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20일 정오(현지 시각) 평양에 도착해 북한 국빈 방문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평양 순안공항에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 부부가 나와 시 주석 부부를 맞이했다고 전했다.
이날 공항에는 김 위원장 부부와 함께 박봉주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리만건 당 부위원장, 리수용 당 부위원장, 최휘 당 부위원장, 김영철 당 부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등 북한 경제 및 외교 핵심 인사들이 나와 시 주석 부부를 영접했다.
통신은 공항에서부터 시 주석 부부를 환영하는 분위기로 가득찼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북한군 의장대를 사열했으며, 공항에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시진핑 동지를 열렬히 환영합니다", "피로 맺은 북-중 양국 인민들 사이의 굳건한 우정 단결 만세"라는 플래카드 등이 걸려 있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공항 환영식 이후 시 주석 일행이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으로 이동했다. 통신은 "길 양편에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여기저기서 환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며 "시 주석과 김정은은 환영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고 전해 북한 주민들이 시 주석을 맞이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참여했음을 시사했다.
금수산태양궁전에서도 시 주석을 환영하는 별도의 행사가 열렸다. 통신은 "시 주석이 도착했을 때 수만 개의 풍선이 하늘로 날아올랐다"며 "시 주석 부부는 북한 당정 지도 간부들과 평양 시민대표와 일일이 악수를 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김재룡 내각 총리, 박광호 당 부위원장, 김평해 당 부위원장 등이 시 주석 일행을 영접했다.
통신은 이후 "시진핑 주석과 (영부인인) 펑리위안은 금수산 영빈관으로 가서 여장을 풀었다"고 보도했다. 통신이 밝힌 '금수산 영빈관'은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도 묵었던 백화원 초대소를 지칭하는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북중 정상회담 돌입…'새로운 협상안', '유연한 접근' 논의될까?
관심은 공식적인 의전 행사 뒤에 열리는 북중 정상회담에 쏠린다. 통신은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일정에 돌입했다고 전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보도하지 않았다.
청와대를 비롯해 한국 정부는 시 주석의 방북이 한미, 남북, 북미 대화의 선순환 구조로 전환되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는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이날 "(북미) 양측이 모두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북한에 대화 재개 메시지를 발산하기도 했다.
비건 대표의 발언은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전날 "북한과 미국이 하노이 회담을 각자 평가하고 그 결과에 기반해 새로운 협상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힌 대목과 맞물려 조만간 북미 간 실무 협상이 가동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비건 대표가 말한 '유연한 접근'과 관련해 미국을 방문 중인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는 "제재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고 안전보장 문제가 전면에 나와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 같아 미국 입장이 좀 달라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풀이했다.
미국 측이 체제 안전 보장 문제에 관심을 보이며 기존의 '원샷 빅딜' 입장에서 한층 완화된 태도로 돌아설 가능성을 기대한 발언으로 보인다. 문 특보는 "미국이 외교관계 정상화와 군사적 불가침조약 체결 등으로 체제보장 방안을 제시할 경우 북한이 비핵화를 받아들이고 제재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간 중재자로 나선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이 제시하는 '새로운 협상안'을 공유하고,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북미 협상을 매개하는 수순을 예상해 볼 수 있다.
G20 뒤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전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문 특보는 "작년 5월 26일에 원포인트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했을 때 북측에서 20시간 전에 알려줬다"면서 "20시간만 있으면 두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해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다만 시 주석의 방북은 향후 한반도 문제가 관련국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다자구도로 전개되는 출발선이 될 수 있어 성급하게 낙관만 해선 안 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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