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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 '전환적 뉴딜'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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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 '전환적 뉴딜'을 제안한다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국정과제 '전환적 뉴딜'로 개편해야

식어가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과감한 재정확대를 하되,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도록 재정투입의 분야와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사회경제적․환경적 지속가능성의 위기를 향해 치달아온 경로에서 탈피하여 발전모형의 근본적인 전환을 이루어내기 위한 전략적이고 효율적인 재정투입을 해야 한다. 사람우선 사회로의 전환, 디지털 전환, 녹색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휴먼 뉴딜,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정책을 제안한다. 묶어서 ‘전환적 뉴딜’이다. 여기에 일시적으로 막대한 적자재정을 투입하더라도 이로써 잠재성장률을 조금만 올린다면 장기적 재정건전성에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 물론 재정혁신이 뒷받침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국정과제를 재점검하고, ‘전환적 뉴딜’을 반영하여 개편해야 할 것이다. 필자

경기부양, 꼭 해야 하나?

추경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으나, 추경 이상의 재정확대가 필요하다. 3월 12일 IMF Korea Mission이 한국경제의 성장역풍을 경고하면서 추경편성을 권고한지 벌써 넉 달이 지났다. 그 후 1사분기의 전기대비성장률이 –0.4%로 나타나 시장에 충격을 주었고,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하면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었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각 기관의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2%대 초반으로 하향조정 되고 있다. 실물경기 부진뿐만 아니라 제조업 가동률, 물가인상률, 이자율 등이 모두 하락하고 있어서 모든 면에서 총수요 부족현상이 확인되고 있으며, 적자재정을 편성하더라도 물가나 이자율에 부담을 주는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와 투자 등 민간의 수요가 충분하지 않을 때 적자재정을 통해 총수요를 증가시키는 것은 케인즈 경제학의 기본이며, 재정정책의 효과성은 2차 대전 발발에 따른 군비지출확대부터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대침체에 대응한 재정자극(fiscal stimulus)에 이르기까지 충분히 입증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양을 마냥 환영만 하지 않는 여론은 아마도 지난날 우리 정부가 시행한 경기부양책들에 대한 씁쓸한 기억 때문일 것이다. ‘빚내서 집사라’는 식의 부동산 경기 띄우기나 4대강사업 같은 불필요한 토목사업은 물론이고, ’커피인턴‘이니 ’카피인턴‘이니 경력개발과 무관한 청년인턴사업과 같은 낭비성 지출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구조적인 문제를 도외시하고 일시적인 경기부양만 반복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재정을 기존의 방식대로 심지어는 마구잡이로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투자를 중심으로 확대하는 미래지향적 재정확대를 해야 한다.

사실 한국경제는 경로 전환이 시급하다. 잠재성장률이 계속해서 하강곡선을 따라가고 있는 한국경제의 구조를 전환하고 나아가 한국사회의 발전모형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환적 뉴딜(Transformative New Deal)’이다. 원래 뉴딜이란 새로운 계약 혹은 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루즈벨트 대통령이 추진한 뉴딜 정책도 국내에서 흔히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금융, 기업, 복지, 노동 등을 포괄하는 전방위적 사회경제개혁 정책으로 미국사회의 발전패러다임을 전환시킨 것이었다.

냄비 속의 개구리 신세와 같은 한국경제

물이 끓고 있는 냄비 속에 개구리를 넣으면 펄쩍 뛰어나온다. 하지만 적당한 온도의 물에 개구리를 넣고 냄비를 서서히 뜨겁게 데우면 자신이 죽는 줄도 모르고 얌전히 죽어간다고 한다. 끔찍한 비유이긴 하나, 한국경제도 과감한 전환을 하지 않으면 비슷한 신세가 될 수 있다. <그림 1>은 2000년대 들어 각각의 시점에서 KDI와 한국은행이 미래의 잠재성장률을 예측한 수치와 초록색으로 표시된 실제성장률(5년 이동평균)을 보여주고 있는데, 실제성장률은 지속적으로 기존에 예측된 잠재성장률을 하회했을 뿐더러 잠재성장률

