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대만 외교부는 ‘대만’을 명기한 새 여권을 9월1일부터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만의 국민투표 방침과 일국양제 반대 발언’에 강력 반발해온 중국이 ‘대만’의 명기 방침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중국-대만 양안관계가 앞으로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새로운 여권에 ‘대만’명기”- 대만, 기능적인 변화라고 주장**
젠여우신(簡又新) 외교부장(장관)은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9월 1일부터 새 여권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대만 영자지 타이베이 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젠여우신 부장은 “전통적으로 첫 번째로 발급되는 새 여권은 총통에게 발급되는 것이 관례이나 많은 국민이 그 여권을 원할 정도로 관심이 많아 그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이러한 기회를 일반 국민에게 돌리기로 했다”면서 새 여권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높음을 강조했다. 그는 또 “새로운 여권에 관련해서 대만 외교부와 외국 외교관들과의 업무협조가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 발급되는 여권 표지에는 중국대륙과의 연계 상징인 기존의 국기와 영문과 중문의 ‘중화민국’명칭은 그대로 있고 그 아래에 영문 ‘대만’을 기입하고 있다.
외교부 관료들은 “새로 나오는 여권을 소지한 대만 국민들은 이제 해외여행에서 대만인인지 중국인인지 혼동되지 않게 되길 바란다”면서 이번 새 여권 발급 의미가 대만인들이 해외에서 중국인으로 오인되지 않게 하려는 순전히 기능적인 고려들에 근거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의미가 그리 간단치만은 않을 듯하다.
***중국, “중국에서 분리독립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비판**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중국 정부는 친독립적인 천수이볜 대만 총통정부가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장제스(蔣介石)와 아들 장징궈(蔣經國)가 장악했던 과거 대만 정부들은 중국과의 마찰 소지를 피하기 위해 여권에 ‘대만’ 명칭을 기입하는 것을 피해 왔으나 천수이볜 정부는 2000년 총통선거에서 국민당 수보를 누르고 집권하면서 대만을 적극 부각시키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대만 정부의 정책에 대해 강력 반발해 왔다. 중국사회과학원 대만문제 전문가인 리자취엔은 지난 달 인민일보(人民日報)에서 새로운 여권을 발급하려는 대만정부 정책에 대해서 “양안관계를 악화시키는 비열한 친독립방향으로 나아가는 또 다른 운동”이라고 강력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이 현명하지 못한 계획은 단지 긴장상태인 양안관계를 훼손할 뿐이며 상호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게다가 양안간 오랜 기간의 평화와 안정을 원하는 대다수 대만인들과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 푸젠성 시아먼(廈門) 대학의 대만연구소 전임 원장인 판시조우 교수도 “이러한 움직임은 대만 여당인 민진당의 대만 분리주의 운동의 일환”이라고 주장하면서 “양안관계 발전을 위해 대만 정부가 전혀 진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최근 양안관계, 국민투표 움직임과 일국양제 비판으로 긴장감 고조**
최근 양안관계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이 여권 논란 이외에도 대만의 국민투표 강행 움직임과 일국양제 비판과도 맞물려 있다.
천수이볜 총통은 지난 26일 ‘세계대만인협회연맹(WFTA)' 제 30차 총회에서 행한 화상연설에서 “내년에 국민투표를 실시하면 대만 민주주의 발전의 ’제2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대만 정부는 국민투표 시스템을 확립할 계획을 현재 마련중이며 대만인들에게 국민투표는 오래전에 실현됐어야 할 기본권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타이베이 타임스가 지난 27일 보도한 바 있다.
그는 이어서 “국가안전법과 같은 홍콩에서의 현재 경험은 물론, 대만이 WHO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과 같은 중국의 거친 압력을 볼 때, 우리는 ‘두 체제’라는 것이 단지 전체주의이며 억압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는 만큼 이 같은 정책은 사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대만의 일국양제 비판과 국민투표 강행에 대해서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임 천윈린(陳云林)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의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과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만난 자리에서 “대만의 국민투표 강행 움직임은 독립으로 나아가려는 자극적인 정책이며 이는 중국의 관용 ‘한계선’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한편 중국사회과학원 대만문제연구소 위커리(余克禮) 부소장은 “미국은 중국과 협조해서 대만이 국민투표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29일 중국 관영 중국일보(中國日報)가 보도했다. 그는 이어서 “양안관계의 장기적인 평화와 안정뿐만 아니라 양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미국과 중국은 굳건한 협조관계를 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수이볜 총통이 금년 하반기에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중미 방문을 추진 중인 가운데 미국 통과 방침을 은연중에 시사한 상황에서 앞으로 중국과 대만 관계는 동북아에서 또 다른 긴장조성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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