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29일 '오사카 선언'이라는 이름의 공동성명을 내놓고 폐막했다. 성명에는 미국의 반대로 '반(反)보호무역주의'나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
의장국 일본이 발표한 이 공동성명에는 "열린 시장을 만들기 위해 자유롭고 공평하며 무차별적이고 투명성이 있는 무역과 투자 환경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신 '보호무역주의를 반대한다'는 취지의 표현은 미국의 반대로 제외됐다.
'반(反) 보호주의' 문구가 G20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빠진 것은 작년 아르헨티나 회의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G20 정상회의는 지난 2008년 '리먼 쇼크'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출범한 뒤 매년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인 작년 미국의 반대로 이런 내용이 빠졌다.
미국을 제외한 19개국 정상들은 성명에 '반보호무역주의' 표현을 넣을 것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파리기후협정을 이행하자는 내용도 제외됐다. 지난 2015년 채택된 파리기후협정은 21세기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하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미국 이외의 19개국은 이번 회의에서 파리기후협정의 완전한 실시 의사를 재확인했지만, 이 협정에 대한 탈퇴를 공언한 미국이 반대해 성명에 일치된 견해를 내놓지 못했다.
성명은 오히려 "미국이 자국 노동자들과 납세자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이라며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리라는 것을 재차 말했다"며 미국의 입장을 설명하기도 했다.
보호무역주의와 지구온난화 이슈와 관련해 대부분의 회원국이 같은 주장을 폈음에도 불구하고 성명 내용에는 미국의 주장이 관철된 만큼 미국의 일방주의에 밀린 G20의 위상 약화에 대한 비판 여론이 국제사회에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공동성명과 관련해 "의견의 공통점을 찾아냈다"고 자평했지만, 일본이 성명 초안부터 '반보호무역주의' 문구를 뺀 만큼 미국에 치우쳐 의장국으로서 조정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올 전망이다.
한편 성명에는 세계 경제와 무역과 관련해서는 "세계 경제는 악화될 우려가 있다. 특히 무역과 지정학을 둘러싼 긴장이 증대하고 있다. 리스크에 대처하기 위해 추가적인 행동을 취할 용의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문제에 대해서는 "WTO 개혁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다"는 표현이 포함됐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수산물 패소 판정 이후 WTO 분쟁해결 체계 개편을 요구해온 의장국 일본의 주장을 반영해 "WTO의 분쟁 해결 시스템에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동의했다"는 내용도 적혔다.
성명은 심각한 국제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와 관련해 "205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의 해양 방출을 '제로(0)'로 만들기로 했다. G20 밖의 국제사회와 함께 이런 비전을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장국 일본의 정상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폐회 후 기자회견에서 "회의에서 정상들이 합의한 '오사카 트랙'의 첫 회의를 다음달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사카 트랙은 데이터, 전자상거래 유통에 대한 규칙 제정을 논의하는 국제적 틀이다.
그는 "미중 무역마찰 등에 따른 경제 악화 우려에 대해 G20이 결속해 강한 성장을 견인해 가기로 결의했다"고 성과를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는 G20 회원국 정상(급) 19명을 비롯해 37개 국가·지역·국제기관의 대표들이 대거 참가했다.
한편 미중 간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번 회의를 계기로 높은 관심 속에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무역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하는 성과를 냈다.
중국 신화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오사카에서 90분간 '무역담판'을 벌인 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하고, 협상을 재개하기로 하며 '휴전'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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