<그림 1. 시기별 잠재성장률 전망치와 실제성장률, 2003-2030>

자료: 한국은행, KDI


전망치도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을 거듭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5월 KDI에서 2020년대의 잠재성장률을 1.7%로 전망하였다. 전통적 경제이론에서는 경제가 잠재성장률에 따라 성장하는 추세선(trend line)을 넘나드는 경기순환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았지만, 최근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저성장 침체가 지속되면 잠재성장률과 추세선 자체가 하락하는 이력효과(hysteresis effect)가 거시경제 전반에서 발생한다고 본다. <그림 1>은 이러한 이력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단, 이는 경기순환 상의 불황이 장기화한 탓이 아니라 한국경제의 발전단계가 성숙한 자본과잉 단계로 접어든 이후에 당연히 이루어져야 했던 구조개혁과 성장체제의 전환이 지체된 데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 지속적으로 하강하는 원인은 <표 1>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첫째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증가율의 하락이다. <표 1>에 의하면 취업자 수(노동투입)의 성장기여도는 아직까지는 크게 하락하지 않았는데, 이는 경제활동참가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향후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이 부분이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둘째 원인은 자본축적에 따른 수확체감(diminishing returns)이다. 과거 개발연대에는 축적된 자본은 미미한데 비해 인구는 많은 인구과잉 상태였기 때문에, 자본을 조금만 늘려도 생산이 많이 늘어날 수 있었다. 이후로 인구성장률은 감소하고 급속한 자본축적은 계속된 결과 1990년대부터는 자본과잉 상태에 들어섰다. 이 상황에서 추가적인 자본의 증가는 성장에 기여하는 효과가 갈수록 작아지는 소위 수확체감 법칙이 작용하고 있다. <표 1>에서 물적자본의 성장기여도는 1990년대 3.8%, 2000년대 1.9%에서 2010년대 1.4%로 하락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OECD에서 가장 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인데, 여전히 투자를 통한 성장에만 매달리는 것은 이 문제를 오히려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셋째 원인은 혁신부진이다.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총 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의 성장기여도는 1990년대 2.0%, 2000년대 1.6%에서 2010년대 0.7%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혁신부진이다. 사실 인구증가율의 하락과 수확체감은 우리나라의 경우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서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선진국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선진국형 성장체제에서는 자본축적보다는 혁신에 의한 생산성 증가가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부분이 훨씬 더 커서 자본축적에 따른 수확체감을 상쇄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추격형 성장체제에서 혁신주도형 선진국형 성장체제로의 이행이 지체되면서 갈수록 성장동력이 하락하고 있다. 이는 미국 대비 한국의 총요소생산성 수준 추이를 보아도 확인된다. Penn World Table, version 9.1을 이용하여 계산해본 결과, 1965년 27%에서 2000년 66%까지 빠른 따라잡기(catching-up)를 이루었으나, 이후에는 2017년 63%를 기록하는 등 더 이상의 추격을 하지 못했다.

이와 같이 혁신성장이 부진한 까닭이 정부나 기업이 이를 게을리 해서는 아니다. GDP 대비 R&D 투자를 비롯해서 혁신관련 투입지표는 세계최고 수준이다. 근본원인은 추격형 성장 시대에 형성된 기득권구조 및 제도와 관행의 잔재 때문이다. 기존지식 습득과 응용에 초점을 맞춘 정답찾기 교육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으며, 공공과 민간의 R&D도 단기성과주의에 경도되어 있으며, 기업지원과 보호 중심의 산업정책과 추격전략에 익숙한 재벌중심의 산업구조 등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의 위기와 대전환의 필요성

