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법원 판결을 빌미로 '경제 보복'에 나선 것과 관련해, 자민당이 이를 선거에 이용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결국 '혐한 감정'을 이용, 일본 집권당이 '경제 보복'을 선거에 이용한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셈이다.
5일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 간부의 발언을 인용, "참의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에게 선거 연설 등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언급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간부는 위안부 문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규제 등을 거론하며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등 수입 규제 조치가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일본이 수입 규제 조치를 발표한 날은 공교롭게도 오는 21일 있을 참의원 선거 고시일(선거운동 개시일)이었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4일 사설을 통해 "아베 정권이 한국에 강경 자세로 임해 보수층에 호소하려는 노림수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며 "눈앞의 인기를 얻고 장기적인 국익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아베 정부는 현재 '개헌론'을 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 승리해 개헌에 유리한 의석을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남북미 화해 기류 때문에 북한발(發) 미사일 실험 등 '도발'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 아베 정부가 난감해하고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북한이 조용하니 한국이라도 때린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수입 규제' 조치가 '경제 보복'임을 구태여 숨기지도 않고 있다. 아베 총리는 NHK에 출연해 이번 수입 규제 조치의 계기 중 하나가 '강제 징용 배상' 문제였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하며 "볼은 한국 측에 있다. 국제사회의 상식에 따라 행동해줬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를 보는 것은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다. 대부분 고령인데도 일본은 "개인 청구권 문제는 1965년에 이미 해결이 된 것"이라는 빈약한 논리를 되풀이하고 있는 등 문제의 해결을 회피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국가 간 청구권, 개인 피해자의 경우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이 소멸됐을 뿐, 개인이 청구할 권한이 소멸된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존재한다. 이 같은 해석을 한국의 대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심지어 고노 다로 외무상도 지난해에 '한일협정에서 개인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측은 '개인 청구권은 정부(한국)을 통해 청구될 수밖에 없으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는데, 이는 한국 대법원과 3권 분립을 무시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강제 징용 피해자들은 이날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정권은 역사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 규탄했다.
일제 강점기 피해자, 연구 단체 등 10여 개로 구성된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은 기자회견과 함께 서명운동에도 돌입했다. 공동행동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는 매우 부당하다"며 "아베 정부는 지금 피해자들은 물론 자국민과 세계를 상대로 거짓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동행동은 "2012년 한국의 대법원은 '일제의 한반도 지배는 불법적인 강점이고 피해자들이 당한 강제 동원, 가아제 노동 등 인권 침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했고, 2018년 대법원은 이 판결을 촛불의 힘으로 다시 확인했다"며 "하지만 가해자인 일본 정부와 기업은 이를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고 하여 대한민국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한국 최고 법원의 판결이 나온 지 8개월이 지나도록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은 채 '국제법 위반'이라는 근거 없는 변명만을 되풀이하며 판결 이행을 가로막는 일본 정부를 규탄한다"고 했다.
공동행동은 특히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해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익을 위해 한일 간 갈등을 부추기고 '혐한' 분위기를 선동하고 있다"며 "아베 정권은 역사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동아시아 평화를 함께 만드는 동반자인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은 편협한 배외주의를 부추기는 아베 정권의 정치적 놀음에 절대 이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공동행동은 "일본 정부와 일본 기업의 적반하장격인 이러한 태도는 일제가 일으킨 침략 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지 않음을 재차 확인시킬 뿐"이라며 "일본이 끝까지 이러한 과거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국제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일원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일방적 규제로 갈등을 부추기는 대결의 자세가 아니라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의 인간 존엄을 회복하고, 역사 정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세계 시민들과 함께 행동할 것"이라며 오는 8월 15일 광복절까지 강제 징용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한 서명운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일본 제품 불매 여론도 거세다. 이날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옛 일본대사관 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제품의 판매 중단을 시작한다"며 퍼포먼스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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