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방북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격적인 통화로 미·중 간 갈등 해소를 위한 전기를 마련하면서 이번 평양 방문을 통해 지난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중단된 북미 핵 협상의 재개라는 성과를 끌어낼지 주목된다.
시진핑 주석은 이번 북한 국빈 방문에 앞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기고문에서 한반도 문제에서 대화와 협상이 진전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사실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북미 간 협상 테이블로 다시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오는 28~29일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미·중 정상회담이 확정된 상황이라 시진핑 주석으로선 이번 방북에서 북한의 비핵화 협상 복귀 의사를 끌어내야 트럼프 대통령과의 무역 담판에 내밀 카드가 생기는 상황이다.
19일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된 후 사실상 대화를 단절했던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전격적으로 전화 통화를 했다.
신화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통화 시간이 중국 시각으로는 밤중이었다는 점에서 서로의 필요 때문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통화가 중요한 것은 지난해 12월 말 미·중 양국 정상이 신년 인사 겸 미·중 무역협상 관련해 '전화 담판'을 한 이래 처음이기 때문이다. 즉, 불편한 미·중 양국 관계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졌고 6개월만에 겨우 반전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의미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양국 정상이 갑자기 통화하면서 오사카 G20 정상회의 계기에 양자회담을 하기로 합의한 것은 결국 미·중 무역갈등의 조기 해결을 모색하는 동시에 시 주석이 이번 방북을 통해 북미 간 핵 협상 교착 상태를 푸는 데 도움을 주기로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소식통은 "시진핑 주석이 방북을 이틀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 협상 재개에 청신호로 볼 수 있다"면서 "시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뒤 오사카로 건너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다는 점에서 사실상 시 주석이 북핵 협상의 중재자로 떠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은 19일 북한 노동신문에 실린 기고문에서 "우리는 조선 측 및 해당 측들과 함께 의사소통과 조율을 강화하고 조선반도(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대화와 협상에서 진전이 이룩되도록 공동으로 추동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위해 적극 기여할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시 주석의 방북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가 새로운 진전을 거두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북·중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끝날 경우 시 주석은 오사카로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협상 복귀 의사를 전달하며 미·중 무역 마찰 또한 원만하게 푸는 접근법을 택한다는 그림이 가능해진다.
이 기간 시진핑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도 있어 이번 평양 북중 정상회담과 오사카 G20 정상회의라는 외교 이벤트가 남북미 주도로 진행돼온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중국이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 등 큰 행사를 전후해 방중한 바 있어 이번 시진핑 주석의 방북 또한 북미 핵 협상 재개와 제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긍정적인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다른 소식통은 "시 주석 또한 한반도 문제에서 적극적 진전을 거두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하고 방북한다는 점에서 북한에서 뭔가 언질을 받았을 거로 보인다"면서 "시 주석의 방북을 기점으로 G20에서 한미 정상과 연쇄 회동을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면서 북핵 협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거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홍콩 대규모 시위와 미중 무역전쟁으로 내상을 입은 시 주석은 방북에 앞서 군·민의 마음 다독이기에 나섰다.
시 주석은 18일 베이징에서 공군 제13차 당대표대회 대표들을 접견하고 악수를 나눈 뒤 공군 전체 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아울러 쓰촨(四川)성 강진 피해가 확산하자 구조에 총력을 다하라고 긴급 지시하며 민심 수습에도 신경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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