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우여곡절 끝에 중무장 자위대의 이라크파병법안인 ‘이라크부흥지원특별조치법’안을 통과시킨 일본은 조만간 1천명 규모의 자위대를 이라크에 파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항구법’ 제정과 ‘전수방위’원칙 등에 대해서도 수정을 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반면에 유독 미국은 내심 반기는 눈치다. 미국으로서는 곤란에 빠진 이라크에 동참하는 국가를 늘린다는 의미이외에 동북아에서의 방위비 분담을 노리기 때문이다.
***中, “전수(專守)방위원칙 준수가 일본 국익에 도움”**
중국 쿵취앤(孔泉)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일본 참의원이 자위대의 이라크 파견법안을 통과시킨 지 수 시간 만에 “일본은 전수방위 원칙을 견지해야만 평화와 발전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또한 이는 일본의 이익에도 부합하고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중국은 일본의 자위대 파견법 통과를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신화사 통신도 27일 파병안이 통과된 데에 대해 “일본이 군사력 강화를 통해 정치대국화의 길을 가려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화사는 미일군사동맹의 일환으로 제정된 주변사태법부터 유사법제 제정, 그리고 항구법 제정움직임까지 자세히 보도하면서 일련의 일본 움직임에 대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중국은 또 일본의 잘못된 역사관은 결국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지난 6월 유사법제가 통과될 시에는 기존의 평화헌법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며 일본의 군국화로 인해 동북아의 안정이 깨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일본이 과거 침략전쟁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에 대한 철저한 단절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서 이루어지는 일본의 군비강화에 대한 의구심과 불안은 동북아 안정에 기여하기 보다는 중국을 자극하는 등 한반도 주변의 군비경쟁을 가속화시켜 지역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일본, 미국과 MD구축에 상호 협력**
중국이 우려하는 바대로 최근에 일본이 취하고 있는 군비확장 움직임과 법규정비 등의 일련의 움직임은 우리나라에도 당연히 크게 우려된다.
국정원 분석에 따르면, 일본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에 대한 대응으로 지난 3월 첩보위성 2기를 발사한 데 이어 오는 9월에 2기를 추가로 발사할 예정이고, 지난 3월에는 위성정보분석을 위한 1백60명 규모의 ‘화상.지리부’를 신설했다. 동시에 미국의 국가안보회의를 모델로 한 주요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상시자문기구인 ‘상설안보기구’신설을 추진중이다.
아울러 자위대 활동 반경 확대를 위해 2005년까지 헬기 4기 탑재가 가능한 경항모급 대형 호위함(1만3천5백t) 2척을 도입하고 항공자위대 전투기의 작전반경을 대폭 확대하는 공중급유기 4기도 도입키로 했다고 국정원은 지난 19일 밝혔다.
지난 미일정상회담에서도 미국과 일본은 MD체제 구축에 상호 협력하기로 했으며 그 결과 일본은 이지스함에서 발사 가능한 함대공 미사일 ‘SM3'와 지대공미사일인 ’패트리어트 2(PAC3)'를 한 묶음으로 하는 미국의 MD(미사일방어) 체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유사법제 통과, 문민통제원칙 붕괴, 전수방위개념 수정논란**
이러한 군비확장은 법규정비와 같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이라크 파병법안이 통과된 데 이어 6월 초에는 유사법제 관련 3개 법안이 처리됐으며 2003년판 일본 방위백서에서는 기존에 명기돼 왔던 자위대 내의 ‘문민통제’원칙이 삭제됐다.
또한 지난 6월에 자민당 헌법조사회는 국방군 보유,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비상사태시 총리권한 강화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안보분야 헌법개정 초안을 마련했고 ,일본의 여야 소장파 의원 1백3명으로 구성된 초당파 의원연맹인 ‘신세기 안전보장체제를 확립하는 젊은 의원의 모임’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전수방위 개념 수정‘과 ’집단적 자위권 해석 변경‘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지난달 25일 “자위대 파견을 항구법으로 정할지 여부를 포함해 장래의 문제로서 이런 문제들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항구법제정을 시사한바 있으며 이시바 시게루 방위청 장관도 지난달 23일 전수방위 원칙에 대해 “진정으로 일본의 평화와 독립을 지킬 수 있는지에 관한 검증없이는 안정보장은 성립되지 않는다”며 변경이 필요하다면 변경도 가능하다고 시사한 바 있다.
***미, 일본의 헌법 개정움직임 환영**
미국은 이러한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 일본 주변국 우려와는 달리 매우 반기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안보역할을 강조하면서 일본의 재무장을 사실상 용인하는 자세마저 보이고 있는 것이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라크 파병법안 통과에 대해 “우리는 이 문제가 얼마나 중요하며 얼마나 일본을 위해 중요한 진전인지 잘 알고 있다”면서 “일본이 이라크에서 이같이 적극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능력은 바로 세계 다른 문제에서도 그 같은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반증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는 생각한다”고 환영논평을 냈다. 미국으로서는 곤란에 빠진 이라크에 동참하는 국가가 늘어난다는 의미에서 일본의 파병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베이커 주일미대사도 지난 6월 “일본은 자위대가 해외의 평화유지 노력에 더 깊이 개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일본의 헌법개정 움직임을 환영한 바 있으며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도 지난달 10일 이라크 재건사업과 질서유지를 위한 일본의 적극적인 후방지원을 요청하면서 일본이 자위대 파견관련 특별법 제정을 “매우 반길만한 일”이라고 쌍수 들어 환영했다.
이렇게 미국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환영하는 것은 직접적으로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유사법제 가운데 ‘무력공격사태법’은 일본이 무력공격을 받았을 경우 정부의 대처조치로 “자위대 및 미군의 행동이 원활하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물품, 시설, 용역의 제공”을 명시했으며 미군의 일본 내 전시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후속 법 정비 계획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유사법제를 통해 미국은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일본내 방위력 증강을 원하는 보수우익의 입장과 동북아 지역에서 일본에 군사적 부담을 일정부분 넘기면서 미군 지원을 원하는 미국의 강경파의 입장이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달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미 국방부가 미군 변혁 및 재편성의 일환으로 북한 등 아시아 정세 대응을 위해 주일미군을 미군의 정보분야 거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내달 12일이면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25주년인데도 이처럼 동북아 정세는 여러모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아시아에서 일본은 여전히 '먼 이웃'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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