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국민일보>에 게재된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의 '미·중 경쟁 속 한국의 선택'이란 글을 보고 졸필을 적어본다. 대단히 훌륭한 글이지만, 시대착오적이며 편협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 및 미국 유학, 그리고 중국에서의 유학과 교수 생활 등 22년간의 해외 체류 속에서, 전 세계 150여 개국 출신의 외국인들과 일상을 함께해 온 입장에서 볼 때, 21세기 중견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현재의 우리에게는 부합하지 않다. 더 우려되는 것은, 그의 시각은 미중 대립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주류적 시각'과도 맥을 함께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그는 "미중 대립은 한국에 최악의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 대응은 안일하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 미중 대립이 악재임은 틀림없지만 우리에게 최악이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미중 대립 국면에서"실(失)"만 있을 뿐 "득(得)"은 없는 국가들도 적지 않다. 이에 비해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취할 수 있는 것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대립 중인 중국의 속사정을 '적확하게' 인지한다면 쉽게 알 수 있다. 거친 겉모습 속에 가려져 우리가 잘 읽지 못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웃인 우리에 대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대내외적 상황은 우리와의 경제협력 또한 더 강화해야 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연기된 것은 이러한 측면도 고려하여 "보다 더 깊이 있게 만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현재 우리 정부는 위기 속에서도 우리만이 취할 수 있는 국익 최적화를 위해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안일한 대응이 되지 않도록 오히려 더 진중하게 부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신 센터장은, "현재 가장 필요한 건 전략적 사고이다. 미중 대립 결과가 미칠 우리 앞날에 대한 심모원려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동의한다. 하지만 전략적 사고와 우리에게 미칠 영향 등에 대한 '제대로 된' 심모원려를 위해서는, 양국에 대해 보다 더 철저한 분석과 적확한 판단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신 센터장의 결론은, 적어도 중국에 대해서만큼은 '제대로 되지 않은' 이해와 분석 및 판단 등을 토대로 하고 있다. 중국은 저 앞에서 오른쪽을 향하고 있는데, 이런 '팩트'를 무시한 채 저 뒤에서 왼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을 중국이라며 이를 토대로 삼고 있는 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과연 얼마나 제대로 된 전략적 사고와 우리에 파급될 영향 등이 나올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 중국에 대한 접근 또한,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관점을 토대로 서구식으로 접근한 것이 대부분이다. 중국을 대하는 우리의 관점과 국익이 저들과 다를진대, 이렇게 치우쳐진 접근으로 과연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한 심모원려 등이 얼마나 제대로 가능할까? 진정 우리의 국익을 위한 것이라면, 보다 더 무거운 책임감 속에 최소한 대립하는 양측에 대해 우리의 입장에서 보다 더 적확하게 다가가고 분석하는 것이 선행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외에도, "중국은 군사적 위기가 도래해도 함께 싸워줄 나라가 아니다" 라며, 하나는 알지만 나머지는 모르는 시대착오적 사고를 자인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어디에 서야 하나. 답은 정해져 있다"는 식으로 잘못 끼워진 단추를 아직도 모른 채 계속 국민을 오도하고 있다.
현재 국제사회는 우리를 중견 강국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스스로를 20세기 약소국쯤으로 여기고 있기도 하다. 우리 외교에 대해 "샌드위치 외교"니, "새우등 외교"니 하는 것이나, 어느 한쪽에 서야 한다는 위험한 발상 등도 약소국 마인드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탓이다.
더 이상은 아니다. 우리는, 예를 들면 "자유민주주의 ", "시장경제" 그리고 "글로벌 윈윈"이라는 우리의 대원칙을 세우고 새로이 불거지는 사안마다 이에 입각하여 나가는 당당함을 견지해야 한다. 강대국들에게 과도하게 위축되지 말고 오히려 이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잘 활용하는 가운데 우리 국익 최적화를 추구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미중 대립국면을 우리 외교가 "극세척도(克世拓道)"하는 가운데 중견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에 부합하도록 새로이 거듭나는 계기로도 활용해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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