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7일 한국에 도착했다.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오는 29일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 이틀 먼저 한국에 발을 디딘 것이다.
이날 오후 4시 30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취재진을 만난 비건 대표는 '북측 인사를 만날 예정이냐', '최근에 북측과 접촉이 있었느냐', '문재인 대통령의 전날 제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의 질문을 받았지만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공항을 떠났다.
비건 대표는 28일 오전 10시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한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북미대화 재개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공조방안을 논의하고, 30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논의할 대북 의제를 조율한다. 이 본부장과 비건 대표는 이날 만찬도 함께하며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비건 대표는 같은 날 오후 5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예방할 예정이며, 남북관계 및 대북 식량 지원 상황 등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하느라 부재중이지만 청와대를 예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건 대표가 이번 방한 기간 중 판문점 등에서 북측과 접촉할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나왔으나, 그럴 가능성은 적다는 게 외교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북측 인사와 접촉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비건 대표는 북한을 향해 실무협상을 재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 국장이 이날 오전 미국을 향해 "말이 통하는 사람"이 "온전한 대안"을 갖고 나와야 대화가 가능하다고 담화문을 통해 밝힌 만큼 비건 대표가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그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동아시아재단과 개최한 전략대화 행사에서 북한과의 협상 재개에 전제조건이 없다며 "북한과의 협상을 향한 문이 활짝 열려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오후 한국에 들어와 30일 오후 오산 공군기지에서 미국 워싱턴DC로 돌아갈 예정이다. 비건 대표도 이날 함께 서울을 떠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머무는 동안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는 일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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