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화물여객선 만경봉 92호가 25일 오전 8시30분 7개월만에 일본 니카타 항에 입항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1천5백명의 경찰을 동원해 사상 최대규모의 검색을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일본내 재일조선인총연합회 건물 등에 대한 테러가 재연되고 있는 가운데 만경봉호가 입항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만경봉호 7개월만에 일본 입항-일본 최대규모 검색실시**
북한의 부정기 화물 여객선 만경봉 92호는 25일 오전 8시반 일본 니가타 항에 입항했다고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들이 이날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 23일 북한 원산항을 떠나 일본에 도착한 만경봉호의 니가타 항 입항은 금년 1월이후 7개월만이다. 만경봉호는 지난 6월에도 니가타항에 입항할 예정이었으나 일본 정부가 안전성검사인 항만국통제(PSC)를 엄격히 실시한다는 방침에 항의, 그동안 입항을 늦춰왔다.
관계자에 따르면 만경봉호에 승선해 있는 승객은 34명이고 승무원은 74명에 불과하며 적하물은 38톤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본 정부는 1천5백여명의 경찰 등 도합 1천9백여명이라는 사상 최대규모의 인력을 동원해 출입검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현재 만경봉호에는 입항관련 일본 조사원이 승선했으며 해상보안청과 세관, 검역 관련 1백 명가량의 조사원들이 합동으로 출입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 국토교통성은 24명의 외국 선박 감독관을 투입, 선체의 안전성이나 구명 설비 등을 조사하는 ‘항만국통제’조사를 10년 만에 만경봉호에 대해 실시, 선박자동식별장치(AIS)의 유무 등 각종 검사를 25일 오후까지 행할 예정이며 조사결과 미비한 사항이 발견되면 시정을 명령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시정명령이 내려지면 해당 사항을 시정할 때까지 만경봉호는 출항이 금지돼 배가 항구에 묶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폭동진압경찰과 선박 검사원, 해안경비대원 등 1천 5백여명을 니가타행에 배치해 감시에 나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또 만경봉호가 금지된 장비나 마약밀수 , 북한에 대한 불법 현금 송금 및 간첩활동 등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 이를 차단할 목적으로 정박기간내내 밀착 감시를 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만경봉호 입항에 항의해 일본 우익단체 잇따라 테러**
현재 일본에서는 입항한 만경봉호와 관련, 납치피해자 가족들이 부두에서 항의 집회를 갖고 입항에 항의하는 의미로 재일 북한단체 시설을 노린 테러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4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23일 밤 아사히신문사 등 일본 주요 언론사에 ‘건국의용군 조선정벌대’를 자칭하는 남자가 전화를 걸어와 ”만경봉호의 입항에 항의해 오키야마 역전에 있는 조긴 본점에 총격을 가했으며 후쿠오카의 총련 본부와 조긴 서신용조합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전화를 걸어왔다.
이에 따라 수사에 나선 경찰은 현장을 조사한 결과, 총련 후쿠오카 지방본부가 입주해있는 건물 부근과 조긴 서신용조합 건물 근처에서 지름 11cm, 높이 26cm 크기의 보온병처럼 생긴 의심스런 물건이 발견, 건물 근처 주민 1백20여명을 긴급 대피시키고 새벽까지 교통통제를 실시했다.
두개의 보온병은 물병 타입의 스텐레스 제품으로 위에 플라스틱제 용기를 얹을 수 있고 투명한 폴리에틸렌 자루에 싸여 있었다. 특히 조긴 서신용조합 근처에서 발견된 보온병 안에는 소형 가스 버너장치와 납선, IC 기판 등이 들어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발화장치가 없어 폭발할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으나 하카타 경찰서에 수사본부를 설치해 배후 관계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과 아울러 오키야마 역전에 있는 조긴 서신용조합 본점 1층 입구 유리문에서도 총격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지름 3cm의 구멍이 발견됐다. 경찰은 괴한이 “무법국가의 선박이 들어오는 데 대한 항의”라고 밝힌 점에 따라 북한의 만경봉92호의 입항에 반대하는 일본내 극우단체 소행으로 보고 있다.
***6자회담 결과에 따라서는 극우단체 더 준동할 수도**
만경봉호 입항과 관련한 이런 일련의 조총련계 단체에 대한 테러에 대해 조총련 중앙본부는 24일 “심야에 동시 다발적으로, 총련과 민족 금융기관에 대한 조준사격을 행한 흉악한 테러 행위에 대해, 북받치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내용의, 사건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정태문 총련 후쿠오카 지방본부장과 남승우 총련 중앙본부 부의장은 24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사건은 인근 주민들까지 끌어들인 비열하고 흉악한 테러행위”라고 규탄하고 “니가타 입항 저지를 위한 여론 조성을 감행하고 있는 일본 내 상황에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조총련 측은 “북한과 총련에 대한 압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최근 일본내에서는 조선정벌대를 지칭하는 단체의 총련 등 재일북한단체에 대한 테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데 지난 달 30일에도 총련 니가타 본부 현관에서 이 단체 소행으로 보이는 총탄자국이 발견됐었다. 또한 지난 1월 14일 나고야시 나카무라구의 조긴중부 신용조합에 대한 발포 사건과 ,지난 해 11월 사민당 본부와 조총련 중앙 본부에 총탄을 보낸 사건과도 이 단체가 연관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내에서는 지난해 북일 정상회담 이후의 반북분위기가 여전히 상당한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는 이번 사건은 특히 만경봉호 입항과 6자회담을 앞두고 발생해 이후 북-일관계에 미묘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북-일관계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만경봉호에 대한 일본정부의 과잉검색을 미국 매파가 추진중인 '해상봉쇄'의 일환으로 여기고 있어 베이징 6자회담 과정에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은 또 북한이나 중국-러시아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에서 일본인 납북문제를 거론한다는 입장이어서 6자회담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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