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만여 명(주최측 추산)의 대규모 군중이 모인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녹색당의 논평이 나왔다. 녹색당은 오키나와, 타이완, 제주도의 역사를 홍콩에 빗대 홍콩 시민의 시민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4일 녹색당은 "홍콩 군중 손의 우산에서 5년 전 우산혁명의 풍경이 떠오른다"며 "홍콩 정부는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중국은 외세가 개입한 음모라고 맹비난 중이지만, 무엇이 폭동이고, 누가 외세냐"고 홍콩 시민의 민주주의 수호 열망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녹색당은 "우리는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며,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 법안 철회를 요구한다"며 "흔들리지 않는 민주주의와 법치 아래 홍콩 시민의 시민권이 보장받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이는 더 나은 동아시아 평화에 일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녹색당은 "홍콩을 통해 동아시아의 세 섬 오키나와, 타이완, 제주도를 생각한다"며 "세 섬은 같은 시대에 국가 폭력에 의한 비극을 겪었다"고 논평했다.
오키나와는 태평양전쟁 당시 전략적 요충지였다. 섬에 상륙한 미군의 화력을 견디지 못한 일본 제국은 오키나와 주민에게 강제 자살을 요구했다. 집단 자살을 택하지 않은 주민은 군대가 수류탄을 던져 학살하기도 했다. 미군 스파이로 지목돼 살해당한 이도 적잖았다. 전쟁 기간 섬 주민 3분의 1인 10만 명 이상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타이완은 본토에서 공산군과 싸운 장제스의 국민당군 점령으로 인해 같은 비극을 겪었다. 1947년 타이완 시민이 항쟁을 일으키자 국민당은 3만여 명의 시민을 학살한 2.28 사건을 일으켰다. 이후 타이완에는 장기간 계엄령이 유지됐다.
1947년 제주도에서도 4.3 사건이 발생했다. 이승만 정부는 경찰의 발포에 저항한 시민을 '빨갱이'로 규정하고 무차별 학살했다. 최근에는 제주해군기지가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세워졌고, 그 결과 제주도는 군사적 긴장 지대가 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녹색당은 "제국주의와 국가 폭력 앞에 섬은 짓밟힌다"며 "살아가는 이들은 정체성을 규정 당하고, 시민권을 부정 당한다"고 위 역사적 사태의 공통점을 나열했다.
이어 "제주도, 오키나와, 타이완, 그리고 톈안먼까지 국가 폭력으로 점철된 과거가 오늘날 홍콩에서 재현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녹색당은 "홍콩은 영국의 것이 아니다. 미국이나 중국의 것도 아니"라며 "홍콩은 홍콩 시민의 것"이라고 전했다.
아편전쟁의 여파를 정리하기 위해 열린 난징 조약 결과 청나라는 1841년 영국 제국(대영제국)에 홍콩 섬을 양도했다. 이후 홍콩은 짧은 일제 식민지 기간을 제외한 장기간 영국의 식민 통치를 받았다. 1984년 영중 공동선언에 따라 1997년 일국양제 적용을 전제로 중국 영토로 귀속이 결정됐다. 영국 정부의 장기간 독재 후 제한적 민주주의가 최초 적용된 시기가 이 때다.
중국이 영국을 비롯한 서방의 홍콩 민주화 시위 지지 움직임을 음모로 바라보는 배경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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