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최대 이슈이자 오바마 미 행정부의 온 신경이 쏠려 있는 이란 핵 문제가 또 한 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란이 농축하고 있는 우라늄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공식적으로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란이 2003년 이후 핵무기 제조 관련 활동을 중단했다는 3년 여 전 미국의 정보 판단과도 다른 것으로 이란 핵무기 개발을 둘러싼 갈등을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아마노 유키야(天野之) IAEA 사무총장은 18일 10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이란이 핵폭탄 제조와 관련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이러한 활동에 관한 "광범위하게 일관되고 믿을 만한 증거들"을 수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증거들이 미사일용 핵 탑재체(payload)의 개발과 관련된 과거 또는 현재의 드러나지 않은 활동이 존재한다는 의심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IAEA 보고서에서 과거 이란의 핵 활동이 아닌 '현재'의 핵무기 개발 관련 활동이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이번 보고서는 2004년 이후 이란의 핵무기 관련 활동을 포함하고 있어 "2003년 이후 이란에서 핵무기 제조와 관련한 의심되는 작업들은 끝났다"고 명시한 2007년 12월 미 국가정보국(DNI)의 '국가정보평가'(NIE) 보고서와도 배치되는 것이다.
이란은 이달 초 의료용 원자로에 사용하기 위해 3.5% 농도의 우라늄을 20%로 농축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IAEA에 통보한 바 있다.
이에 IAEA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기 전까지 우라늄 농축을 시도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란은 지난 9~11일에 걸쳐 이미 100g 정도의 20% 농도 우라늄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란이 현지 사찰단에 농축 진전 상황을 보고하지 않은데다가 몇 가지 의심스러운 움직임도 했던 것으로 포착됐다.
IAEA는 보고서를 통해 이란이 핵무기 폭발 방법을 시험하고 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작은 탄두를 고안하는 등, 최근 몇 주간 이란이 핵무기 개발 쪽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증거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IAEA 보고서가 이란이 20% 농축 우라늄 물량의 거의 대부분을 지상에 있는 공장에 투입하고 있는 움직임이 있다고 밝힌 점도 미국의 의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는 저농축 우라늄을 몇 달 안에 핵폭탄 급으로 농축시켜 전환하려 하는 것으로 보이는 한편, 그 이동 장소가 '땅 위'라서 이스라엘 등의 군사적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또 IAEA는 이란 측이 시찰단에게 우라늄을 금속 형태(metallic form)로 만들 계획이라고 처음으로 밝혔다고 보고했다. 우라늄을 금속 형태로 만드는 단계는 일반적인 용도로 설명되기도 하지만, 수소폭탄의 핵심 부분을 제조하기 위한 필수적인 단계로도 여겨진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핵군축 관련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이란이 이스파한에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던 생산 라인이 이란의 무기 제조에 쓰일 금속 부품을 만들어낼 혐의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은 이와 같은 의혹을 부인하면서 우라늄 농축 시설 등은 순수하게 에너지 개발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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