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은 참여정부 들어서 가장 부끄러운 날"

추미애 의원, "부안 핵처리장 주민투표" 주장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위도 핵폐기물 처리장 문제와 관련, 정부를 정면 비판하며 주민투표를 통해 처리장 건설여부를 결정하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28일 오후 자신의 홈페이지(www.chumiae.or,kr)에 올린 글에서 부안군민의 시위를 경찰이 진압한 22일은 "참여정부 들어서 가장 부끄러운 날"이라고 주장하면서 "부안군민들의 정당한 항의를 무참히 짓밟는 것은 참여정부의 참모습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추 의원은 핵폐기물 처리장 해법과 관련, "공권력 투입으로 부안군민의 입막음을 하려 할 게 아니라 주민투표를 실시함으로써 합리적, 민주적 대책을 취할 것"을 정부에게 촉구했다.

추 의원은 이밖에 현재 핵폐기물처리장이 추진되는 과정에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주민을 대표한 군의회도 무시한 채 현지 주민들 몇십명을 꼬드겨 받아낸 동의"로 이루어진 유치신청은 정당하지 못한 "기만적 과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핵폐기물처리장의 안전성은 "주민 동의의 대상이 아니라 정부가 검증할 책임이 있는 부분"이라면서 정부가 "근원적인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 답을 내놓지 못하고 물리력으로 주민저항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주민 생존과 직결된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못 들은 척하고 단순히 님비 현상으로 몰아붙여 여론재판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다음은 추미애 의원의 글 전문이다. 편집자

***참여정부의 방폐장 선정과정에 참여행정 어디 갔나?**

***당국은 주민투표를 실시하라**

7월 22일은 참여정부 들어서서 저에게 가장 부끄러운 날이었습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로 회귀한 듯한 공권력 사용으로 부안 군민들의 정당한 항의를 무참히 짓밟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폭압적인 물리력 사용이 우리가 바라던 참여정부의 참 모습이라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언론은 주민 생존과 직결되는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못들은 척하고 국책사업추진과정에서 주민 개별보상이 타당한가의 문제로 전환시키면서 본질 흐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마치 개별 직접보상이 안되어 유치반대를 하는 것처럼 비치게 함으로써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로 중요국책사업 추진이 안되는 것처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생존과 생명에 걸친 문제로 저항하는 것을 단순한 님비현상으로 몰아부쳐 여론 재판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생존권과 생명권 문제에 직면한 타인에 대해 단순한 이기주의 작태로 몰아부쳐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더 쾌적한 삶을 누리기 위해 소수 약자의 생존은 희생시킬 수도 있다는 다수가 님비적인 것입니다.

당국은 공권력 투입으로 부안군민의 입막음을 하려 할 것이 아니라 주민투표를 실시함으로써 합리적. 민주적 대책으로 임할 것을 촉구합니다.

산자부는 지난 6월, 7월 15일 까지 자발적 유치신청이 없으면 주민투표로 확정짓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산자부는 부안군이 마감시간내에 자발적 유치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주민 투표를 부정하는 듯합니다. 그렇지만 주민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민간건설업체와 한국수력원자력(주)이 현지 주민 유혹 작전을 전개한 의혹이 있고, 군수가 어느 날 태도를 돌변하여 군의회도 무시하고 전격 발표한 점을 보면 사실상 현지 주민의 “자발적 신청”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부안군수(김종규)는 사실은 핵폐기장 유치반대입장을 분명히 했고 더구나 두차례의 지질조사를 위한 굴착공사도 까지도 거절했었습니다. 당연히 핵폐기장 안전성이나 타당성에 대한 주민공청회를 한번도 가진 적이 없었습니다.
군의회도 이미 7월 11일 핵폐기장 유치여부에 대한 표결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군수가 선수치기로 7월 10일 유치신청을 전격발표를 해버린 것입니다.
그때가지 군산이 지정되는 줄 알고 전북 도민의 눈길은 군산의 향배에 집중되어있었으므로 안심하고 있던 부안군민은 불의타를 당한 셈입니다.
주민을 대표한 군의회도 무시한 채, 지질 조사도 없이 현지주민 몇 십 명을 꼬드겨 받아낸 동의를 가지고, 방사능 영향권내에 있는 부안군민 전체의 의사가 반영되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산자부는 이제라도 주민공청회를 열어야합니다. 안전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주민에게 과학 기술적 정보를 제공하여야합니다. 그런 다음 산자부가 약속한대로 주민투표를 실시하여야합니다.

