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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 청소노동자 사회적협동조합 ‘클린광산’ 해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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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 청소노동자 사회적협동조합 ‘클린광산’ 해체 위기

광산구청 청소위탁 계약만료 통보…직접고용 제안에도 “조합 공동체 지키겠다” 단식 농성

17일, 광주 광산구 월곡1·2동과 하남2지구에서 배출되는 음식물·생활쓰레기폐기물을 수거해 운반하는 업무를 맡은 클린광산사회적협동조합(이하 클린광산)의 조합원들은 광산구청 광장에서 집단 단식 농성 7일째에 접어들며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단식이라는 극한투쟁의 배수진을 친 요구사항이라고 보기에는 낯설 정도로 이들 조합원들의 요구사항은 좀 유별나다. 집단 농성 하면 떠오르는 임금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이 아닌 “클린광산의 조합원 노동자로 계속 살게 해달라”는 것이다.

농성장을 지키는 조용곤 광주일반노조위원장은 “광산구청은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공동체를 함께 지켜가고 싶은 조합원 노동자들의 소박한 꿈을 함부로 팽개쳐선 안된다”고 호소했다.

클린광산은 지난 2013년 1월 구 청소위탁업체가 폐업하면서 실직의 위기를 맞은 청소노동자 18명이 만든 전국 최초의 청소노동자 협동조합이다. 당시 민형배 광산구청장(현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은 청소노동자들의 협동조합 설립을 적극 지원했고, 조합과의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 계약을 통해 청소원들의 실직을 막아 사회적경제 모범사례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각급 지자체의 벤치마킹이 쇄도할 정도로 사회적경제 우수 모델로 각광을 받던 클린광산은 지난 달 24일 광산구청으로부터 날벼락을 맞았다. 구청이 클린광산과의 계약이 6월30일로 만료된다고 통보한 것이다.

구청의 계약만료 사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지난 해 광주시 종합감사에서 클린광산 수의계약 건이 부적정하다는 지적을 받고 담당 공무원이 경징계에 처해졌다는 점, 그리고 클린광산과 맺은 계약 금액이 지난 해 14억 4천만원에 달해 더 이상 수의계약을 통해 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는 것.

광산구 관계자는 “지방계약법(제25조)의 수의계약 대상은 협동조합의 경우 물품·용역 금액이 5천만원 이하일 때만 가능하다. 환경부는 지난 2017년 3월 폐기물 처리업체에게 계약 연장 등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지방계약법 위법 소지가 있다고 17곳 시·도에 통보했고, 이는 공개입찰을 통해 폐기물 업체를 선정하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클린광산 쪽은 “행정안전부 검토 의견을 보면, 지방계약법(제4조)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수의계약이 가능하다고 돼 있다. 즉 폐기물 관리법에 의해 수의계약의 세부 근거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수의계약은 적법하다. 클린광산이 맡아왔던 월곡1·2동과 하남2지구에서 나오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독점권을 달라는 게 아니다. 공개입찰하면 응하겠다는 것이다”고 반박했다.

긍정적인 태도로 법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가능한 일을 구청 측이 경직된 사고로 접근해 해결책을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광산구는 결국 클린광산과 대행계약 종료를 기정사실화하고 업무를 구 시설관리공단으로 통합, 공단 직접고용 방식을 최종안으로 제시했다.

지난 17일은 구 시설관리공단의 고용 공모 마감 날이었다. 클린광산의 19명 직원 중 13명은 이날 공모에 서류를 접수하지 않았다. 공단 직접고용에 따른 임금인상과 고용안정이 눈앞에 있음에도 이를 거부한 것이다.

평범한 시각으로 보기에는 수용해도 될 만한 구청의 제안을 단호히 거부하게 만든 이들의 절박함은 그렇다면 무엇일까?

남들보다 짧은 3일째 단식 농성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조합원 A씨는 “클린광산의 조합원 노동자로 일하면서 청소용역 위탁업체에 소속돼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할 때 느끼지 못했던 일터의 즐거움을 처음 느꼈다”고 말하며 “수치심 때문에 미화원이라는 직업을 자녀들에게 얘기조차 못했는데 내가 하는 노동의 가치를 스스로 만족스러워 하면서 여가의 시간이 생기면 지역사회 봉사도 하고 조합원 가족들끼리 함께 모여 명랑운동회도 열고 있다”고 말했다.

▲ 클린광산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노동자들이 광산구청의 청소계약 만료 통보와 시설공단 조직통합에 반발하며 19일, 집단단식농성 7일째를 맞고있다ⓒ프레시안(박호재)

민형배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은 “일자리 해결과 함께 공공복리 기여 등 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사회적경제의 핵심 타깃이다”고 강조하며 “정글 자본주의의 대안인 이러한 사회정책들이 최근 들어 행정편의주의나 기존의 낡은 규제들을 핑계로 발목을 잡는 반동의 징후들이 곳곳에서 발현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사회적경제 전공학자인 광주전남발전연구원의 조인형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경제는 겨우 불씨가 지펴진 국면이다”고 진단하며 “설령 시행착오들이 발견되더라도 실험단계라고 볼 수 있는 사회 곳곳의 작은 불씨들을 결코 꺼지게 해선 안되며, 이와 함께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꾸준히 마련해가야 한다 ”고 말했다.

클린광산의 조합원 노동자들은 협동조합 공동체를 지키려는 자신들의 이러한 진심을 구청이 알아줄 때까지 농성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일단 퇴직금을 쪼개 쓰고, 퇴직금이 동나면 서로 돌아가면서 일을 해 농성을 이어갈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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