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임신 기간 12주 이내에 낙태를 한 피의자에 대해서 앞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태아의 독자적 생존능력과 임신부의 자기 결정권을 함께 고려해 임신 초기의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고려한 조처다.
21일 검찰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최근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낙태죄 사건의 현황 및 내용을 점검한 뒤 '낙태 사건 처리기준'을 마련해 일선 검찰청에 내려보냈다.
헌재는 지난 4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면서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기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판단 취지에 따라 사건 처리기준을 마련한 대검은 낙태 당시 임신 기간이 12주 이내이고, 헌재가 허용 사유로 예시한 범위에 명확히 해당하는 사례일 경우에 기소유예 처분을 하도록 했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불기소 처분을 말한다.
광주지검이 최근 원치 않는 임신을 한 미성년자가 임신 12주 이내에 낙태를 한 사건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대검의 사건 처리기준을 따른 첫 사례다.
대검 관계자는 "임신 12주 이내에 발생한 낙태 사건을 기소유예 처분하도록 한 것은 헌재가 낙태 허용 사유의 유무를 묻지 않고 낙태를 허용할 것인지는 국회에 입법재량이 있다고 한 점, 해외 입법례 중 12주 이내는 사유를 묻지 않고 낙태를 허용하는 국가가 있는 점 등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임신 기간 12∼22주 이내에 낙태했거나, 헌재가 낙태 허용 사유로 예시한 범위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있는 사례에 대해서는 국회가 낙태죄에 대한 새로운 입법을 할 때까지 기소중지하기로 했다.
이미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구형 기준이 마련됐다.
임신부의 자기 결정권을 우선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건에서는 선고유예를 구형하고, 반대로 태아의 생명권을 우선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건이나 상습적으로 낙태 시술을 한 의료인 관련 사건에서는 유죄를 구형하기로 했다.
아울러 임신 기간이나 낙태 사유 등에 대해 추가로 사실관계 조사가 필요한 사건의 경우에는 재판부에 추가 심리를 요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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