이미 행자부도 내년부터는 지역현안을 결정하는 주민투표의 도입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해당 지역민들이 목숨을 걸다시피하는 이처럼 중요한 문제를 두고 굳이 ‘내년부터’라고 우길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산자부나 행자부가 유치한 논리로 비켜가려고 하면 국민저항으로 번질 우려가 있습니다.
행자부는 공정한 의사가 투명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주민투표의 세부절차를 한시 빨리 마련 할 것을 촉구합니다.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근본적인 문제인 안전성에 대한 정부대책이 없으며, 안정성문제는 결코 주민 동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둘째, 주민동의를 얻는 과정도 기만적었다는 것입니다.

떳떳하지 못한 부안 핵폐기장 결정과정을 보면서 민주 행정이 실종되었다는 느낌입니다.
한건주의, 편의주의 행정을 볼 때 이것이 비단 부안군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참여정부 행정의 투명성과 민주성 원칙을 확보하기 위해서 결정과정의 문제를 짚어보고 우리 모두 문제해결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할 것입니다.

먼저 안정성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당국은 부안의 위도에 중 저준위 폐기물 영구처리시설 뿐만 아니라 고준위의 사용후 핵연료의 중간저장시설도 짓겠다고 합니다.
장갑, 의류에 묻어있는 중 저준위폐기물과는 달리 사용후 핵연료는 방사능 차이가 수백만배에 달하기 때문에 전혀 다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실제 국민의 정부는 98년 중 저준위폐기물시설과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을 각각 따로 건설 운영하기로 발표했었습니다.
전문가들도 현재까지 사용후 핵연료의 영구저장과 관련된 신뢰할 만한 기술이 없는 상태이므로 기존 원전에 보관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성을 줄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산업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기존의 태도를 바꾸어, 이번 위도 주민의 자발 유치를 전격발표하면서 중 저준위 폐기물과 고준위의 사용후 핵연료를 한 곳에 모아 관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부안군이( 정확히 말하면 부안군수가 ) ‘자율적으로 유치 신청’했기 때문에 굳이 따로 보관할 이유가 없고 안전성과 경제성면에서 바람직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한겨레 21 제 469호 14쪽 기사 참조)

안전성에 관한 문제는 주민동의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사용후 핵 연료의 중간시설의 안전성에 대한 과학 기술적 문제는 정부의 책임영역에 속하는 것이며 주민의 동의여부와 상관없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정부는 근원적인 안전성 문제에 대한 대답을 내놓지 않고 물리력으로 주민저항을 막고 있습니다.
위도 주민의 자발적 유치를 핑계로 사용후 핵연료중간저장시설도 짓겠다는 당국은 가난한 주민들의 궁박함과 장갑이나 의류를 보관하는 시설 정도로 알고 있던 주민들의 경솔함을 이용한 법리상 원천적 무효인 결정입니다.

행자부가 공정한 의사가 투명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주민투표의 세부절차를 한시 빨리 마련 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설사 주민투표 결과 주민동의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안전성에 관한 책임으로부터 면책되는 것이 아닌 이상, 사용후 핵폐기물 중간시설계획은 철회하여야할 것입니다.

다음은 주민동의를 얻는 기만적 과정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위도 주민들은 개별적으로 수억원의 보상금을 손에 쥔다는 말에 현혹되어 동의서에 날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위도주민의 자발유치 이면에는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유치를 위한 뒷작업이 있었다고 합니다. 즉 선심관광까지 제공하면서 개별 주민에게 수억원의 보상이 나가는 것처럼 소문을 퍼뜨렸다는 것입니다. (한계레 21 18쪽 기사 참조)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주민대상 홍보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즉, 안면도, 굴업도를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후보지로 정하고도 주민의 격렬한 반발로 이를 해제한 정부는 2000년 6월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부지 유치공모에 실패하고 난후 사업자주도로 전환하였습니다.
결국 정부는 지난 17년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안전성문제에 대한 해결책없이 사업자에게 전가하는 식으로 책임 회피 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산자부가 핵폐기장 부지 선정에서 민간업체가 역할을 할 경우 핵폐기장 업체 선정과정에서 수의 계약권을 보장해주겠다는 발표도 민간업체의 불법 탈법적 개입을 유도한 셈입니다. 즉 수의계약권을 따내기 위해 건설업체 직원들이 유치신청지역을 돌며 탈법적이고 과열된 유치활동을 벌였고 유치서명서가 돈으로 거래된 일까지 있었다고 합니다.(위 한겨레 기사 20쪽 참조)
만약 주민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민간의 불법, 탈법이 개재되어 있고 그것이 당초 당국의 유치한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수사당국은 즉각 조사에 나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