발전모형 전환의 지체가 초래한 문제는 비단 성장률 하락에 그치지 않는다. 분배의 불평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성장마저 되지 않으니, 분배를 둘러싼 사회적 쟁투는 날로 심해지고 정치적 갈등도 극단화되고 있다. 새로운 기회의 창출이 부진함에 따라 부와 빈곤의 대물림 현상이 점점 만연하여 젊은이들 사이에 소위 ‘수저계급론’이 회자되고 있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을 상실한 탓에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면서 작년도 합계출산율이 0.98이라는 충격적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초(超)저출산 흐름을 반영해 최근 통계청이 ‘2017~2067년 장래 인구 특별추계’를 실시한 결과 50년 후에는 현재 인구보다 1200만 명이 줄어들고, 특히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무려 2000만 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전체 인구에서 생산연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45.4%까지 하락하고,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46.5%까지 치솟는다고 한다. 이런 암울한 인구전망이 성장률 하락과 부의 양극화와 함께 '수축사회'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지속가능성의 위기는 디지털 시대의 산업적․사회적 도전에 의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경제 분야에서 HW 인프라는 상당히 발달했으나, 제도적 제약·SW·전문인력 부족·데이터 인프라 취약이라는 중대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 또한 디지털 경제의 특성인 네트워크 효과에 의한 승자 독식 경향과 자동화에 의한 고용 악화 및 온라인․모바일 거래에 의한 유통자영업 악화 등에 의해 기존의 양극화 경향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그리고 최근 차량공유서비스를 둘러싼 극한적인 갈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사회안전망 미비, 사회적 자본 결핍에 따른 기술 활용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우리나라 디지털 경쟁력의 미래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환경적 지속가능성 위기 또한 심각하다. 국민의 환경의식이 고조되고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 대한 요구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과 환경압력이 동조화되어 나타나는 후진국형 경제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지속가능성 지표인 에너지생산성만 보더라도 한국은 최하위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더욱 큰 문제는 BRICS를 포함한 다른 나라들의 경우 1990년에 비해 2015년에 에너지생산성이 큰 폭으로 상승했으나 한국의 경우에는 미미한 상승 밖에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위험이 점차 가시화되고 피해 예상액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 비추어 향후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갈수록 강화될 것으로 예견되며, 대응이 지연될수록 향후 관련 비용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경제적, 그리고 환경적 지속가능성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데도 우리는 서서히 데워지는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냄비 속에 얌전히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교육개혁, 재벌개혁, 노동개혁, 공공개혁 등 각종 개혁을 수없이 시도해왔다. 그러나 발전모형의 근본적 전환에 관한 정확한 인식이 미흡했고, 기존의 사고방식과 제도 및 관행 그리고 기득권의 제약으로 말미암아 기존 경로에서 과감히 탈피하고 새 경로를 창출하는 근본적 전환을 이루내기보다는 기껏해야 대증요법과 변죽 울리기에 그친 것이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의 '사람중심 경제' 담론은 올바른 방향설정이었으나,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담대한 전략과 정교한 계획이 따라주지 못했다. ‘전환적 뉴딜’은 바로 이 대전환의 전략과 계획을 보완하여 문재인 정부가 나가야 할 길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휴먼 뉴딜,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전환적 뉴딜'은 '지속가능한 혁신적 포용국가'를 지향하며, 휴먼 뉴딜(Human New Deal), 디지털 뉴딜(Digital New Deal), 그린 뉴딜(Green New Deal)로 구성된다. 휴먼 뉴딜은 포용의 가치를, 디지털 뉴딜은 혁신의 가치를, 그린 뉴딜은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중심에 둔다. <그림 2>는 이러한 전환적 뉴딜의 구성과 각각의 상호관계를 표현한 것이다.

