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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부안, 분노의 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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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부안, 분노의 부안

[기고] "우리는 정부에게 도와달라 요구한 적 없다"

핵폐기물 처리장 설치를 놓고 지금 부안이 '전쟁중'이다. 부안군민들은 지금 중앙언론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핵폐기물 처리장을 신청한 김종규 부안군수만 '영웅시'할뿐, 부안군민들의 소리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음은 부안 백산고의 정재철 교사가 전북 인터넷 대안신문 참소리(http://www.cham-sori.net)에 기고한 글이다. 부안 군민들이 지금 얼마나 분노하고 있으며, 그들의 바람이 무엇인가를 읽을 수 있는 글로 판단돼, 프레시안 독자분들과 같이 읽기 위해 참소리의 허락을 얻어 싣는다.<편집자 주>

***슬픈 부안, 분노의 부안**

부안 군청 앞은 전쟁터입니다. 군수가 핵폐기장 유치를 신청했다는 소식에 부안 사람들이 매일 모이고 있습니다. 논에서 일하다가도 나오고, 바지락을 캐던 아주머니도 나오고 시장에서 장사하는 부부는 아예 가게문을 닫고 나옵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얼굴로 모입니다.

왠 날벼락이냐며 할말이 없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루도 이곳에 나오지 않으면 억울해서 못 견디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첫날에 보던 순박한 모습들은 어디 가고 눈이 퀭하니 핏발이 섰습니다. 부안이 생기고 이처럼 슬퍼하고 분노하기는 아마도 처음 일거라고 말들을 나눕니다. 2천여명의 경찰병력이 군청을 지키고 있다는데 이제 부안에 지킬 것이 무엇이 남아 있냐며 비통해 하고 있습니다.

정부나 관변 학자들은 핵폐기장 문제를 환경문제라고, 어디엔가는 들어서야 할거라고 점잖게 말합니다. 지역 이기주의라고까지 말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생존의 문제이고 이 땅에 태를 묻고 살아가야 할 사람들의 작은 소망조차 빼앗는 현실에 슬퍼하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비참한 역사속 질기게 살아온 부안 사람들**

부안은 예부터 물이 많은 곳입니다. 사람들은 고부천과 동진강과 서해안으로 둘러싸여 독립된 모양으로 살았습니다. 바닷가 사람들은 정부로부터 별 도움도 받지 못하면서 세금은 등이 휘도록 냈습니다. 왕조 시대에는 세금 등살에 쫓기고 홍수와 가뭄에 시달려서 마을이 송두리채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추수하고 먹을 것을 좀 만질만 하면 일본의 왜구들이 쳐들어 왔습니다. 왜구들은 부안의 유일한 통로인 동진강 다리를 끊어버리고 마음대로 노략질 했습니다. 미처 피하지 못하여 죽임을 당한 사람들을 가족들이 찾았을 때는 형체를 알 수 없어 이들을 모아서 공동묘를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말뫼똥(말무덤. 큰무덤)이라고 불렀습니다. 동네 아이들은 슬픔의 무덤에서 뛰어 놀았고 부안 사람들은 이런 비참한 역사 속에서 질기게 살아왔습니다.

부안은 지금 전쟁입니다. 세상과 부안을 잇는 다리인 언론은 인연을 끊었습니다. 이곳 주민들의 주장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습니다. 핵폐기장 들어서는 것을 주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것으로 왜곡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고립시켜 노략질하려는 음모만 보도됩니다.

정말 황당한 일은 부안을 이런 위기 속으로 몰아넣은 부안군수를 맥아더 같은 영웅이라고 지역 모 일간지는 칼럼에서 쓰고 있습니다. 핵폐기장 유치 선언만 하면 금방 맥아더 같아진다는 것은 소가 웃을 일입니다. 군수는 군의회가 결정한 사항을 집행하는 것으로 독단으로 핵폐기장 유치를 선언한 것은 잘못인데도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사실상 핵폐기장 유치 지역이라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가정의 사소한 일도 가족 한사람의 생각이나 주장으로 결정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데, 지역민이 뽑은 심부름꾼 군수가 의회나 지역민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방폐장 유치를 신청한 것 하나를 가지고 온 나라가 기뻐하고 있습니다. 지역을 방문하여 지역민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서 환상을 심고 당근을 제시합니다. 핵폐기장이 들어오면 지역이 몰라보게 발전한다고 선전합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지자체 장들은 이런 황금알(?)을 낳는다는 방폐장을 거부하고 남일 보듯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지자체에서도 이런 절호의 지역발전 기회를 방기하고 방폐장 유치 신청을 내지 않은 무능한(?) 지자체장들을 원망하고 욕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부안군수만 유치 신청을 하고 자신이 부안의 운명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것처럼 이곳저곳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망신을 사고 있습니다.

***야박한 현실에 흘리는 분노의 눈물**

부안은 오랫동안 소외된 지역으로 이곳에는 공장 하나가 없습니다. 서해안의 3대 해수욕장인 변산해수욕장이 저 모양이 되도록 버려져 있어도 사람들은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서해안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관광객이 조금씩 늘고 경기도 활기를 띠니 그동안 소외되고 개발이 덜된 땅이 이제는 재산이 되었습니다.

이 즈음에 핵폐기장 유치 문제가 지역을 때렸습니다. 우리는 정부에게 어떤 도움을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군수에게도 이 지역을 개발해 달라고 압박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까지도 살아왔듯이 별 도움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혜택을 많이 받는 수혜자들은 언제까지나 수혜만 받고 부안처럼 소외된 지역은 핵폐기장 시설까지 떠 안아야 한다는 야박한 현실에 분노의 눈물을 달랠 길 없습니다.

미국이 24년 동안 그 넓은 땅에서 시추를 해도 찾지 못한 방폐장 입지를 유치 신청을 한지 단 3일만에 위도 지역이 알맞은 곳이라고 판정 발표했습니다. 위도 지역은 한번도 방폐장 후보지로 거론된 적이 없었는데 시추공 다섯 개를 뚫어 적합지라고 졸속으로 발표한 사실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습니다.

지역의 문제는 지역민들에게 묻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개발 운운하며 지역민들을 자극하고 지역민들을 분열시키는 교묘하고 처참한 현실을 보면서 대한민국은 현재 몇 세기에 살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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