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주주간의 갈등으로 유동성 위기가 지속된 하나로통신이 지난 8월29일 이사회에서 5억 달러 외자유치안을 결의했으나 여전히 최대주주인 LG가 유상증자를 고집하며 10월 21일 예정된 임시주총에서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LG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는 3일 “하나로통신 문제는 외자 유치를 통해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당장 돈이 들어올 수 있는 외자유치 방안을 제쳐놓고 LG측이 외자 유치를 반대할 때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고 LG에 직격탄을 날렸다.
유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이라는 점에서 외자유치를 지지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발언과 함께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정부내에는 그동안 LG의 외자유치 반대로 하나로통신이 부도직전의 위기에 처한 대목을 놓고 LG에 대한 비판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 총재는 “산업은행도 기본적으로 통신업계에 약 2조원의 여신이 있으나 그동안 통신업계는 두루넷 등의 경우에서 보듯이 과잉투자로 인한 대가를 치렀다”면서도 “대주주들이 우선적으로 하나로통신을 살리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보인다면 채권단은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외자유치가 주총에서 의결되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하나로통신에 대해 추가적인 지원을 할 것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하나로통신의 외자유치에 대해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은 LG의 반응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LG는 관계사인 LG화재를 포함해 하나로통신에 대해 총 15.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지만 외자유치가 이뤄지면 지분율은 9.62%로 낮아지면서 2대 주주로 밀려나 하나로통신을 인수해 유무선 통신강자로 발돋움하겠다는 전략이 무산된다는 점에서 외자유치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LG가 최근 최태원회장이 구속되면서 SK텔레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틈을 이용, 헐값에 하나로통신을 인수하려다가 하나로통신 및 재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좌절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LG가 최근 '민족자본론'을 내세우며 외자유치에 반대하고 있으나, 재계나 반(反)LG 기류가 강하고 주총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소액주주들도 대부분이 외자유치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LG의 하나로통신 인수는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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