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사흘 앞두고 북한이 자신들은 제재로 인해 대화에 나선 것이 아니라며, 미국 정부 실무자들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대화도, 비핵화도 어렵다고 경고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6일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이 우리에 대한 적대행위를 더욱 노골화하는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미 국무장관 폼페오는 어느 한 기자회견에서 조미(북미) 실무협상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북조선(북한) 경제의 80% 이상이 제재를 받고 있다는 데 대해 모두가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하면서 제재가 조미 대화를 가능하게 하고있는 듯이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비난했다.
대변인은 "폼페오의 말대로 현재 미국의 제재가 우리 경제의 80% 이상에 미치고 있다면 100% 수준에로 끌어올리는 것이 미국의 목표인가"라며 "이것은 싱가포르 조미 수뇌회담에서 채택된 조미 공동성명에 대한 정면도전이며 대조선 적대행위의 극치"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미 수뇌분들이 아무리 새로운 관계수립을 위해 애쓴다고 하여도 대조선 적대감이 골수에 찬 정책 작성자들이 미국정치를 좌지우지하는 한 조미 관계개선도, 조선반도 비핵화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엄포를 놓았다.
대변인은 "제반 사실은 제재 압박으로 우리를 굴복시켜 보려는 미국의 야망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으며 오히려 더욱 로골화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우리는 제재 해제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다. 우리 국가는 미국의 제재에 굴복할 나라가 아니며 미국이 치고 싶으면 치고 말고 싶으면 마는 나라는 더더욱 아니다"라며 "누구든 우리의 자주권, 생존권을 짓밟으려든다면 우리는 자위를 위한 실력행사의 방아쇠를 주저 없이 당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외무성의 이같은 담화는 정상 수준에서 친서를 교환하며 대화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는 미국의 행보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변인은 실제 "최근에만도 미국은 온갖 허위와 날조로 일관된 '인신매매보고서'와 '국제종교자유보고서'에서 우리 국가를 악랄하게 헐뜯었는가 하면 우리를 적으로 규정하고 제재를 계속 가할 것을 요구하는 '국가비상사태'를 1년 더 연장하는 놀음을 벌려 놓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변인은 비판의 초점을 폼페이오 장관에게 맞추면서 최근 조성된 북미 정상 간 대화 흐름은 지속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실무회담만 강조하고 있는 미국의 태도에 대해 북한이 불만을 가지고 있고, 이것이 이번 담화로 표출된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단순히 북미 간 협상 전에 주고 받는 '기싸움' 정도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평가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은 대화를 원하는 것처럼 답도 없이 무작정 실무회담을 강조하면서 마치 자신들은 대단히 노력하는데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다는 악의적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 보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전에 실무회담을 안한 것도 아니고, 미국이 그간 실무회담의 노력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싱가포르 합의 마저 무의미하게 만든 상황"이라며 "이 와중에 (미국이) 제재, 인권, 종교 문제까지 들고 나오는데 아무 내용 없이 실무대화 하자고 북한이 순순히 나가는게 더 이상하고 비정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담화에 대해 "미국의 조치에 대한 매뉴얼에 따른 대응이고, 한마디로 미국에 대화하려면 뭐라도 행동으로 보이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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