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만난 손정의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

文대통령 "세계 시장 진출 도와달라"...한일 관계 언급은 無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인공지능(AI)에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한국계 일본인인 손 회장은 세계적인 벤처 창업 투자자로서, 과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는 초고속 인터넷망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날 접견은 손 회장의 요청으로 성사됐으며, 청와대에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 등 비서진이 배석했다.

김 실장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손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글로벌 리더 중 한 명"이라고 평가하며 "손 회장에게 여러 조언을 듣고 한국 정부와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현재 한국이 초고속 인터넷, 모바일 인터넷 세계1위 국가로 성장하고 수많은 IT우수 기업이 배출되어 기쁘다"면서, "지난 20년간 1인당 GDP가 일본이 1.2배, 미국이 1.8배 성장할 동안 한국은 3.7배나 성장한 것은 초고속 인터넷에 대한 과감하고 시의적절한 투자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손 회장은 "AI는 인류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AI 전문인력 양성 분야에도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그는 "대기업은 자금력이 있어 스스로 투자가 가능하지만 혁신벤처창업가들은 자금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특히 젊은 창업가들에게 투자해 달라"고 했다.

또 "한국 시장의 규모는 한계가 있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며 "소프트뱅크가 가지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손 회장은 흔쾌히 알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AI 분야에서 늦게 출발했을 수 있지만 강점도 많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이뤘고, 이미 만들어진 개념을 사업화시키는 데에는 단연 앞서 간다"며 한국 AI 분야에 대한 투자를 거듭 당부했다.

손 회장은 "한국이 인공지능 후발국이나 한발 한발 따라잡는 전략보다는 한 번에 따라잡는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세계가 한국의 인공지능에 투자하도록 돕겠다"고 답했다.

이날 만남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 직후 이뤄진 터라 한일 관계에 대한 발언에 이목이 집중됐으나,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