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사퇴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라크전 정보조작을 고발한 데이비드 켈리 박사의 사망에 따라 지지율이 급락하는 데다가, 노동당에서도 사퇴 요구가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블레어 지지자 37%, 비지지자 54%**
영국 여론조사기관인 ICM이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토니 블레어 총리의 지지율은 37%에 불과한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비율은 지지한다는 비율보다 17%포인트나 높은 54%에 이르렀다고 영국 가디언지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총리직 수행능력, 신뢰성, 일반 시민과의 친밀감 등 세 분야에 걸쳐 실시된 이번 여론조사에서 블레어 총리는 '바그다드 효과'로 인해 7%포인트이상 상승했던 이라크전 직후의 상황에서 전쟁 발발전의 매우 낮았던 지지율로 급락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쟁 프리미엄이 사그라지고 있는 것이다.
항목별로 보면, 블레어 총리에 대한 '신뢰도'는 3개월 전에 비해 12%포인트 하락한 39%로 나타났다.
'일반 시민과의 친밀감' 항목에서도 종전보다 8%포인트 떨어진 34%로 나타났다.
'총리직 수행 능력'은 지난 4월에 비해 9%포인트 하락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59%의 응답자들이 블레어총리의 총리직 수행능력을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디언지는 이번 여론 조사와 관련, 정부가 이라크전 정보조작을 놓고 BBC와 격렬한 논쟁을 벌인 것이 정부에 대한 지지도 하락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대다수 국민은 블레어 총리가 정보조작에 의존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한편 집권당인 노동당의 지지도도 36%에 급락해, 34%의 지지율을 얻은 보수당과의 격차가 2%포인트로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지난 총선에서의 득표율과 비교해보면 무려 6%포인트가 하락한 것으로, 보수당은 지난 총선때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제 3당인 자유민주당은 3%포인트 상승한 22%를 얻었다.
이번 여론조사는 이라크 전쟁관련 보고서 각색의혹 보도를 한 BBC의 취재원으로 지목된 데이비드 켈리 박사의 의문사가 보도된 18~20일까지 18세 이상 성인 1천1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통해 실시됐다.
***"블레어, 사퇴하는 길만이 현명"**
한편 이라크전에 반대해 국제개발장관직을 사임했던 영국 노동당의 클레어 쇼트는 21일 최근 블레어 총리의 지지율 급락과 관련, "이런 상태로는 여당인 노동당이 다음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리라는 보증을 할 수 없다"고 블레어 총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블레어 총리는 후계자를 고르고 자리를 양보하는 게 현명할 것이며, 정부와 당으로서도 이것만이 훌륭한 선택"이라며 블레어 사퇴를 공식 촉구했다.
블레어 총리가 사퇴할 경우 그의 후임으로는 브라운 재무장관이 제1후보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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