<그림 2. 전환적 뉴딜의 구성>

출처: 경제․인문사회연구회(2019)

휴먼 뉴딜은 인격의 평등을 보장하고, 만인을 포용하며, 국가경제의 성장보다 개개인의 자아실현과 복리(wellbeing)을 우선하는 사람우선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제도개혁과 전략적 재정투자의 정책조합이다. 사람우선 사회는 사람중심 경제를 기반으로 하고, 사람중심 재정을 핵심수단으로 한다. 휴먼 뉴딜은 앞서 살펴본 사회경제적 지속가능성 위기가 본질적으로 사람을 경시하고 물적자본에 과도하게 의존한 데서 비롯되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사람의 행복보다 기업의 이윤을 우선한 사회풍토, 교육과 복지보다 SOC건설을 우선한 정부, 숙련축적보다 자동화투자를 우선한 기업, 물건 살 때보다 유독 서비스에 돈 내기를 아까워한 소비자 등이 모두 공범이다. 그 결과 자본축적은 많이 되었지만 인구재생산이 위기를 맞았고, 개념설계 능력과 기업가정신을 포함하는 고급 혁신역량이 자라나지 못했다.

사람중심 경제는 공급 측면의 성장체제는 자본투자 기반에서 사람역량 기반 중심으로, 수요 측면의 성장체제는 수출과 투자 기반에서 분배와 소비 기반 중심으로, 미시경제 측면의 규제체제는 기업이윤 중심에서 사람행복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제다. 즉, 역량기반성장-소득주도성장-경제민주화의 결합이다. 이러한 사람중심 경제는 흔히 오해하듯이 경제성장을 조금 희생해서 분배와 복지 등에 신경을 쓰자는 것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한계에 봉착한 전통적 성장체제를 전환하여 잠재성장률을 대폭 끌어올리는 정책이다. 경제민주화만 하더라도 독점이나 불공정거래 혹은 사회적 가치 파괴 등에 의한 지대추구(rent-seeking)를 방지하여 기업들로 하여금 역량 제고와 혁신에 의한 이윤추구를 도모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역량기반성장과 혁신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중심 재정은 재정의 기본적인 역할을 산업에 대한 지원과 보호에서 사람에 대한 지원과 보호로 전환하는 것이다. 기업은 경쟁을 통한 혁신에 집중하도록 하고, 교육과 복지에 대한 사회적 투자를 대폭 확대하여 사람의 역량을 키우고 신속한 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디지털 뉴딜은 최근의 디지털 전환에 적극 대응하고 이를 산업경쟁력 강화와 사회문제 해결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 R&D, 인재양성, 인프라 구축 등 정부 투자가 필요한 영역에 전략적 재정투입을 하는 것이다. 아울러 규제 혁신과 제도 개선으로 디지털 전환의 촉진과 아울러 디지털 전환이 인간적이고 사회적 목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도록 유도하여 우리 사회가 기술을 활용하는 새로운 관계 수립을 추구해야 한다. 특히, 정부와 대기업에 의한 감시와 조종이 이루어지는 빅브라더 사회의 도래를 방지하면서 디지털 정보의 효율적 활용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며, 디지털 전환이 노동대체와 사회적 배제를 조장하기보다 숙련을 보조하고 노동을 포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린 뉴딜은 환경 분야에 대한 집중적이고 전략적인 투자를 통해 산업화 시기 이후 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환경압력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미래의 환경압력에 대비하여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의 환경과 자원에 대한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물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함과 아울러 환경 분야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디지털기술 등 혁신적 환경관련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정책조합이다. 지속가능한 생산, 소비, 기술, 자원배분을 확산하여 에너지 전환을 포함한 녹색경제로의 전환을 이룸으로써 우리 사회가 자연과 공존하는 새로운 관계 수립을 추구한다.

