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과학 활동을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보수적 성향의 유권자와 업계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밀고나가기 위해서 과학활동을 왜곡하는 것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부시 때문에 미정부기관들 권위와 신뢰 급락**
20일(현지시각)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의 보도에 따르면, '정부개혁을 위한 의회 특별조사위원회'가 캘리포니아 민주당 하원의원 헨리 왁스먼에게 제출한 <부시 행정부의 정치 활동과 과학>이란 보고서는 부시 행정부가 과학 활동을 멋대로 왜곡ㆍ방해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 보고서는 국립보건원(NIH), 식품의약품안전청(FDA), 질병통제예방센터(CDCP), 환경보호청(EPA) 등 과학 연구를 촉진시키고 공중위생과 복지후생을 위한 과학정책을 개발하는 데 일조했던 미국내 기관들이 부시 정부하에서 그 권위와 신뢰에 치명타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시 정권 출범후 많은 과학잡지들이 이들 기관이 제공하는 과학 정보에 대한 신뢰도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시 정부, 20개 이상 과학 이슈 조작 의혹**
보고서는 현재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정권의 보수적 이데올로기나 정치적인 고려 때문에 20개가 넘는 과학적 이슈들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질병통제예방센터는 그들의 웹사이트에서 콘돔 사용이 성병 예방을 위해 유용하다는 내용을 비롯한 콘돔에 관한 모든 정보를 삭제했다. 혼전 순결을 주장하고, 낙태를 반대하는 부시 대통령의 철학과 부시 행정부를 지지하는 보수적 유권자들이 콘돔 사용에 대해 갖는 거부감이 국가기관이 제공하는 정보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보고서는 또 최근 미국내외에 크게 보도된 백악관의 <환경보호청 보고서>를 예로 들면서 부시 정부의 과학활동 왜곡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6월 백악관은 환경보호청이 발표할 예정이던 환경보고서 내용 가운데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 "기후 변화가 환경과 인간에 미치는 영향" 등, 교토의정서를 탈퇴하는 등 국제적인 기후변화협약을 거부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에게 불리한 부분을 삭제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런 백악관의 압력으로 결국 환경보호청은 반쪽 보고서를 발간해야 했다.
보고서는 부시 행정부의 이런 과학 활동에 대한 왜곡은 식품 안전, 납 중독, 작업장 안전, 환경 호르몬 규제 등 다양한 분야에 두루 걸쳐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 활동 기만을 위한 부시의 세 가지 꼼수**
왁스먼 보고서는 부시 행정부는 과학 활동 왜곡을 위해 크게 세 가지 꼼수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종 과학 자문위원회의 구성에 영향력을 미치거나, 과학정보 자체를 왜곡ㆍ은폐 시키는 일, 과학연구와 분석을 방해하는 것이 그것이다.
현재 미국의 '자문위원회에 관한 법'은 자문위원회가 균형 잡힌 관점에서 자문활동을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자문위원회의 활동이 임명권자의 권위나 다른 특별한 이해관계에 의해 부적절한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법으로 정해 놓고 있는 것이다.
부시 정부는 이런 자문위원회 법도 무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부는 '아동납 중독 예방을 위한 자문위원회'에서 세 명의 전문가를 제명시키고 대신 납 산업에 이해관계가 있는 인사나 "현재 납의 허용한계를 7배 올려 기준을 정해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증언한 업계의 컨설턴트 등으로 대체시키는 어이없는 행태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에서 언급한 지구온난화에 관한 환경보호청의 보고서를 백악관이 편집한 것은 과학정보 자체를 왜곡ㆍ은폐 시킨 단적인 사례이다. 한 예로 백악관은 "최근 10년 동안 지구 기온 상승치가 1천년의 상승치보다 컸다"는 보고서의 내용을 삭제하고, 대신 미국 석유협회가 제기한 반론을 실었다. 또 국가연구위원회(NRC)가 "인간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고 결론지은 2001년의 연구 결과도 삭제했다.
백악관의 편집 요구가 너무나 황당한 것이어서 당시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참여했던 과학자들은 "백악관의 수정 요구가 너무나 광범위해 보고서가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합의를 정확히 반영할 수 없을 정도"라고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일을 포함해 부시의 백악관과 계속 갈등을 빚었던 크리스틴 휘트먼 청장은 결국 6월말 사퇴했다.
또 부시 행정부는 반복적으로 과학연구 자체를 방해해 왔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백악관은 환경보호청이 부시의 청정대기사업계획(Clear Skies Initiative)과는 다른 대기오염에 관한 연구를 허락하는 것을 거부해왔다는 것이다. 부시의 청정대기사업계획은 2002년에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부시 행정부에 대해 국내외 여론이 나빠지자, 부시가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방안으로서 그 실효성에 많은 비판이 있었다.
***부메랑은 부시 행정부에게 돌아갈 것**
이같은 부시 정부의 행태는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목격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최근 첨예한 갈등을 낳고 있는 위도 핵폐기물처리장 부지선정 논란만 해도 그렇다. 중립성과 객관성에 의심이 가는 핵관련 기관이나 정부측 인사들로 구성된 부지선정위원회가 짧은 시간 동안 결정한 핵폐기물처리장 부지 적합성 판정은 주민들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의 불신을 받고 있다.
지난 1999년부터 2000년까지 활동한 새만금 민관공동조사단의 활동도 마찬가지다. 이때도 민관공동조사단의 구성이나 그 연구 활동에 대해서 숱한 문제들이 지적되었다. 또 1년여의 활동이 지난 뒤, 실제로 보고서를 완성하지도 못해 결국 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이 모든 의견을 종합한 뒤 개인 의견을 덧붙여 최종 보고서라고 내놓는 식으로 마무리되었다. 그 때 내놓은 최종 보고서에 근거해 공사가 다시 시작되었고, 결국 지금과 같은 사회 갈등을 낳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국내 많은 전문가들은 부시의 과학 활동에 대한 기만행위들이 공공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대중들이 정부에 대해 갖고 있는 신뢰에 금이 가게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결국 부메랑은 부시 행정부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이 경고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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