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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외' 황교안이 '원내' 국회 정상화 어깃장?

강경론 진두지휘하는 황교안, 원내지도부 리더십 실종

국회 정상화의 분수령으로 여겨진 지난 주말 협상이 무위에 그치면서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이 자유한국당 불참에도 임시국회를 열기로 했다.

제1야당이 빠진 국회 소집은 '정상화'와 거리가 멀지만, 이는 한국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여야 4당은 협상의 고비마다 새로운 요구 조건을 들고 나와 문턱을 높인 한국당 쪽에 책임을 묻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오히려 한 달여 동안의 협상 과정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경제실정 청문회' 요구를 되돌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국당은 17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한 철회와 민주당의 사과 △경제 청문회 개최 등을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함으로써 그동안의 여야 협상에서 마련한 절충점마저 전면 부정하는 결론을 도출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날치기 패스트트랙'을 원천무효로 하고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는 게 의총 결론"이라며 "실질적으로 패스트트랙 철회와 사과가 있어야 국회 정상화의 출발이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과 한국당은 국회 정상화 협상 과정에서 패스트트랙과 관련해 일정한 의견 조율점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으나, 나 원내대표가 전한 한국당 의총의 결론은 협상 이전의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또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이 사실상 소득주도성장 기조 하에 이뤄진 것인 만큼, '경제 청문회' 요구 역시 관철해야 한다는 게 의총에서 나온 의견"이라고 전했다.

나 원내대표는 다만 "(협상이) 완전히 결렬된 상태는 아니다"라며 "일단 원내지도부에 협상의 전권을 위임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일말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한국당이 강경론으로 회귀한 것과 관련, 원내 협상 책임자인 나 원내대표가 당내 강경파에 끌려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보수진영의 유일 구심점으로 안착하려는 황교안 대표 개인의 정치 스케줄이 한국당의 대여 강경 분위기를 이끌고, 국회 정상화 의지가 다분했던 원내 지도부마저 자율권을 포기하고 이런 분위기에 편승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의총 모두발언에서 황 대표는 강경론을 몸소 주도하는 태도를 보였다. 황 대표는 "지금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렇게 국회가 멈춰 버린 원인이 뭐냐는 것"이라며 "불법 패스트트랙이 국회를 마비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어 "패스트트랙(문제) 처리 없이는 국회가 정상화될 수 없지 않나"라며 "패스트트랙에 태워 놓은 선거법과 공수처법은 결코 이대로 통과돼선 안 될 독재 악법"이라고 규정했다.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은) 단지 우리 당이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가 달린 문제다. 그래서 물러설 수 없는 것"이라며 "우리의 싸움은 국민과 나라를 위한 싸움이다. 개인이나 당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기 때문에 쉽게 양보할 수도 없고 함부로 물러설 수도 없다"고 불퇴전의 각오를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나 원내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정책 청문회도 하지 못한다는 속좁은 여당이 우리보고 '국회 들어오라'며 시위를 하고 있다. 이거 들어오지 말라는 얘기 아니냐"고 여당을 탓하면서도 "저희가 그 동안 사실상 많은 것을 협상 과정에서 양보한 바 있다"거나 "마지막 제시한 게 경제 청문회다. 민주평화당도 동조한 정책 청문회, 경제 청문회조차 '정쟁'이라며 받지 못하겠다는 게 여당"이라고 말해 황 대표와는 다소 온도차를 보였다.

결국 패스트트랙 문제는 "독재 악법"으로 규정하고, 추경예산 문제도 "바른 추경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지나치게 원칙론적인 태도로 당내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는 황 대표의 입장이 원내지도부의 협상 태도를 경직되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 대표는 또한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가기 전에 한국당 대표로서 대통령과 1대1 면담을 원한다고 정식으로 제안을 드렸다"면서 "지금이라도 막힌 정국을 풀어나가기 위해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 대통령께 제가 직접 만나 말할 게 많있다. 얘기 나눌 기회를 다시 한 번 요청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패스트트랙·추경 문제뿐 아니라 영수회담 문제까지 정국 정상화의 조건으로 내걸며 협상 문턱을 더욱 높인 모양새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우리 당 입장이 한목소리로 일관되게 나올 수 있도록 의원들이 많이 협조해 달라"(황 대표)라고 당내 이견 단속에 나섰지만, 한국당 내에서도 '이제는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다.

비주류 김용태 의원(3선, 서울 양천을)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경만으로 현재의 경기 하강 상태를 저지하고 경제를 다시 되돌릴 수 있는지 분명하게 따져봐야 된다"고 원내지도부가 주장하는 '경제 청문회' 주장에 힘을 보태면서도 "그런 차원에서 그간 정부의 잘못된 주장에 대해서 따져봐야 하는 장(場)을 그간의 '장외'에서 이제 '원내'로 옮길 때도 되었지 않나 싶다"고 국회 복귀를 주장했다.

앞서 장제원 의원(재선, 부산 사상)이 지난 12일 "정말 싸우려고 한다면 결기를 가지고 똘똘 뭉쳐 장외로 나가 문재인 정권이 백기를 들 때까지 싸우든지, 아니면 국회 문을 열어젖히고 원내 투쟁을 해야 한다"고 원내 복귀를 주장했다. 윤상현 외통위원장(3선, 인천 미추홀을)도 지난달 하순 "국민들은 자유한국당이 국회에서 강하게 싸워주기를 원하고 있다"며 "이제 국회로 돌아갈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황 대표는 물론, 나 원내대표조차 협상 파행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며 비난하면서도 지난주 YTN 방송 인터뷰에서는 여당의 단독 국회 소집 엄포에 "불감청고소원이다"라고 맞받아 비꼬는 등 당내 다수 의견인 강경론에 힘을 싣고 있어 등원론이 한국당 내에서 힘을 받기는 어려운 구도다.

일각에서는 당장 국회를 열어 추경안·법안을 처리하는 것보다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지지층 결집이 더 한국당에서 신경쓰는 바가 아니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바른미래당의 단독 국회 소집 추진도 한국당 내에서 강경론이 더 득세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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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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