전환적 뉴딜의 재정전략

재정건전성을 지나치게 우려하는 나머지 국가채무비율 40%, 관리재정수지 -3%, 통합재정수지 흑자 등 임의로 마지노선을 설정하는 것이 과학적 근거가 없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재정여력이 차고 넘치는 상황임을 최근 이슈페이퍼에서 설명한 바 있다. 다행히 최근 정부도 재정확대에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세수가 부진하니 이에 따라 지출도 신중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경기하강 시에 세수감소에 맞추어 정부지출을 축소하면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세수가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근래에 대표적인 사례가 그리스다. 2010년 위기발발 이후 GDP의 15%에 달하는 긴축을 감행한 결과 경제성장률이 -18%로 곤두침으로써 국가채무비율이 오히려 증가하고 말았다. 세수감소는 지출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경기대응 차원을 넘어서서 중장기적인 시각에서도 재정확대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총수요의 안정화와 소득재분배를 위해서 재정규모의 확대가 필수다. 나아가 ‘전환적 뉴딜’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제고하고, 사회경제적․환경적 지속가능성 위기를 해소해야 한다. 재정을 아끼는 것이 미래세대를 위하는 길이 아니다. 과감하고 전략적인 재정투자를 통해 발전모형의 전환을 이룩하고 희망의 사회를 창조해야 한다.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일시적으로 막대한 적자재정을 투입하더라도 이로써 잠재성장률을 조금만 올린다면 장기적 재정건전성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물론 재정혁신이 뒷받침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전환적 뉴딜의 재정확대는 기존의 혹은 유사한 방식의 재정사업을 규모만 늘이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되고, 발전모형의 비가역적인 전환과 재정효율의 획기적인 증대를 통한 잠재성장률의 제고를 이룰 수 있도록 근본적인 재정혁신을 수반해야 한다. 휴먼 뉴딜에서 강조한 사람중심 재정을 실현해야 하고, 이와 연관하여 '혁신의 혁신’을 이루어내야 한다. 기존의 혁신성장 관련 사업들을 전면 개혁하여 단기성과주의와 과도한 기업 지원을 지양하고, 경쟁에 입각한 혁신과 시장중심 구조조정에 의한 자원 재분배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특히 기존 기업에 대한 ‘연명 지원’의 과감한 축소와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과 창업생태계 활성화 등 ‘새싹 지원’의 대폭 확대가 필요하다. ‘전환적 뉴딜’이 요구하는 재정혁신 중에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재정투자를 통한 시장창출이다.

대다수 재정사업에 적용되는 최소비용·최다수혜 방식을 지양하고 집중투자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함으로써 창업과 혁신이 일어나고 새로운 전문가 집단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민간의 자라나는 싹을 죽이거나 시장을 왜곡하는 부작용을 방지하고 최대한 시장기능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재정사업을 설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업 주체와 수혜자의 인센티브를 충분히 고려하여 관주도 사업에서 흔히 나타나는 전달체계의 문제를 극복하고, 또한 효율적인 전달체계 확보를 위해 전문가 집단과 사회적 경제조직의 참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국정과제 개편의 필요성

국정운영기조 재정립이 필요하다. 적폐청산은 피로감을 야기하고 정쟁을 부추기는 면이 있어 조용하고 꾸준하게 추진할 일이고, 미래비전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정부의 발목을 잡아온 소득주도성장 논란에서 탈피하고, 3기 경제팀 출범에 맞추어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켜 개혁동력을 재충전할 필요가 있다.

이 시점에서 정부가 국정과제를 재점검하고, '전환적 뉴딜'을 반영하여 개편할 것을 제언한다. 어떤 조직이든지 경영목표와 과제를 중간에 점검하고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일은 필요하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세상에서는 더욱 그렇다. 인수위도 꾸리지 못하고 급하게 국정과제를 기획했던 현 정부로서는 더더욱 그렇다. 마침 강력한 재정정책을 고민하고 있으니 '전환적 뉴딜'을 반영하기에 최적의 시점이다.

참고문헌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함께 잘 사는 혁신적 포용국가 구상」, 2018.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전환적 뉴딜」, 2019.
권규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률 둔화와 장기전망”, 「KDI 경제전망 2019 상반기」, 한국개발연구원, 2019.
유종일, “한국경제 양극화의 역사적 기원, 구조적 원인, 해소 전략: 외환위기 기원론과 성장체제전환 지체론“, 「경제발전연구」, 제24권 제1호, 2018a.
유종일, 「한국경제, 4대 마약을 끊어라」, 페이퍼로드, 2018b.
유종일, “확장적 재정운용과 재정건전성”, 프레시안, 2019. 6. 18.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242446)
홍성국, 「수축사회 - 성장 신화를 버려야 미래가 보인다」, 메디치미디어,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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