협상의 핵심이었던 통일전선부에 대한 개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보직에서 물러났고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도 검열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 대통령의 정상회담 제안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김 위원장에게 건의나 조언을 할 수 있는 참모가 아무도 없었고 방침을 정할 수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4월 15일 제안에 대해 북한이 4월 중에 답을 줄 것이라고 생각해서 5월 말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느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에 오라고 권했습니다. 그때쯤이면 북한이 답을 줄 것이고 그러면 남북 정상회담을 해서 미국에 북한의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었을 거라고 판단했거든요. 그런데 미국이 방한 시기를 6월로 넘겼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이 안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6월까지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반응이 오지 않으면서 사실상 남북 정상회담 제안은 없었던 일이 돼버렸습니다. 그래서 순서를 바꿀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에서 김 위원장과 악수하는 장면을 원한다는 점을 상기, 이러한 방식으로 접근하자는 한미 간 협조가 긴밀하게 이뤄진 것으로 봅니다.

즉 이번 판문점 북미 회담은 한미 간 긴밀한 공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그날은 문 대통령이 상황을 연출한 PD 역할을 한 셈이었습니다. 소외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판을 기획한 것이죠.

프레시안 : 일단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는 성공했는데요. 남한 정부는 이후 북미 간 원활한 협상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정세현 : 북미 간 실무협상이 2번 정도 안에서 끝나도록 한미 공조를 긴밀하게 가져가야 합니다. 일단은 미국에 '핵 동결론'으로 가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비핵화의 긴 과정에서 핵 동결로 시작하는 건 모르겠지만 이것이 최종적인 목표가 되면 안되고, 또 핵 동결을 하더라도 기술적으로 이 단계를 거치는 것임을 분명히 해달라고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핵 동결을 받아내면 상응 조치를 적당히 얼버무리려고 하지 말라고 조언해야 합니다. 지금 북한이 원하는 것은 체제 안전 보장은 아닌거 같습니다. 물론 북한이 지난해 한 때 제재 해제에서 체제 안전보장으로 요구 사항이 바뀐 것으로 착각할 수 있는 여러 징후를 보이긴 했지만 결국은 제재 문제가 핵심일 겁니다. 아마도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은 체제 안전은 협상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고, 우선 다급한 것은 경제라면서 제재를 풀어줘야 한다고 이야기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미국이야 "그걸 원한다면 비핵화 해라"라고 북한에 말했겠죠.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의 주요 내용은 미국이 우리 측에 알려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우리가 미국을 계속 잡아줘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국이 어떤 포지션으로 가는지가 중요합니다. 우리가 미국을 협박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접근해야 합니다. 특히 이걸 가능하게 하려면 북한 실정을 잘 아는 사람이 외교부와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외교부는 대미 협상은 자신들의 몫이고 특히 한미 워킹그룹은 국무부와 외교부가 하는 거라는 자세 보다는, 북한의 행동 패턴이나 사고 방식 등에 대해 미국에 소상히 이야기해줄 수 있는 인사들을 워킹그룹 안에 넣어야 합니다.

지금 북한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내각 총리까지 바꿨습니다. 이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미국에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워킹그룹에서 미국의 말을 듣기만 할 것이 아니라 미국이 지금처럼 북한의 요구를 잘 안들어주는 태도를 버리고, 북미 간 등가교환이 될 수 있으면 동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미국을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프레시안 : 남북 정상회담이나 남북 간 경제협력은 당분간 어렵다고 봐야 할까요?

정세현 : 지금 남북 정상회담을 하더라도 나올 성과가 없습니다. 북한이 그동안 남한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평한 부분은 미국으로부터 사사건건 허락을 받는다는 점이었는데요.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과가 나와야 남한은 그 틀 내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4.27 판문점 선언이나 9.19 평양 공동선언을 이행하는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예를 들면 북미 정상회담에서 제재 해제에 대한 가능성이 나와야 남북 간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가동 재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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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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